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가 되면 문을 여는 기묘한 요리집 ‘심야식당’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심야식당>의 음식은 화려하거나 테크닉 넘치는 요리가 아니지만 마음을 녹이는 감동이 담겨 있다. 뜨거운 밥 위에 어제의 굳은 카레를 녹여 먹는 것처럼 말이다.
카레라이스는 건포도밥과 함께
일본에서는 카레를 하는 날이면 으레 건포도밥을 짓는다. 압력밥솥에 지으면 건포도가 형체 없이 으깨지므로 냄비에 밥을 한다. 건포도밥 위에 카레를 부어 함께 씹으면 향신료의 자극적인 맛 속에 간간이 달달한 건포도의 맛이 새롭다.
“방금 만든 카레보다 하룻밤 재워둔 카레가 더 좋다는 사람이 꽤 있다. 나도 뭐 그렇긴 하지만.”
왜 어제의 카레는 맛있을까?
일본에서는 ‘2일째의 카레가 맛있다(2日目のカレ-は美味しい)’는 말이 예로부터 내려온다. 정말 2일째 카레가 맛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포털사이트에 서칭을 해보면 ‘기분 탓이다’, ‘수분이 증발해 카레 속에 담겨 있는 재료의 맛이 응축해서 그렇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눈 감고 테스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사실 맛이란 주관적이어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하루 지난 카레 국물에는 각종 채소와 고기가 지닌 맛이 배어들어 더욱 농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의 카레는 만화책에 나온 것과 같이 굳은 카레를 뜨거운 밥에 올려 입에서 살살 녹여 먹는 방법이 있고, 식어서 질퍽한 카레에 생크림을 더해 끓이면 맛이 더욱 풍성해져 처음 먹을 때보다 더 맛있다.
“카레는 대단하다. 남이 먹는 것을 보면 왠지 먹고 싶어지니까….”
만화책에 적힌 말처럼 카레의 향을 맡으면 왠지 먹고 싶어진다. 향수를 자극하는 솔푸드(soul food)처럼. 일본에서는 카레가 솔푸드로 손꼽힐 정도로 가정마다 맛을 내는 비법을 가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의 인스턴트 고형 카레에 나만의 어떤 재료를 첨가해 더욱 맛있게 만드는지가 관건이다. 간단한 팁을 알려준다면, 일본식 카레를 만들 때 한 가지 제품의 카레만을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맛을 지닌 카레 제품들을 섞으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토마토 페이스트를 약간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일본식 비프카레 만들기
재료 쇠고기 300g, 감자 2개, 당근 1개, 양파 1개, 월계수 잎 2장, 버터·카레파우더 2큰술씩, 식용유·토마토 페이스트·우스터소스 1큰술씩, 고형 카레 3조각, 소금·후춧가루·청주 약간씩, 물 5컵
1 감자와 당근은 한 입 크기로 썰고 양파는 다진다.
2 쇠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소금, 후춧가루, 청주로 밑간한다.
3 팬에 버터와 식용유를 두른 뒤 양파에 갈색빛이 돌 때까지 볶아 덜어낸다.
4 양파를 볶은 팬에 쇠고기를 겉면만 익혀 꺼낸 뒤 감자와 당근을 넣고 볶아 익힌다.
5 냄비에 쇠고기, 감자, 당근, 양파, 물을 넣어 팔팔 끓으면 월계수 잎, 카레파우더, 토마토 페이스트, 우스터소스를 넣는다.
6 재료가 고루 익고 맛이 어우러지면 고형 카레를 넣고 녹인 뒤 고루 섞는다.
7 소금과 후춧가루를 약간 넣어 1시간 정도 푹 끓인다.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조은정 번역, 미우)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열리는 ‘심야식당’이 있다. 찾아오는 손님은 밤늦게 일을 마친 샐러리맨부터 새벽녘에 돌아가는 스트리퍼까지 모두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심야식당은 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준다. 울면서 들어와 웃으며 돌아가는 신비한 식당으로 스트레스에 지친 모든 사람에게 한 알의 원기 회복제가 되어준다.
쿠킹 스튜디오 ‘MAY’S TABLE’의 대표 메이
건강하고 행복한 요리를 만들고 공부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이며 요리연구가다. 오랜 해외 생활에서 체득한 일본 가정식과 서양 요리를 메이만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로 선보인다. 취미는 요리만화 섭렵하기로 요리만화책만으로 스튜디오 벽면을 꽉 채울 정도다.
밤 12시가 되면 문을 여는 기묘한 요리집 ‘심야식당’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 <심야식당>의 음식은 화려하거나 테크닉 넘치는 요리가 아니지만 마음을 녹이는 감동이 담겨 있다. 뜨거운 밥 위에 어제의 굳은 카레를 녹여 먹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