녹음이 우거진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김예성 씨의 집은 한마디로 모던하다. 화이트와 그레이 등 차분한 컬러로 장식한 바닥과 벽은 모던하고 세련된 바탕화면 같다. 그 모던함에 포인트를 주는 것은 컬러풀한 소품들. 그리고 거실과 발코니, 다이닝 테이블 등 집 안 곳곳을 싱그럽게 장식하고 있는 식물들이다.
오래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바닥과 벽지를 비롯해 전체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지만 평소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원했던 김예성 씨는 이 집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다고. 이전에 살던 집 역시 수리를 해봤던 터라 오히려 수리가 안 된 집이라 더 좋았단다.
이전 집은 우드 느낌이 더욱 강했다면 지금의 집은 화이트와 그레이를 베이스로 선택해 패브릭이나 그림, 소품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을 택했다. 컬러 매치를 즐기는 김예성 씨의 취향을 반영해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소품의 컬러를 바꿔 매번 새로운 느낌의 집으로 연출한다.
집 현관과 깔끔한 화이트 철제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채광 좋은 거실과 다이닝 공간이 양옆으로 펼쳐진다. 김예성 씨가 가장 좋아하고 신경 쓴 공간은 바로 거실. 이전부터 거실에 책장을 놓고 가족이 모두 모여 책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사 오면서 집 콘셉트와 어울리는 책장을 오랫동안 찾다가 모듈 형태의 화이트 책장을 여러 개 붙여 거실 전면에 배치했다. 불규칙적이지만 자유롭게 나뉘며 의외의 그래픽 효과로 거실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여기에 책이나 소품, 여행지에서 사 온 아이템을 컬러별로 나눠 배치하니 김예성 씨 가족만의 특별한 거실이 완성됐다.
“옷이나 향수, 소품도 컬러별로 정리하는 것을 즐겨요. 보기에도 예쁘고, 물건을 사용하고 정리할 때도 정말 편하거든요. 컬러가 있는 자리에 놓기만 하면 되니까요.”
20여 년 동안 홈 퍼니싱 브랜드 까사미아의 MD로 일한 그녀의 감각은 집 안 곳곳에 녹아 있다. 특히 패브릭과 소품 MD로 오랫동안 일한 때문인지 그녀가 보유한 다양한 소품과 쿠션은 훌륭한 오브제 역할을 한다. 평소 쿠션 커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구는 자주 바꾸는 것이 어렵지만 소품은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집 안 수납공간에는 언제든 교체할 소품들이 ‘상시 대기’ 중이다.
다이닝 테이블이 놓인 공간에서 슬쩍 보이는 주방은 집에서는 약간 숨어 있는 구조다. 집수리하면서 크게 구조 변경은 하지 않았지만 주방은 ㄷ자 구조로 변경했다. 요리하거나 그릇을 씻으면서 창 너머의 산을 감상할 수 있는 뷰도 멋스럽다. 아일랜드 한편에는 가전들을 놓았는데 화이트로 통일해 화사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여기에 포스터나 패브릭, 소품 등의 컬러를 통일해 아기자기한 느낌을 더했다.
드레스 룸 역시 컬러별로 옷을 정리하고 액세서리나 소품 같은 것도 구별해 정리해둔다. 수납함이나 수납 도구를 통일하면 더욱 깔끔해 보인다는 것이 특징. 집을 꾸미는 것만큼 정리도 좋아하는 김예성 씨의 집은 그녀만의 스타일로 잘 정돈된 모습이다.
김예성 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또 학부모로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갑자기 주어진 휴식 시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게도 느껴졌다고. 그 시간을 새로운 취미들로 채웠는데 코로나19로 지금 남은 것은 그림과 식물이다. 식물은 이전에도 많이 구입했지만 ‘물만 잘 주면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덕분에 1~2개였던 식물은 집 안 곳곳에서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또한 집에 그림 거는 것을 좋아해 다양한 포스터를 구매했었는데 ‘직접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을 내어 화실에 다닌다. 형태나 컬러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리다 보니 그 짧은 시간은 그녀에게 힐링 타임이다. 식물이나 꽃, 소품의 컬러에 맞춰 집 안 곳곳에 걸어두니 더욱 의미 있는 인테리어가 됐다.
여전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소품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김예성 씨. 오랜 시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 가득한 색으로 삶을 채웠다면 이제는 편안하고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채울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