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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스토리! 소규모 레이블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살>,<페르소나>의 제작사가 되기까지

좋은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든 살아남는다. 조영철 대표는 이 철칙 하나로 업계에 두 발을 붙였다. 오늘날 미스틱스토리가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다.

On September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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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윤종신 회사'로 알려진 '미스틱스토리'에는 재미있고 독창적인 일들이 쉴 새 없이 벌어진다. 10년째 이어져온 <월간 윤종신>은 어느덧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고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Mnet <스튜디오 음악당> 등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배우 이지은(아이유)을 뮤즈로 삼은 단편영화 프로젝트 <페르소나>를 통해 넷플릭스와 성공적인 첫 협업을 이뤘다. 이를 발판으로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새 시트콤 제작을 논의 중이다.

이렇듯 미스틱스토리는 소규모의 가수 레이블로 시작해 어느덧 창작 중심의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분야와 장르를 불문하고 기민하게 콘텐츠를 발굴해내는 조영철 대표가 있다.

작사가 김이나의 남편이자 프로듀서 출신인 조 대표는 2014년 미스틱스토리(당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해, 2016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로 아이유, 가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히트 음반을 제작했던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윤종신이었다. 함께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윤종신의 제안이 조 대표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제는 회사의 성장과 수익을 따져야 하는 입장이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초심'은 굳건하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미스틱스토리의 사옥 또한 조 대표가 추구하는 재기 발랄한 정서로 가득하다. 한마디 말에도 재치와 센스가 깃든 그의 모습과도 꼭 닮았다. 업계 안팎으로 인정받는 '콘텐츠 맛집'이 되기 위한 조 대표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미스틱스토리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2013년에 윤종신 PD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당시 윤종신 PD가 음악 레이블 '미스틱89'를 이끌고 있었고 제가 합류하면서 별도의 음악 레이블인 '에이팝엔터테인먼트'를 맡게 됐죠. 여기에 배우 레이블 '가족액터스'까지 3개의 레이블이 합병되면서 미스틱스토리의 전신인 미스틱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됐어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죠. 첫 출발은 간단했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확장되다 보니 정리가 필요하더라고요. 결국 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네요.(웃음)

프로듀서 출신이에요. 대표이사 자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제 정체성은 여전히 프로듀서이자 콘텐츠 기획자예요. 다만 지금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경영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죠. 최선의 상황을 꿈꾸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꿈을 이루고자 하면 리스크가 있고, 리스크를 신경 쓰다 보면 과감해지지 못하니까요. 이 밸런스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에요. 아티스트 및 직원들의 생계와 인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자리라 책임감도 느끼고요. 훗날 뒷방으로 물러나 프로듀서 혹은 기획자로서 사는 게 제 꿈입니다.(웃음)

대표이사로 취임 후 회사의 위기는 언제였나요?
돌이켜보면 늘 위기였어요. 회사도 업력이라는 게 필요하잖아요. 시작하자마자 다 잘될 수는 없으니 처음 몇 년은 고될 수밖에요. 자금이 떨어질 때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었어요. 표면적으로 사업이 순조롭다고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분야별로 뚜렷하게 흥행을 이룬 건 없어요. 그래서 지금 역시 큰 위기라고 생각해요.

조영철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요?
개방형 외톨이?(웃음) 사실 네트워크가 넓거나 인맥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술'을 즐기는 게 더 좋을 때도 있고요. 타고난 성격이라 잘 바뀌진 않지만 일을 할 때 불편하진 않아요. 필요할 땐 파티든 회식이든 군말 없이 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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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목표를 구상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하자'는 초심을 유지하려고 해요. 큰 질서 안에서 자유분방한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규모가 커져도 미스틱스토리만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종신PD는 조영철 대표의 어떤 면에 끌렸던 걸까요?
글쎄요. 직접 물어보셔야 할 것 같은데.(웃음) 비즈니스 측면에서 제안을 한 건 아니고 "너의 프로듀싱 스타일이 마음에 드니 함께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말했어요. 업계 선배님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친분이 있던 건 아니었거든요. 제가 2010년 아이유 앨범 프로듀싱을 할 때 윤PD가 '첫 이별 그날 밤'이라는 곡을 써주면서 인연이 됐어요. 지금이야 신뢰가 돈독하지만 그때는 약간 거리감이 있었거든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적당한 거리감이 함께 일을 하기에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곁에서 보는 '윤종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보통 아티스트는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그래야 무대 위에서 깊고 강한 자신만의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윤PD는 훌륭한 아티스트면서 동시에 안팎으로 균형이 잘 잡혀 있어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내면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이 탐구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주옥같은 가사들을 쓸 수 있죠. 가사 내용이 지질하다고 얘기할 때도 있지만 사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가사를 쓴다는 건 대단한 일이에요.

