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 한식과 와인의 마리아주
서울리안 SEOULIAN
서울의 핫플 성수동에서도 주택가에 자리한 '서울리안'. 뭔가 서울을 대표하는 느낌의 클래식한 이름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니 파리 어느 골목에 있을 법한 빈티지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아니다 다를까,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이 최근 오픈한 와인 바로 그의 남다른 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 온 스테인드글라스 유리문과 크리스털로 만든 조명은 공간의 포인트로 충분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생화마저도 평범함을 거부했다. 한편에 자리한 작은 와인장의 와인은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 셀렉트한 정성이 느껴진다.
와인에 대한 부담 NO, 음식에 대한 격식 NO
와인 마니아로 업계에서 정평이 난 박태윤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이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고, 안주에 대해서도 경직되어 있는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물론 전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면 와인이 혀끝에 전해지는 차이부터 음식과의 페어링까지 디테일하게 따져야겠지만, 평소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와인 전문가, 음식 전문가가 아닌 와인과 음식을 수준 이상으로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죠. 그래서 지금 함께 바를 운영하는 고인하 디렉터를 만나게 됐고요."
박태윤 대표와 고인하 디렉터는 와인 셀렉트부터 음식 페어링까지 온전히 둘이서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은 음식의 간이다. 한식 베이스를 추구하지만,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양념이 많은 한국 음식과 달리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집중한다. 특히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식재료 공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직접적인 양념보다는 원재료에 더해 먹는 드레싱과 같은 조화를 선호한다.
"이런 음식이 한국의 음식이라는 것을 저만의 스타일로 알리고 싶어요. '서울리안'이라는 이름으로 방콕이나 싱가포르 등 트렌디한 나라에 오픈하는 게 꿈이거든요. 그러기 위한 발판이 바로 지금 이곳이랍니다."
앞으로 펼쳐질 더 멋지고 맛있고 즐거운 일들을 박태윤 대표 스스로 기대한다고.
추천! 봄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나른한 봄에는 기분 좋은 탄산과 상큼한 화이트의 느낌이 좋겠다. '졸리 페리올 펫낫'은 '자연적인 거품'의 줄임말답게 입안에 탄산기가 엷게 퍼진다. 이것만으로도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페어링한 음식은 '가리비찜'이다. 특별한 조리법 없이 가리비만으로도 식감과 향이 좋고, 펫낫의 탄산기가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고수 오일을 뿌려 입안에 임팩트를 더했다. 또 다른 메뉴는 '봄채소면'. 접시 가득 쌓아 올린 봄채소만으로도 비타민을 투여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싱그럽다. 채소 아래 담백하고 탄력 있는 면발과 간장양념의 어우러짐이 부담 없으면서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봄과 어울리는 와인과 음식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서울리안 추천!
봄에 어울리는 와인 리스트
(왼쪽부터) 루이 로드레(브뤼 프리미어) Louis Roederer(Brut Permier) 꽃향기 가득한 봄날을 연상시키는 복숭아, 살구 시트러스 향이 잘 어우러져 상큼한 맛과 향을 내는 샴페인. 모지 피노누아 Mozzie Pinot Noir 산뜻하고 싱그러운 맛. 강렬함보다는 연한 듯 흐릿한 맛 자체가 매력적인 소비뇽 블랑. 졸리 페리올 펫낫 Jolly Ferriol Pet Net 가벼운 기포감이 입안에 은은한 잔향을 남기는 내추럴 와인. 테레 디 마르카 프로세코 Terre di Marca Prosecco 유기농으로 재배한 글레라 청포도로 만들어 감칠맛 나는 상큼함이 매력적인 와인.
