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재료와 전통주에 빠진 조셉 셰프
레스토랑 '에빗'
호주에서 온 셰프 조셉 리저우드가 이끄는 레스토랑 '에빗'은 한국의 식재료와 식문화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오픈한 지 일 년 만에 미쉐린 원 스타를 받았다. 호주에서 태어난 조셉 셰프는 미국의 유명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인 '프렌치 런드리'를 비롯해 영국의 '레드버리' 등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다가 2016년, 전 세계의 식문화를 몸소 느끼기 위해 팀을 꾸려 길을 나섰다.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그의 팀은 매달 새로운 나라로 3주간 여행을 떠난 뒤 마지막 주에는 느끼고 배운 것을 선보이는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그들이 간 도시만 해도 뉴욕, 샌프란시스코, 타이베이, 호치민, 방콕, 베이징,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서울 등 11개국 16개 도시에 달한다.
그 많은 도시 중에서도 서울에 정착한 이유는 한국의 식재료와 독특한 식문화에 매료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 "팝업 레스토랑 경험은 제 인생에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음식이라는 렌즈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식문화에 더 깊이 있는 시각으로 다가가려는 그는 전국을 돌며 식재료를 찾고 장 담그기를 배웠다. 최근에는 죽순과 해삼, 산초잎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조셉 셰프는 한국의 식재료를 찾으러 다니며 이를 활용한 음식을 페어링하기에는 전통주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왼쪽부터) 곳곳에 진열된 전통주. /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식초 등 발효와 숙성에 빠져 있다.
전통주에 빠진 외국인 셰프
조셉 셰프가 처음 매력을 느낀 한국의 전통주와 음식은 막걸리와 파전.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막걸리의 부드러움과 살짝 발효된 맛이 파전과 정말 잘 어우러졌어요." 그는 한국 술이 오랜 역사와 깊은 맛에 비해 저평가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레스토랑 에빗은 단품 메뉴 없이 단일 코스 메뉴만을 제공하는데 각 코스마다 어울리는 전통주를 제공하는 전통주 페어링 코스가 준비돼 있다. 이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셰프들과 전통주 소믈리에가 매번 새로운 전통주를 테이스팅한다. 레스토랑 에빗에서 전통주를 음식에 페어링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밸런스. 음식 본연의 맛을 누르지 않고 북돋울 수 있는 술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에빗의 시그너처 메뉴는 우렁이와 무스를 깻잎에 만 것에 흑임자 퓌레와 깻잎 오일을 곁들인 것으로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와 매칭한 술은 우렁이쌀로 만든 우렁이쌀 청주, 깻잎 등의 향이 강한 디시여서 청주와의 매칭이 잘 어우러졌다. 청주는 최근 조셉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전통주 종류이기도 하다. "깨끗하고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더워지는 지금 계절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여름을 맞아 에빗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디저트는 '참외', 소르베로 만든 참외에 방아잎 파우더, 방아오일, 방아잎 커스터드, 참외 피클, 화이트 초콜릿을 켜켜이 쌓고 참외 그라니타를 올린 디시다. 여기에는 25도의 이강주를 페어링한다. 보통 수육이나 보쌈 등에 곁들여 먹는 이강주이지만 조셉 셰프는 이강주가 지닌 우아한 배의 풍미와 생강의 향긋함, 달콤한 꿀의 맛이 디저트 술로 좋고, 또 참외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저희는 가장 기본적인 한국 식재료, 혹은 한국의 음식 테크닉에서 음식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푸아그라나 트러플과 같은 식재료를 기본으로 메뉴를 만든다면 더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런 작업이 재밌게 느껴지지 않아요. 셰프는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통주를 페어링하는 것도 파인다이닝 셰프, 그것도 외국인 셰프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더 많은 이가 한국 전통주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기를 바란다.
(왼쪽부터) 오픈 키친이 돋보이는 매장 내부. /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무농약 찹쌀로 빚은 우렁이쌀 청주는 찹쌀의 단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 우렁이쌀 청주와 매칭한 '깻잎과 우렁이' 디쉬. / 여름 코스의 마지막은 참외 디저트와 이강주의 페어링을 선보인다.
전통주와 음식의 마리아주
전통주 맛집
쌀, 물, 누룩만으로 만드는 솟대막걸리와 고구마의 풍미가 여운을 주는 고구마 탁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보쌈과 잘 어우러진다.