윤 PD는 지금 안식년을 떠나있죠? "1년 쉬겠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황당하면서도 동시에 이해가 됐어요.(웃음) 떠나기 1년 전부터 꾸준히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10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방송을 해왔던 사람이잖아요.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삶을 지속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죠. 윤종신 PD도 지치고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던 것 같아요. 저로서는 흔쾌히 보내줄 수밖에 없었어요. 현직에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찾아 떠난다는 게 그 자체로 대단한 결단이거든요.

가수, 배우, MC 매니지먼트로 시작해 이제는 공연, 예능, 영화 제작까지 분야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혼자서 도맡는 게 버겁진 않나요?
저 혼자 모든 것을 진두지휘할 수는 없어 웬만한 건 전문가에게 맡기는 전략을 써요. 큰 사업 계획의 경우 방향이나 예산 정도만 논의를 하고 웬만한 것은 각 분야의 수장들에게 의사 결정권을 넘겨요. 예능 쪽에서는 여운혁 사장이, 음악 쪽에서는 윤종신 PD가 힘써주고 있죠. 영화, 드라마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 프로젝트를 이끌어줄 수장을 아직 찾지 못했어요. 빨리 좋은 분을 영입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의 미션이에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나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해봐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워서 단계별로 시작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인프라가 없어도 겁먹지 않고 뛰어드는 스타일인데 오히려 그 편이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몇 회를 먼저 찍고 난 뒤에 KBS joy에 제안을 한 케이스예요. <페르소나>도 마찬가지고요. 먼저 촬영을 했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넷플릭스 측에 제안을 했어요. <페르소나>는 작년 넷플릭스 전체 순위 중 6위를 차지했더라고요. 물론 아이유의 힘이 컸지요.

곁에서 본 아이유는 어떤 아티스트인가요?
로엔엔터테인먼트에서 2010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아이유의 앨범을 작업했어요. 중학생일 때 처음 봤는데 말하는 내공이 그 나이 또래 같지 않더라고요. 회사의 고위 관계자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는 게 당차 보이고 좋았어요. 그러다가 앨범 준비를 위해 테스트 녹음을 했는데 그 순간 완전히 사랑에 빠졌죠. '쟤 장난 아니구나!' 하고요. 영리하고 보스 기질도 있어요. 아티스트는 아티스트적인 속성 때문에 주변 스태프들에게 상처를 주기 쉽거든요. 근데 이 친구는 회사의 윗사람들과는 싸울지언정 본인 스태프들은 살뜰히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스태프들이 오래 함께 일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어요.

프로듀싱한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요?
그룹 '써니힐'의 <미드나잇 서커스>를 가장 좋아해요. 앨범을 처음 구상할 때 머릿속으로 꿈꾸는 것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막상 작업에 돌입하면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상상한 것의 반의반도 안 나오는 게 다반사고요. <미드나잇 서커스>는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의 완성도를 갖췄어요. 지금도 상당히 뿌듯해하는 앨범 중 하나예요. 아이유의 '분홍신'이 수록된 앨범 <모던 타임즈>도 애착이 가네요.