심플해서 멋진 와인 상차림
위키드 와이프 WICKED WIFE
밝고 단정하고 단아했다. 마치 일본 편집숍이나 카페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위키드와이프'. 과연 이곳이 와인 바인가 싶을 정도로 심플한 공간은 목소리마저 소곤소곤하게 만드는 점잖은 매력이 있다. 그것도 잠시, 자리에 앉아 와인과 메뉴를 보는 순간 반전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와인을 해석하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방식'이라고 소개하는 위키드와이프는 와인 숍과 와인 페어링 바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장 역시 감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 매거진 에디터 출신으로 압도적인 공간의 매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나 이곳만의 위트 있는 페이링은 이영지 대표의 기획력으로 탄생했다고.
위트가 없으면 맛도 없다?!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은 중요하지만, 어렵거나 불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담 없이 즐길 때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알게 되는 법이니까요."
위키드와이프에서는 떡볶이, 냉동만두, 순대, 양념치킨, 짜장라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과의 와인 페어링을 제안한다. 이런 위트 있는 프로젝트 덕에 많은 팬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다음 페어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마리아주는 선물용 세트로도 인기가 높다.
이런 가벼운 반전의 즐거움과 위트뿐만 아니라 한식을 베이스로 그야말로 정성으로 차려지는 한 끼 같은 마리아주도 있다. 이곳의 시그너처기도 한 계절솥밥이 대표적인 메뉴다. 주문 즉시 밥을 지어 약 한 시간 후에 손님 테이블에 오르고, 그날 솥밥의 재료에 따라 와인 페어링도 완전히 달라지는 즉흥적인 즐거움이 있다.
화려함도, 진함도 없는 밝고 부드러운 공간에서 이뤄지는 조용한 듯 즐거운 반전의 위트는 와인 셀렉트에도,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즐거운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나만 아는 비밀 장소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와인과 음식이 무엇 하나 튀지 않고, 불쾌감 없이 맛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프로페셔널한 노력이 기본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매력이다. 티 내지 않고 잘난 척하는 고도의 기술이랄까?
추천! 봄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봄' 하면 피크닉을 빼놓을 수 없다. 공원이, 강변이 아니어도 좋다. 집 앞 놀이터라도, 아파트 베란다여도, 집 옥상이어도 괜찮다. 잠깐의 바깥 공기 속에서 즐기는 와인과 음식이야말로 봄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이벤트이다.
그래서 이영지 대표가 추천한 와인은 '마리에트와 알베릭의 밀리플로르'. 프랑스 루아르의 마리에트와 알베릭이 만드는 밀리플로르는 풍부한 과일 향과 꽃 향이 우아하게 날아가는 와인이다.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까지 살랑거리는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이 와인과 페어링한 음식은 '브로콜리페스토 소스로 맛을 낸 표고버섯 그린누들'. 푸릇푸릇한 브로콜리를 살짝 데친 뒤 호두와 치즈를 갈아 넣은 페스토를 주문 즉시 끓여낸 '거창한 국수'의 부추 누들과 쓱쓱 비벼 먹는 샐러드 누들. 고소함과 싱그러움이 과하지 않게 입안에 퍼지는데, 그 여운이 참 좋다. '그린빈과 방울양배추 오븐치킨 샐러드'는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생올리브에 작은 알알의 모차렐리니 보코치니 치즈, 방울토마토를 섞어 샬롯&화이트 와인 비니거에 숙성한 샐러드다.
위키드 와이프 추천!
봄에 어울리는 와인 리스트
(왼쪽부터)라 퀴베 델아바테 페코리노 La Cuvee DellAbate Pecorino 차갑게 칠링한 뒤 짭조름한 치즈 하나면 바로 봄맞이 피크닉 준비 끝. 마리에트와 알베릭, 밀리폴로르 Mariette et Alberic, Le Mirliflore 풍부한 과일 향과 꽃 향이 우아하게 날아가는 와인.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카보다로카 Cabo Da Roca 기분 좋은 산미와 청량감으로 포르투갈 리스본의 봄바람이 느껴지는 와인. 레노수 Renosu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베르멘티노. 봄 제철 생선인 도미를 올려 지은 솥밥과 함께 먹으면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