솟대막걸리 양조장
주점 한쪽에 위치한 작은 양조장에서 직접 6가지의 막걸리와 탁주, 약주를 만들어내는 솟대막걸리 양조장은 이곳만의 전통주 외에도 다양한 전통주와 주인장의 손맛으로 전통주 마니아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때에 따라 전통술 빚기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신림로 305 영업시간 오후 4시~새벽 1시(금·토요일 새벽 2시까지, 일요일 밤 12시까지) 메뉴 양조장 수육 소 1만2천원, 솟대막걸리 9천원 문의 02-872-9156
'역전주'는 감미료나 설탕을 쓰지 않고 쌀만으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쌀 함량이 높다. 쌀의 풍미가 진해 불 향이 그윽한 바싹불고기, 부드럽고 맵싸한 산낙지구이와의 조화가 뛰어나다.
역전회관
1962년 서울 용산역 앞에서 시작해 마포로 이전한 지금까지 대표 메뉴인 바싹불고기로 명성을 이어가는 곳이다. "역사와 명성에 걸맞은 우리만의 전통주를 개발해보자"는 취지로 두 세대가 함께 몇 년간 공부, 연구한 끝에 양조장을 세우고 쌀과 누룩, 물만으로 빚은 전통 막걸리를 직접 만들고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37길 47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주말 오후 9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오후 3~5시(평일) 메뉴 바싹불고기 3만1천원, 산낙지구이 4만5천원, 역전막걸리 소 5천원·중 8천원·대 1만5천원 문의 02-703-0019
경성과하주는 포트와인과 비슷한 우리 전통 주정 강화술이다. 윤서울은 이 복합적인 맛의 술에 재료의 단순함을 살린 나이테 감자전을 매칭했다.
윤서울
일식과 프렌치를 전공하고 전문 외식 컨설턴트로 일하는 셰프가 오픈한 전통 주점으로 유명한 '산울림 1992'의 대표와 함께 전통 한식 주점 겸 한식 다이닝으로 전통주와 페어링이 잘 어우러지는 안주를 위주로 메뉴를 구성했다. 직접 자가 제면한 면으로 만든 트러플 국수부터 송아지 흉선과 모렐 버섯을 더한 도가니, 와규 설도 크로켓까지 진귀한 재료의 맛을 살린 안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주소 서울 마포구 홍익로2길 31 영업시간 오후 5시 30분~11시(일요일 휴무) 메뉴 나이테감자전 1만5천원 문의 02-336-3323
젊은 양조장 '구르마양조장'에서 만든 '만남의 장소'는 보디감과 산미가 뛰어난 탁주다. 건포도와 꿀, 레몬, 생강, 바질, 후추 등의 풍미가 나는 강한 개성으로 인기다. 미주가 대표는 여기에 이베리코 갈빗살 구이를 매칭했다.
미주가
전통주를 좋아하는 젊은 대표가 '왜 우리 술을 파는 곳의 분위기는 다 비슷할까'라는 생각으로 직접 차린, 작은 위스키 바를 연상시키는 전통주 바. 대표의 취향에 따라 발효주나 산미가 두드러지는 맑은 술, 막걸리 등의 라인업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1차보다는 2·3차를 하러 오는 단골손님이 많은 곳으로 간단한 안주와 전통주를 매칭하는 이도, 전통주만 마시는 이도 많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신림로 305 영업시간 오후 4시~새벽 1시(금·토요일 새벽 2시까지, 일요일 밤 12시까지) 메뉴 양조장 수육 소 1만2천원, 솟대막걸리 950ml 9천5백원 문의 02-872-9156
전통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주점
안씨막걸리
한국 술집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한식 다이닝 겸 전통 주점으로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안주와 전통주를 매칭해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3 영업시간 오후 6시~밤 12시(금·토요일 새벽 1시까지) 메뉴 살짝 구운 고등어 2만4천원, 풍정사계 2만7천원 문의 010-9965-5112
백곰막걸리&양조장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우리 술을 선보이는 곳으로, 제철 재료로 만든 안주와 다양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8길 39 영업시간 오후 5시~밤 12시(금·토요일 새벽 1시 30분까지, 일요일 휴무) 메뉴 속초 오징어김치전 2만2천원, 야들야들 제주돼지 수육 3만3천원 문의 02-540-7644
학술적연구소
모던한 공간에서 우리 술과 독특한 안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 높은 전통주 주점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보문로1길 7-4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1시(토요일 오후 5시부터, 일요일 휴무) 메뉴 채끝스테이크 3만5천원, 닭볶음스튜 2만5천원 문의 070-8814-8101
산울림1992
전통주 마니아층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오래된 주점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낸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9길 60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1시 30분(일요일 오후 3시~밤 12시) 메뉴 반상(한우내장찜 + 한우육사시미 + 수비드된장맥적 + 눈개승마절임) 4만1천원, 치즈감자전 2만2천원 문의 02-334-0118
전통주 체험부터 구입까지
전통주 양조장& 체험장
은은한 탄산이 특징인 백련 생막걸리.
