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웅
<우먼센스>를 창간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뭔가요?
책을 읽을 독자, 즉 우리의 소비자가 누구이며 어디 있느냐를 가장 먼저 생각했어요. 그건 잡지를 만드는 내내 가장 마음에 둬야 할 부분입니다. 당시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센스 있는 여성, 젊게 사는 주부'였고 그들을 대상으로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독자가 가장 관심을 가질 인물과 정보만을 담으려고 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당시 출간되던 여성 잡지와 전혀 다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올림픽과 함께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였고, 그래서 제호도 영어를 사용해 '우먼센스'라고 정했습니다. 패션과 인테리어 사진이 잘 보여야 된다고 생각해 다른 잡지와 달리 판형도 키웠고요. 무엇보다 매달 <우먼센스>만 다룰 수 있는 특종과 단독 기사를 하나씩은 진행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창간 후 <우먼센스>에 대한 반응이 어땠나요?
10만 부를 찍었는데 매진이 돼 그 이후로도 3쇄를 더 찍었어요. 창간호로 18만 부가 판매됐어요. 초기 창간할 때 CF도 찍었을 정도로 다른 잡지와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했고, 매달 이슈가 되는 기사와 기획이 주효했어요.
지금의 <우먼센스>는 어떻게 해야 더 특별해질까요?
모바일에서 영상으로, 유튜브에서 틱톡으로 당대 주목받는 플랫폼은 계속 바뀝니다. 그렇다고 이전 플랫폼이었던 잡지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접근 방식이 다르고 기획이 다르면 됩니다. 늘 독자를 염두에 둔 <우먼센스>만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 매체 중 하나'가 아니라 '바로 그 매체'가 돼야 하는 거죠.
이형옥
<우먼센스>의 성공 요인은 뭘까요?
<우먼센스>만의 특별한 기사를 발굴하고 기획했던 것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모든 매체가 5공 비리 등 정치 관련 비화를 다뤘죠. 그런데 <우먼센스>는 창간호 특별 이슈로 MBC 라디오 <여성시대>와 함께 교사 촌지 문제에 관한 기획을 했어요. 주부가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무얼까 논의해 정한 거죠. 다른 잡지에 비해 생활 기사에 관한 비중도 키웠어요. 취재 톱 기사가 있으면 생활 톱 기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창간호 생활 톱 기사는 '키친대연구'였어요. 또 하나의 성공 요인으로는 특종 기사들이에요. 다른 잡지에 비해 매호 특종이 있었는데 각 분야를 망라했어요. 삼성가를 비롯한 재벌가 부인들 인터뷰를 시리즈로 실었고, 그 아들딸들의 결혼 및 파경 독점 공개, 방송인 박성범·신은경 극비 재혼, 백지연 결혼, 삼성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최초 인터뷰 등 지금도 막 떠오르네요. 편집팀 기자들도 <우먼센스>가 못하면 아무 데서도 못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죠.
지금의 <우먼센스>를 위해 한 말씀해준다면.
지금은 특종이 쉽지 않은 때예요. 그럼 무얼 하면 좋을까요. 요즘 여자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다루면 돼요. 당대의 이슈를 잘 파악하고, 인생에서 누구나 겪거나 관심을 갖는 문제를 선정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 취재하는 거예요. 이슈가 되는 드라마를 등장시킬 수도 있고, 심리적인 문제를 다뤄볼 수도 있겠죠. 독자에 대해 탐구하다 보면 길이 보입니다.
이은숙
편집장을 맡았을 당시의 <우먼센스>는 어땠나요?
당시엔 해외 라이선스 잡지의 출간과 새로운 형식의 국내 잡지 창간 등 기존 잡지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때로, 책만 잘 만들면 팔리기 마련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매체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고요. <우먼센스>의 생활팀장을 하다가 편집장이 됐는데, 책을 사는 이유는 취재 이슈 때문이지만 오래 보는 이유는 생활 기획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운영했습니다.
현재의 <우먼센스>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우먼센스>는 이야기책입니다. 팩트와 이야기와 의견이 글로 표현될 수 있는 매체지요.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감동과 사연을 만들어보세요. 필력 있는 필자를 찾아 좋은 글도 실어보고요. 어쨌든 독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기삿거리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또 매달 마감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좀 더 길게 보고 <우먼센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도요.
이창훈
기자, 편집장, 본부장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우먼센스>를 경험했네요.
기자 때는 인터넷이 시작되기 전이라 <우먼센스>가 명실공히 1등 매체였어요. 취재만 잘하면 됐습니다. 매달 홍보하겠다, 인터뷰하겠다는 요청이 줄을 섰어요. 2009년 다시 돌아왔을 당시는 모바일과 디지털의 영향으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때입니다. 매체 파워를 올릴 수 있는 것들을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였죠. 그때부터 비즈니스 파트를 신설하고 CP와 K-Queen 콘테스트 등 다양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우먼센스>를 만들고 싶었나요?
편집장이 됐을 때 지인이 여성 종합지는 시끄러워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기사가 나간 후 난리가 나고, 후속 기사가 계속 등장하고, 법정 소송까지 갈 만한 첨예한 이슈도 생기는 게 당연하다고요.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여성지와 스포츠신문이 다양한 특종을 다루는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 역할을 인터넷 매체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독점할 수 있는 기사는 끝까지 파고. 화제가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다른 미디어가 못 다루는 뒷면을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경아
<우먼센스>에 합류한 계기는.
종합 여성지는 취재나 가십이 강한 잡지로 알고 있었는데, 오랜 기간 걸 매거진을 만들어온 경험을 살려 새롭게 <우먼센스>를 리뉴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 시절 젊은 독자가 지금은 <우먼센스>의 독자가 됐을 거란 믿음으로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잡지를 만들려고 했죠. 영맘을 타깃으로 해 그들의 진짜 관심사를 담으려고요.
어떤 식으로 리뉴얼 작업을 했나요?
우선 패션과 뷰티를 강화했고 사진도 좀 더 젊은 분위기로 진행했어요. 취재 기사나 가십을 다루는 방식도 단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감각적인 30대 중반 주부들이 공감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주제를 정하고 기사 톤도 정리했죠. 이전의 독자가 아닌 현재의 독자에 맞춰 지금까지 관성적으로 다루는 것들을 변화시키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