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의 바쁜 일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고 오랜만에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다가 무심코 체중계 위에 올라간 순간 그 숫자에 화들짝 놀랐다. 과식과 과음으로 방심했더니 이럴 수가…
연말연시의 바쁜 일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고 오랜만에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다가 무심코 체중계 위에 올라간 순간 그 숫자에 화들짝 놀랐다. 과식과 과음으로 방심했더니 이럴 수가… 우울해진 기분으로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찾다가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싱싱한 고등어를 고른다. 수입산 고등어는 값도 싸고 적당하게 간이 되어 즐겨 찾는 생선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등푸른 생선은 건강에도 좋으니 오늘 저녁 메뉴는 고등어구이다. 살이 통통한 고등어를 그릴에 노릇하게 굽고 간장소스를 곁들인 도토리묵과 야채무침을 준비한다. 잘 익어 아삭한 김장김치와 햅쌀에 각종 잡곡과 콩을 섞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까지, 소박한 저녁상을 차린다. 계속되는 모임으로 하루 정도 음주를 참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가벼운 반주 한 잔은 괜찮지 않을까? 고등어구이에 뭐가 좋을까? 세일할 때 사놓은 칠레산 샤르도네 화이트와인을 오픈했다. 구운 생선에서는 특유의 구수하고 스모키한 향이 나니 와인도 오크 숙성으로 오크 향을 풍긴다면 더 잘 어울린다. 특히 고등어 풍미가 강하고 기름져 화이트와인 중에서도 과일 향이 강하고 풍부하며 보디감이 적당히 있는 것이 좋다. 이런 조건을 갖춘 와인으로 샤르도네가 무난하다. 소비뇽 블랑이나 리슬링 중에서 미네랄 풍미가 강한 것은 고등어처럼 강한 바다 내음을 풍기는 생선과는 부딪칠 수 있다. 반면 가자미와 같은 담백한 흰살 생선 구이나 짭짤한 굴비 구이에는 미네랄이 풍부한 와인도 어울린다. 그러나 소스 없이 담백하게 구운 생선에 레드와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레드와인의 탄닌이 입안에서 생선 특유의 비린 맛과 충돌해 즐겁지 않다. 메로나 연어처럼 간장소스를 사용해 살짝 조리는 요리는 알자스 피노 그리와 같은 화이트와인은 물론 탄닌이 강하지 않은 과일 맛의 가벼운 레드와인을 함께해도 좋다. 이탈리아의 키안티 클라시코나 보르도의 가벼운 기본 등급 와인, 메를로 품종의 캘리포니아나 칠레 와인이 무난하다.가벼운 피노 누아나 11월에 출시되어 잠깐 나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보졸레 누보도 과일 맛이 풍부하고 가벼워서 괜찮다.
간장 소스 베이스의 생선 요리를 할 때 남은 레드와인(특히 달콤한 맛의 포트 와인이면 더 좋다)을 넣으면 생선 비린내도 잡을 수 있고 풍미도 좋아진다.
연말연시라 기름진 음식도 많이 먹고 겨울이라 운동량도 부족한데 칼로리 적고 깔끔한 해산물 요리로 주말 메뉴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겨울이니 해산물의 선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식탁 위에 그릴을 올리고 싱싱한 조개를 종류별로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조개구이를 즐길 수 있다. 이럴 땐 상큼한 화이트와인이나 가벼운 스파클링와인이 제격이다. 미네랄 풍미가 있는 프랑스 상세르의 소비뇽 블랑 와인이나 샤블리가 잘 어울린다. 또한 캘리포니아나 뉴질랜드 또는 칠레산 소비뇽 블랑은 값도 저렴하고 풍부한 과일 향과 함께 상큼한 산미를 느낄 수 있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조개구이와 적절한 궁합을 보여준다. 구이보다 즙이 많고 촉촉한 조개찜도 좋다. 다양한 조개를 찜기에 쪄서 뜨거울 때 먹으면 역시 비슷한 종류의 화이트와인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겨울의 별미로 석화도 빼먹을 수 없다. 생굴의 경우 흔히 굴과 샤르도네로 만든 샤블리를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미네랄 풍미가 너무 강하지 않은 샤블리나 부담 없는 가격의 스페인 화이트와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 요즘 마트에 가면 착한 값에 세일하는 와인이 많다. 와인도 여러 잔 즐기기보다는 음식과 함께 반주로 한 잔 정도 마시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다. 와인을 오픈해서 한두 잔 마신 후 남는 와인은 진공 마개를 이용하거나 작은 유리병이나 생수병에 옮겨 담아 서늘한 곳에 두면 며칠 보관이 가능하다. 요즘에는 마트에 가면 375mL짜리 작은 사이즈의 와인도 많이 나오는데 남길 걱정을 덜 수 있어 좋다.
1. 라포스톨 카사 소비뇽 블랑
가격 3만5천원
종류 화이트와인
원산지 칠레
수입원 레뱅드매일
2. 도멘 생 미셸 퀴베브릇
가격 2만5천원
종류 화이트와인
원산지 미국
수입원 나라셀라
3.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가격 5만6천원
종류 화이트와인
원산지 프랑스
수입원 나라셀라
4. 산타 로사 레세르바 샤르도네
가격 2만4천원
종류 화이트와인
원산지 칠레
수입원 레뱅드매일
5. 얄룸바 y시리즈 리슬링
가격 4만6천원
종류 화이트와인
원산지 호주
수입원 나라셀라
6. 킴 크로포드 피노누아
가격 4만3천원
종류 레드와인
원산지 뉴질랜드
수입원 나라셀라
이인순 씨는
WSA PDP(Wine & Spirit Academy) 원장으로 와인 강의를 하며 다양한 매체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맛있게 구운 고등어에 와인 한 잔을 곁들일 때 가장 즐겁다는 이 원장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연말연시의 바쁜 일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려고 오랜만에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다가 무심코 체중계 위에 올라간 순간 그 숫자에 화들짝 놀랐다. 과식과 과음으로 방심했더니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