신평양조장
3대째 술을 빚어온 명인이 있는 신평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대표 술인 '백련 막걸리'와 '백련 맑은술'은 제품의 발효 과정에 백련잎을 첨가해 술을 빚는데 고려시대 사찰에서 마시던 술인 백련곡차에서 계승된 것으로 맑고 깨끗한 맛을 낸다. 이곳에서는 상시 시음과 양조장 관람이 가능하며 막걸리 빚기와 막걸리 소믈리에 클래스, 증류주 체험, 누룩전 빚기까지 4가지 체험 프로그램은 15명 이상 단체의 경우 신청 가능하다.
주소 충남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영업시간 평일 오전 10시~오후 4시 문의 041-362-6080, www.koreansul.co.kr
100% 국내산 햅쌀과 송순, 솔잎과 지리산 암반수로 빚은 솔송주는 도수가 높지 않아 한식 식전주로도 잘 어울린다.
명가원
함양 개평마을 하동정 씨 집안에서 500년간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전통 프리미엄 약주 '솔송주'와 이를 빚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27호,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35호 명인 박흥선 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명가원'의 솔송주 문화관에서는 모든 제품을 시음해볼 수 있다. 고즈넉한 고택에 자리 잡아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으며, 3~10월 15명 이상 단체에 한해 전통주 칵테일 만들기 체험과 소주 고리 증류주 내리기 체험을 예약할 수 있다. 6월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어떻게 운영될지 모르니 미리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소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지곡창촌길 3 홈페이지 www.solsongju.com 문의 055-963-8992
다양한 한국의 전통주를 볼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
전통주 갤러리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 전통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한 홍보공간 '전통주갤러리'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상설 전시·홍보로 전통주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체험 시음 프로그램을 진행해 전통주를 직접 마셔볼 수 있다. 무료 시음회는 매달 달라지는 전통주 5가지로 구성되는데, 온라인을 통해 미리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예약 후 방문하면, 간단한 전통주 안내와 함께 '이달의 시음주 5종'을 시음할 수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로 외국인을 위한 시음회도 진행하니 홈페이지를 확인하자.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5길 51-20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http://thesool.com/gallery/about_gallery/ 문의 1644-5690, soolgallery2@gmail.com
히비스커스와 석류의 향이 돋보이는 '걍즐겨'.
DOK 브루어리
서울시 수유동에 위치한 '캐주얼 전통주 양조장' DOK 브루어리는 젊은 청년들이 막걸리를 빚는 공간이자 직접 마셔볼 수 있는 펍이다. 이곳 대표는 덴마크에서 맥주 양조를 배운 특이한 이력을 있는데, 이곳의 막걸리는 전통적인 방법을 따르되 누룩과 함께 맥주 효모를 섞어 발효해 더 풍부한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는 술을 주문해 간단한 안주와 즐길 수 있으며, 인스타그램으로 예약 시 직접 술 빚는 과정을 볼 수도 있다.
주소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455 영업시간 오후 4시~밤 12시(토·일요일 오후 2~11시) 문의 인스타그램 @dokbrewery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양조장
더한주류
매실을 사용한 술만을 내놓는 더한주류. 황매실을 중류해 풍부한 과일의 향을 담아낸 서울식 진(gin)을 표방하는 '서울의 밤'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전통주 중 하나다. 구입처 www.thehan.kr
솔아원
한국 전통의 포트와인이라고도 불리는 조선 최고의 명주 '과하주'를 복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든 젊은 양조장. 네 종류의 과화주와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구입처 soolawon.modoo.at
구름아 양조장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핫한 전통주 '사랑의 편지'와 '만남의 장소'를 만들어내는 곳. 이들의 술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예약이 필수다. 구입처 인스타그램@gurumabrewery
한강주조
서울에서 재배한 '경복궁쌀'을 주원료로 성수동에서 빚어내는 나루 생막걸리로 인기가 높은 젊은 브루어리. 산뜻하고 매끄러운 맛의 막걸리로 주목받고 있다. 구입처 hangangbrew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