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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악동 어워드 10

스포츠는 성격을 다듬어주기도 하지만 때론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준다. 빼어난 실력을 가지고 세계 최강이라 불리지만 젠틀하지 못한 성격으로 미움받는 이들이 있다. 야구에서 권투에 이르기까지 <아레나>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미움받는 운동선수 10명을 만나보자.

UpdatedOn April 24, 2006

 

 

레이튼 휴이트
국적:호주·종목:테니스

“테니스 업계에 있는 사람 중 휴이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내 이름을 걸고 말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테니스 스타인 길라르모 코리아는 얼굴에 마마 자국이 있는 이 테니스계의 멍청이에 대해 딱 잘라 말한다. 휴이트는 여전히 믿음이 안 가는 얼굴에 맥도날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네 살짜리 꼬마의 얄팍한 사교술을 지녔다. “그는 남들이 실수할 때만 기다렸다는 듯이 무안하게 만듭니다. 쉴 새 없이 나오는 생각 없는 말들 때문에 그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어요. 사실 휴이트 같은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평생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는 게 낫다고 봐요.” 팬들은 더 이상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호주인은 상대 선수를 무조건 지지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동포들을 “멍청하다”고 평했던 것이다. 휴이트는 열정을 가장한 혐오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는 심판을 ‘뇌성마비 환자’라 부르기도 했고, 흑인 선심이 고의로 상대 흑인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자신의 공을 아웃 선언했다며 심판을 향해 “그와 내가 비슷한 점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식의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호주 오픈 때 후안 이나시오 첼라가 휴이트 쪽으로 침을 뱉었을 때도 그는 관중의 동정을 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첼라가 목표물을 맞히지 못한 걸 유감스럽게 생각했다”고 한 호주 기자는 기사를 썼을 정도.

 

 

 

 

파올로 디 카니오
국적:이탈리아·종목:축구

파올로 디 카니오에 대한 스포츠계의 시선은, 실력은 제법이지만 생각 없는 유머로 제 살 깎아 먹기에 대가라는 것. 파시스트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인 디 카니오는 로마, 유벤투스, 그리고 리보르노 팬들 앞에서 나치가 외쳤던 승리의 경례를 반복했다는 이유로 당국으로 소환되었다. 그러나 그의 말 한 마디가 우리를 더욱 어이없게 했다. 뒤늦게 뭐가 무서웠는지 그는 단지 자신의 팬들을 향해 “헬로”라고 외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말 한 마디가 천냥빚을 두 배로 만들어버렸다. 이탈리아는 진보적인 자유주의의 보루는 아니지만 얼굴을 찡그린 이 인종차별주의자에게 끊임없는 반감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의 바른말 못 하는 입이든, 주인 잘못 만나 제값 못 받는 발이든, 쓸데없이 올라가는 손이든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잠시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어릴 때 라치오의 신나치 ‘울트라스’의 일원이었고 팔에 DVX(무솔리니의 별명인 ‘Duce’의 라틴어 표기)를 새겼다. 그리고 자서전에서 무능한 베니토(무솔리니)가 실제로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그가 기차를 제시간에 운행되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든 비난의 결과로 디 카니오는 팔을 일자로 뻗는 나치식 경례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을 만나 유대인들이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자신이 파시스트이고 인종차별주의자란 것을 창피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야 세상 사는 법을 터득한 것인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다.

 

 

배리 본즈
국적:미국·종목: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좌익수인 배리 본즈 - 야구 사상 가장 위대한 홈런 타자 - 는 왜 미국에서 그토록 인기가 없을까?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팀의 연례 단체 사진촬영을 거부했기 때문에? 아니면 스테로이드를 과다 복용한 상태에서 한 시즌에 기록을 깨는 73개의 홈런을 치고, 지난 4년 동안 세 번의 불시 검문에 통과하지 못하고, 스테로이드가 혈관에 흐르는 것을 감추기 위해 여성용 불임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을 들킨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거짓말쟁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본즈를 따라다니는 이런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야구 전문가들이 그의 성과를 비웃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관습적인 야구 조항에 따르면 타자는 홈런을 치자마자 가능한 한 빨리 베이스를 돌아야 한다. 그러나 본즈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솜씨에 감탄하며 홈 플레이트에 한참 서 있다가 으스대며 베이스를 돎으로써 투수들과 베이스맨들과 관객들을 똑같이 화나게 만들었다. 그의 어이없는 행동은 혹 지구에 있을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덜 되어서가 아닐까. 가끔 우리도 그를 위해 조금만 시간을 내주자. 핫도그나 먹으며, 감동의 끝을 달리는 그의 표정도 봐주며.

