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치유란 무엇인가?
빌딩이 높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살고 있다면 한 번쯤 탁 트인 공간으로의 나들이를 꿈꿀 것이다. 주말 등산이나 하이킹은 가볍게 즐기기 좋지만, 리프레시 효과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몸이 온전히 이완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숲으로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간단한 산책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산림치유지도사가 주도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활용해보자. '치유'라는 단어 때문에 치료 개념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전문가에게 숲을 즐기는 최적의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넓은 의미로 산림 치유는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다양한 요소란 산림의 경관, 산소, 소리,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 등의 치유 인자다. 우리가 숲에 들어서는 순간 몸이 차분하게 이완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 치유 인자들 덕분이다. 산림을 둘러싼 요소들은 이렇듯 우리 몸에 좋은 영향력을 미친다. 숲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신체 면역력이 향상되고 눈의 피로가 풀린다. 특히 생명력이 느껴지는 여름의 초록 숲은 항염·항산화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음이온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더욱 강해진다. 피톤치드와 음이온, 이 두 가지 치유 인자는 산림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일상 속 소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데, 산림의 잔잔한 소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줄인다. 이는 정서적 안정감 회복으로도 이어진다. 우리 일상을 감싸는 우울, 긴장,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은 몸을 수축시키지만 산림에서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뇌 활동을 안정시켜 심리적으로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산림 치유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맑은 공기다. 산림은 도심보다 산소 농도가 높고 미세먼지도 적다. 체내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뇌 기능이 활발해진다. 이렇듯 산림에 오래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자연 치유 능력이 강화된다.
산림의 진짜 매력
대한민국의 63%는 산림으로 이뤄져 있다. 전체 인구 중 한 달에 한 번 정도 산행에 나서는 인구는 1,800만.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산행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약 2,500만에 이른다. 산행 인구의 주요 연령은 18~29세가 약 13%, 30~40세가 약 14%, 41세 이상이 73%다. 2015년 발표된 한국트레킹 지원센터 설문 통계에 따르면 41세 이상 연령이 산행을 하는 목적으로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꼽았다. 하지만 건강을 찾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크고 작은 부상을 얻는 경우도 많다. 부지런히 걷는 것만이 운동 효과를 증진시킨다는 편견 때문이다. 자연 그리고 산림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안다면 제대로 된 삼림욕 효과를 얻을 것이다.
자연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듯, 산림 치유 역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중환자부터 심신의 회복과 휴양, 생활 습관 개선을 원하는 일반인까지 신체적 건강과 면역력 향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합하다. 실제로 숲에서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의 체험 수기 115편을 직접 분석한 결과, 숲 치유 과정에서 경험하는 핵심 심리 현상은 '행복감' '편안함' '깨달음' 등이었다. 산림욕 후에 혈압이 낮아졌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전두엽의 활동성이 감소했다. 우울, 불안, 혼란, 분노 등의 수치도 낮아졌다. 자연은 심리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조성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집중력과 주의력이 향상되고 신체적 건강과 면역력을 강화시킨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 33편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결과, 대상별로는 환자군보다는 일반인에 대한 효과가 가장 크고, 생애 주기별로는 노년기에 효과가 가장 크다. 계절별로는 봄에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 강화
INTERVIEW
산림 치유 초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윤정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답했다.
Q 산림 치유가 왜 필요할까?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기계와 기구의 발달로 삶은 더 편리해지고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은 연장됐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삶의 질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러한 신체적·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 산림 치유다. 숲이라는 천혜의 환경 속으로 들어가 초록의 색깔과 명랑한 햇빛, 유쾌한 자연의 소리에 노출된다면 질병의 원인으로부터 벗어나 건강을 되찾게 될 것이다.
Q 외국에도 산림 치유 사례가 많나? 해외에서는 산림 치유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도시에서 피폐해진 건강을 회복하는 데 숲이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에도 공감하고 있다. 특히 크나이프 요법(냉수욕 등을 이용한 자연 치료 요법)의 발상지로 유명한 독일 바트뵈리쇼펜 마을은 다양한 산책 코스가 설계돼 있어 질병의 종류나 대상자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또 전문 강사의 인솔하에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본에서는 '산림 테라피'라는 용어로 산림 치유 활동이 이루어진다.