프로듀싱을 맡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엄)정화 누나와 작업하는 게 제 오랜 꿈이었는데 2016년에 이뤘어요. 저에게는 언제나 스타 같은 존재였거든요. 결과적으로 '엄정화에게 부끄럽지 않은 앨범을 만들었다' '엄정화를 지켜줬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요즘에는 '비비'라는 친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SBS <더 팬>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 봤는데, 표현력이 좋고 굉장한 에너지를 가졌어요. 이미 소속사가 있는 친구라 마음을 접었지만 언젠가 제대로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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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사고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해요?
특별히 금지 사항을 만들진 않아요. 그보다 아티스트와 신뢰 관계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걸 그룹을 준비 중인데 K팝 신에 있는 아이돌 관리 매뉴얼을 따르고 싶진 않더라고요. 자유롭게 사랑하고 이별을 겪어봐야 노래할 때도 감정이 쌓이잖아요. 하지만 어린 아티스트들을 직접 관리하는 직원 입장은 또 다르겠죠.(웃음)

걸 그룹 준비 중이라고요?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아직은 준비 단계예요. 활동명도 데뷔곡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성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콘셉트로 나가자는 방향성은 잡았어요. 남성의 시선에서 보는 섹시함이나 귀여움을 강조하긴 싫더라고요. 색깔로 따지면 핑크나 레드보다는 블루, 바이올렛 계열이랄까요. 내년 초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소속 아티스트가 상당히 많아요. 관리하기 힘들진 않나요?
1년에 한두 번은 같이 소주 한잔 마셔야 하는데 소속 아티스트가 50명이 훌쩍 넘다 보니 한 100번은 나가야겠더라고요.(웃음) 아티스트나 직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땐 약속 없이 제 방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위스키 한 잔을 건넵니다. 너의 이야기에 특별히 관심이 있고 진정성 있게 들을 준비가 됐다는 의미죠.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성공 비결이 뭘까요?
서장훈과 이수근의 합이죠. 그걸 만들어준 여운혁 사장의 힘이 컸고요. 과거에 MBC, JTBC를 거치면서 여운혁 사장이 기획했던 <황금어장> <무한도전> <아는 형님> 등만 봐도 캐릭터 쇼의 장인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사람을 꿰뚫는 통찰력이 탁월해서 서장훈과 이수근이라는 최고의 호흡을 만들 수 있던 게 아닐까요? 서장훈은 애초에 <무엇이든 물어보살> 콘셉트를 싫어했습니다.(웃음) 선녀 옷을 거부했거든요.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밀어붙였어요. 다행히 시청자 반응도 좋고 유튜브 수익률도 높은 편이에요.

예능인 서장훈은 어떤 사람입니까?
서장훈을 보며 똑똑한 사람이 운동도 잘한다는 사실을 느껴요. 강호동 씨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 출신 방송인들이 전부 똑똑하잖아요. 미스틱스토리에서는 정통 가수나 배우 이외에도 자기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에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서장훈, 기안84, 오영주, 김이나 작사가 등이 그런 케이스죠.

방송인이자 아내 김이나는 어떤가요?
처음에 저는 방송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얼굴이 알려지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고통이 있잖아요. 하지만 최근엔 인정하고 있어요. 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콘텐츠가 돼가고 있더라고요.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손꼽히기도 하고요. 제가 몰랐던 매력적인 모습도 더 알게 됐어요. 방송인이 아닌 아내로서는 동지 관계라고 말하고 싶네요. 사랑이 식어서 동지애라고 표현하는 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의지와 도움이 돼요. 저는 비혼주의자였는데 아내 앞에서 그 소신이 무너졌죠.(웃음)

향후 프로듀서로 다시 활동할 계획도 있나요?
회사가 성장해서 떼돈을 버는 것보다, 제가 제작한 음반이 훗날 대한민국 100대 음반에 드는 것이 더 큰 꿈이에요.(웃음) 시간이 지나 미스틱스토리 대표이사 자리에서 은퇴하더라도 프로듀서로서는 은퇴하고 싶지 않아요. 한 70세까지는 계속 음반을 만들고 싶네요.

미스틱스토리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콘텐츠가 일관된 색을 갖고 꾸준히 나오면 브랜드가 되고 결국 플랫폼화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 상관없이 사람들이 찾게 되잖아요. 우리의 콘텐츠를 브랜드화, 플랫폼화하는 게 목표 중 하나예요. 장기적인 목표를 구상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하자'는 초심을 꼭 유지하려고 해요. 그 마음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어요. 큰 질서 안에서 자유분방한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규모가 커져도 미스틱스토리만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김정선
2020년 09월호
2020년 09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김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