 

 

오들리 해리슨
국적:잉글랜드·종목:권투

오들리 해리슨은 2000년에 올림픽 슈퍼헤비급 금메달을 땄을 때 수백만 명이 지켜보게 될 TV 프로그램 - 그의 프로선수 생활을 그대로 담게 될 - 을 계약했다. 그러나 그 수백만 명은 금세 수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그의 놀이가 재미있지 않았던 것. 그를 향한 응원은 이미 야유로 바뀐 지 오래다. 또, 약한 정신력과 우둔한 움직임은 종이 인형만큼이나 맥빠진 모습이다. 해리슨은 한동안 계속 승리를 거두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세심하게 고른 적수들 - 영국 472위, 네 살짜리 소녀, 그리고 중풍에 걸린 눈이 하나뿐인 연금 수령자도 포함되어 있다 - 덕분이었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TV 프로그램 시간만 잡아먹는 다는 주장에 그는 “내가 누구와 싸우건 간에 내 스타일은 상대방이 찍 소리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거만하게 반박했다. 과연 그 찍 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찍’인지 그의 적수들을 보면 콧방귀만 나온다. 혹, 그가 자신을 아주 ‘과소’ 평가해서 나온 ‘과대’한 승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대중들은 그의 대진표를 몰래 체크했다. 지난 12월에 마침내 쓸 만한 선수 - 동료 영국 선수인 데니 윌리암스 - 와 링에 섰을 때 그는 얼굴 앞에 글러브를 들어올린 채로 12라운드를 버티는 추잡한 행동을 보이고 말았다. “권투선수 대접을 받는 건 영광이다. 그리고 나는 오들리 해리슨이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크리스 유뱅크는 말했다. “그에겐 더 이상 그럴 용기가 없다”라고 베리 맥기건은 덧붙였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TV를 발로 차는 동안  런던 Excel 경기장에 모인 수천 명의 유료 관객들은 “저 놈을 끌어내려”라고 소리쳤다.

 

 

앨런 브라질
국적:스코틀랜드·종목: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시절 브라질은 너무 인기가 없던 나머지 - 그의 성적은 매우 저조했고 달리는 모습은 햄버거 가게 앞 빙그레 할아버지 같았다 - 팬들이 침을 뱉을까 봐 터치 라인 대신 터널 속에서 몸을 풀어야 했다. 땅딸막한 이 스코틀랜드인은 현재 토크스포츠의 아침 프로그램 사회자로서 자신의 날카로운 정치적 수사학을 펼칠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저조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주제들로는 프랑스의 폭도들(“모두 쏴 죽여야 한다.”)과 알바니아 축구 팬들(“그들이 영원히 영국에 빌붙지 못하도록 입국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을 들 수 있다. 브라질은 청취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인터넷 포스팅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술과 관련된 그의 무수한 비행들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앨런, 블로거들은 당신의 하이 유머 따위는 전혀 알아듣지 못해요. 제발 당신의 별로 돌아가 주세요.

 

 

빌 로마노우스키
국적:미국·종목:미식축구

목이 머리보다 굵다는 건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멍청함 정도를 나타내는 좋은 지표가 된다. 그리고 전 NFL 라인베커인 빌 로마노우스키도 예외가 아니다. “저는 리그에서 가장 미움받는 선수입니다”라고 그는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단 자기 팀이 되고 나면 다들 저를 좋아합니다.” 이봐. 아니거든. 로마노우스키는 오클랜드 레이더스와 훈련할 때 팀 동료인 마커스 윌리엄스의 헬멧을 벗기고 그의 눈에 시퍼런 멍을 남긴 장본인이다. ‘로모’에게 4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낸 윌리엄스는 이 사고 이후 은퇴를 해야 했다. 8년 동안 NFL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가 저지른 만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상대 선수의 머리를 차고, 누군가의 턱을 때려 탈골시키고, 맨손으로 어떤 남자의 성기를 뭉갠 다음 그가 저항하자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의 거친 행동은 지나친 스테로이드 남용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스테로이드 남용에 대해 “우리가 깜둥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제 그에겐 곧 스테로이드를 과다 복용한 흑인에게 턱이 탈골할 만큼 맞고, 성기를 쥐어 짜이고 쓰러진 후 등을 한 번 세게 차여 완전히 바닥에 깔린 채로 침을 맞는 일만 남았다.

