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원조 군통령
연예인들의 군부대 방문이 활발해진 건 1960~70년대 베트남전쟁 때부터다. 군통령의 원조를 찾자면 당시 위문 공연을 열었던 연예인일 것. <서울의 찬가> <빛과 그림자> 등 주옥같은 명곡을 남긴 패티김과 <여러분>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의 윤복희, <흑산도 아가씨> <황혼의 블루스> 등으로 범국민적 사랑을 받은 이미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룹으로는 자매가 결성한 ‘바니걸스’가 유명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마릴린 먼로가 미군을 위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1980년대 | 이지연
부드러운 분위기의 발라드로 남심을 훔친 이지연. 록 밴드 ‘백두산’의 멤버였던 유현상의 도움으로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를 세상에 내놓은 것. 그녀는 1970년대에 태어난 X세대들에게 세련된 댄스와 발라드가 혼합된 새로운 느낌의 장르를 선보이며 사랑받았다. 김완선과 양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원조 ‘군통령’으로 통하던 그녀는 현재 셰프로 활동 중이다.
1980년대 | 김완선
1986년 음반 <오늘밤>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김완선은 섹시한 댄스를 앞세워 ‘댄싱퀸’으로 불리며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자 가수들이 춤을 추다가 치마를 약간만 올려도 내무반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던 당시, 요염한 눈빛에 S라인의 몸매로 화려한 춤을 추는 김완선의 등장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녀는 군인 사이에서 ‘화장실 볼일도 멈추게 하는 마성의 여가수’로 통했다.
1990년대 | 투투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로 혼성 그룹 ‘투투’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황혜영은 군인들에게 ‘여신’으로 통했다. 무대 위에서의 깜찍한 외모와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으로 군 위문 공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녀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위문 공연을 갔었는데 서태지가 ‘여기서만큼은 나보다 네 인기가 더 높다’고 말했다”라고 털어놨다.
1990년대 | 강수지
1990년 1집 <보랏빛 향기>로 대한민국 전역을 휩쓴 강수지는 군인들 사이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통했다. 지금까지도 청순가련 여가수의 대명사로 꼽히는 강수지. 당시 그녀의 인기를 능가할 여자 가수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 존재였다. 군 위문 공연에서 강수지의 손짓 하나, 눈짓 하나에 쓰러지는 군인이 수없이 많았다고.
1990년대 | 엄정화
김완선의 뒤를 이어 ‘2세대 마돈나’로 급부상한 엄정화의 군대 내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녀가 군부대를 찾아 히트곡 <포이즌> <배반의 장미> <말해줘> 등을 부르면 군인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따라 불렀다고. 육감적인 몸매와 섹시한 손짓으로 군인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엄정화는 최근에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당시 팬이 아직까지도 팬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 S.E.S
2000년대 초반 군부대를 평정한 여가수 중 1997년 데뷔한 여성 3인조 그룹 ‘S.E.S’를 빼놓을 수 없다. 바다, 유진, 슈로 구성된 ‘S.E.S’는 요정 콘셉트로 단숨에 군심을 사로잡았다. 그들이 부대에 떴다 하면 장병들은 열일 제쳐놓고 무대 앞으로 뛰어나갈 정도였다고. 그중에서도 ‘요정’으로 통하던 유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2000년대 초반 | 핑클
‘핑클’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로 당대 최고의 걸 그룹 ‘S.E.S’의 인기를 단숨에 따라잡았다.‘핑클’의 멤버 네 명이 군 위문 공연을 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장병들과 짝을 이뤄 하루 동안 지내며 국군의 주적 개념과 군인들의 매력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핑클도 아는 국군의 주적>이라는 국방부 만화는 당시 큰 화젯거리였다. ‘핑클’의 군대 내 위치를 짐작케 했다.
2000년대 초반 | 채연
채연의 인기도 막강했다. 그의 아버지가 직업군인인 것이 알려지면서 더 큰 지지를 받았다. 무엇보다 ‘나나나~’라는 중독성 있는 노랫말로 인기를 모은 <둘이서>의 주요 안무인 ‘털기춤’은 역대 최고의 인기를 모았다. 온몸을 이용해 가슴과 허리를 터는 섹시 댄스에 쓰러진 군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채연 역시 군인들의 열광적인 호응과 뜨거운 함성을 받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2000년대 후반 | 지나
지나 역시 군부대 내 톱 가수다. 마네킹 같은 완벽한 몸매에 ‘G컵’의 글래머러스한 매력으로 남성 팬, 그 가운데 군인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것. 특히 베이글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몸매를 강조하는 춤을 추는 <블랙 앤 화이트>가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나 역시 한 인터뷰에서 “장병들의 환호성 때문에 코러스가 필요 없을 정도”라며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 소녀시대
소녀시대는 2009년 <소원을 말해봐>의 무대의상으로 군을 연상케 하는 제복을 선택, 군무(群舞)를 선보이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군대’와 ‘걸 그룹 대통령’이라는 개념이 합쳐진 신조어 ‘군통령’을 만든 주인공. 그 때문에 ‘1대 군통령’이라고 꼽는 의견도 있다. 성시경은 “위문 공연에서는 성시경 20만 명도 소용없다”며 소녀시대의 군대 내 인기를 증명했다.
2000년대 후반 | 싸이
어디 여가수뿐이랴. 군심을 사로잡은 남자 가수도 있다. 바로 싸이가 그 주인공. 재입대로 ‘군대 두 번 간 스타’라는 꼬리표가 장병들에게 측은지심으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싸이는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신나는 무대와 즐거운 입담으로 남다른 군 위문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공연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며 “장병들이 삼겹살로 식사 한 끼 하게 해달라”고 한 일화는 전설로 남아있다.
2010년대 | 걸스데이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귀엽게 다양한 매력으로 가요계를 평정한 걸스데이는 대한민국 국방의 전투력을 책임지는 군통령으로 불린다. <진짜 사나이>에서 유부남 배우 장혁도 입을 벌리게 만든 진정한 군통령이다. 방송에서 보여준 혜리의 애교는 1백만 군심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군대에 이렇게 귀여운 여군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웃지 못할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2010년대 | AOA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은 단연 ‘AOA’. 군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AOA는 소녀시대, 걸스데이, 에이핑크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AOA는 지난해에만 CF 12편를 찍은 대세 중의 대세. 설현의 사진이 붙어 있는 패널 광고판과 포스터 등이 연이어 절도를 당해 대리점마다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요즘 군인들은 ‘설현 앓이’중!
2010년대 | EXID
음원이 나오고 몇 달이 지난 뒤 인기를 얻는, 이른바 ‘역주행’으로 주목받은 EXID도 ‘대세 군통령’이다. 위아래로 허리를 흔들며 뇌쇄적인 눈빛을 발산하는 <위아래>는 군인뿐 아니라 대한민국 남성들의 마음을 모두 훔칠 정도로 강렬했다. 그중에서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하니의 춤은 단연 으뜸. 전국을 <위아래> 열풍으로 몰아넣은 EXID는 지금 군통령 중의 군통령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