Q 국내 수요는 얼마나 되나? 2009년 한국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61.1%, 환자의 75.2%가 산림 치유의 효과를 인지하고 있으며 환자의 77%는 장기 체류가 가능한 산림 치유 시설의 설치를 요구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8년에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 사회가 됐다. 평균수명은 80세를 훌쩍 넘겼다. 이와 함께 국민의 만성 질환 유병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우울, 스트레스, 인지장애 등의 정신적 피로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림을 활용한 건강 증진 시설의 수요는 국가적으로도 반드시 확산시켜야 할 중요한 부분이며 대상자의 측면에서도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Q 산림치유지도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산림치유지도사는 산림을 활용한 대상별 맞춤형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하고 산림 치유 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자격의 전문가다. 즉 일반적으로 숲을 찾아 산책하는 것에 그친다면 전문가는 우리가 지닌 특성(연령, 성별, 직업군, 신체적·정신적 질병 등)에 따라 숲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즐길 것인지를 안내한다. 단순히 나무가 어떻다, 풀이 어떻다, 꽃이 어떻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특성과 숲의 특성을 연결해 숲이 치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전문가가 바로 산림치유지도사다.
Q 독자들이 가볼 만한 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면? 우리나라에는 조성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58개소의 치유의 숲이 있고, 174개소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치유의 숲이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산림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산림이다. 산림청 홈페이지의 '휴양복지' 메뉴를 찾아가면 치유의 숲 주소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를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국립산림치유원과 횡성·장성·칠곡·청도·대전 숲체원의 이용 예약을 할 수 있다.
생애 주기별 산림 치유의 효과
정부는 산림 치유의 효과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20여 년간 금연, 절주, 운동, 영양 등의 주요 건강 행태 개선 사업을 위주로 건강 증진 정책을 펼쳐왔으나 고령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산림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이기에 이를 적극 활용하기 좋은 환경이다. 국가적 안정 상황 속에 국민의 소득이 증대하면서 힐링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으며, 산림치유지도사를 비롯해 다양한 산림 관련 전문 인력도 시스템을 통해 양성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는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체계'를 구축해 산림 정책의 방향을 전환했다.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란 출생기부터 회년기까지 생애 주기에 따른 복지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이클을 구축해, 산림 복지의 계층 간 차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즉 정신적·육체적 건강과 사회적 안녕을 위해 산림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자연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의 첫 번째 순위는 임산부를 위한 '숲 태교'다. 숲 태교란 음이온, 피톤치드 등 숲의 치유 인자를 활용해 임산부의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 증진, 태아의 건강 도모를 돕는다. 대상은 예비 임신부 또는 16~32주 사이의 임신부다. 프로그램은 부모-태아 애착 증진, 임신부 자기관리 역할 강화, 태아 발달 과정 지지, 분만 자신감 획득, 임신부 정서 안정으로 구성된다.
두 번째는 영·유아를 위한 '유아 숲 체험'이다. '유아 숲 체험'은 아이가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만 1~5세의 영·유아로 종일형, 가족형, 특수교육 대상자 등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세 번째로는 청소년을 위한 '숲속 캠프'로 청소년기에 배출되는 건강한 에너지를 순수한 방향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전 연령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숲 해설, 숲 오감 체험, 숲길 트레킹, 자연 공예, 산림 직업 체험 등이다.
네 번째는 청년들을 위한 '산림 레포츠'다. 건강한 여가 문화를 조성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며 산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산악자전거, 산악마라톤, 산악스키, 산악승마, 암벽등반, 오리엔터링, 패러글라이딩 등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섯 번째로는 중·장년층을 위한 '산림 휴양'이다. 개인은 물론 가족 개념의 산림휴양 문화로 확대하고 있다.
여섯 번째로는 노년을 위한 '숲 요양'으로 질병을 관리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물요법, 정신요법, 기후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 식물요법 등 산림 치유 6대 요법을 활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산림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연령대 상관없이 참여 가능하다. 당일치기 프로그램부터 일주일 이상 체험 가능한 장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생애별 여섯 단계를 거쳤다면 마지막으로는 '수목장'에 이른다. '수목장'은 화장(火葬)된 골분을 수목 뿌리 주변에 묻어 그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섭리에 근거한 자연장의 한 종류다. 수목장의 보급 및 확대로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고 묘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는 것, 작은 장례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수목장'에 대한 기대 효과로 언급되고 있다.
2020년 <나눔의 숲 캠프> 참가자 모집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2020년 3분기 '나눔의 숲 캠프'를 진행한다. 사회경제적·정책적 취약계층 대상으로 산림 교육·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서적 안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자 하는 취지다. 운영 기간은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며 국립 횡성·칠곡·장성·청도·대전숲체원·국립대관령·양평·대운산·김천·예산·곡성·제천 치유의 숲 등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모집 대상 및 신청 방법, 선정 기준 등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