 

 

로랑 로베르
국적:프랑스·종목:축구

골대보다는 코너 플랙 가까이에 있는 관객들에게 달려들고, 멍청하게 어깨를 으쓱이고, 통통한 얼굴로 뭔가를 프랑스어로 길게 중얼거리는 ‘빈틈없는’ 로랑 로베르는 뉴캐슬 관객들을 어떻게 화나게 만들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자신이 그들에게 정말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로 한다. 지방 신문인 <이브닝 크로니클>이 그가 앞에 말한 코너 플랙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싣자 로베르는 그에 대한 보복을 하기 위해 우유와 담배를 사러 가게들을 돌아다니는 척하면서 그 신문의 축구 담당 기자를 찾아내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불행히 그 계략은 효과가 없었다. 팬들은 프로 선수가 60대 남자를 공격했다는 사실에 실망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희생자가 기사를 쓴 장본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로베르는 인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포츠마우쓰로 쫓겨났다. 그런데 포츠마우쓰에서도 곧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 볼튼에서 대기자 명단에 오른 것에 화가 난 로베르는 운동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성난 팬들을 무시한 채 도로까지 갔다가 택시를 잡지 못하자 결국 다시 돌아와 팀 버스에 태워달라고 애원해야 했다. 열렬한 폼페이 팬들 때문에 그는 1월에 또 다시 벤피카로 쫓겨났다. 그곳에서 서포터들은 1월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 앞에서 거만하게 걸어가는 남자가 엄청난 허풍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로비 새비지
국적:웨일스·종목:축구

새비지가 영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축구선수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건 그가 무식하게 돌진을 해서도, 비열한 반칙을 해서도, 다친 척하며 세 번이나 공중회전을 했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여자처럼 반짝이고 화려한 머리칼을 가졌기 때문이다.

 

 

퀸텐 한
국적:호주·종목:스누커(당구의 일종)

미움을 당하는 이들의 공통점을 찾으면, 끊임없이 툭툭 나오는 눈치없는 행동들, 그리고 돈에 대한 엄청난 집착력이다. 더 이상 당신의 밝은 미소에 유려한 사인으로 답례하는 스포츠 맨은 없다. 오히려 그들은 당신이 사인 받을 종이 위에 몇 푼의 돈을 함께 내밀면 그의 손을 어깨 위에 살짝 얹은 사진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퀸텐 한도 돈에 대한 대단한 집착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은 3시간 동안 음주 운전 단속에 두 번이나 걸렸고 체포하는 경찰관들에게 “내 변호인들한테 한번 당해볼래? 나는 일주일에 당신이 1년 동안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내가 누군 줄 알아?”하며 대들었다. 또 그는 아일랜드에서 호주 축구 선수들이 아일랜드 선수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너무도 눈치없이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 중 한 사람도 자신을 이기지 못할 거라는 데 3만 파운드를 걸었다. 그 시합의 결과를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한은 최근 시합에 져주는 대가로 5만 파운드를 받은 혐의로 8년간 스누커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스누커 역사상 가장 무거운 처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머빈 킹
국적:잉글랜드·종목:다트

킹은 전 세계 챔피언이지만 그런 이유로 큰 존경을 받는 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영국다트협회 대회(승리를 위해선 착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경기)에서만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새끼 돼지처럼 징징거렸기 때문이다(실제로도 돼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진 말라…). 2003년 준결승에서 전설적인 네덜란드 다트 선수인 레이몬드 반 반벨드에게 대패한 후 그는 에어컨을 탓했다. “에어컨을 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에어컨 때문에 제 다트들은 숍 위로 모두 날아가버렸잖아요”라고 킹은 투덜거렸다. 다음 해 릭 호프스트라에게 패배하기 직전에 그는 오시(Oche: 선수가 다트를 던질 때 서는 선)가 보드에 너무 가까우니 다시 체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기를 중단시켰다. 물론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호프스트라는 경기 지연으로 격분한 나머지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렸고 결국 킹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한 손에 트로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끊임없이 간지러운 귀를 만져야 했다. 그 경기를 본 애호가들의 저녁 술자리에서 킹의 이름이 수십 번은 나왔을 것이다. 아주 쌍스러운 욕을 형용사로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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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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