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총괄 셰프 <오키친>
요리를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대학 졸업하고 미국에 있는 호텔에서 인턴으로 1년간 일했다. 가서 보니 한국과는 완전 다른 세계더라. 갔다 와서 한동안은 허영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요리사와 레스토랑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던 스스무 요나구니 선생의 아카데미를 거쳐 자연스럽게 선생님이 운영하는 오키친에 들어갔다.
스물여덟에 헤드 셰프 자리에 섰다. 그러다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이유는 뭔가?
요리를 하다 보면 기준이 애매해진다. 멕시코 요리를 하다 살사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게 진짜 살사 맛일까?’ 제대로 검증된 곳에서 맛의 기준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뉴욕의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돌며 마음껏 먹었다. 음식 맛이 마음에 드는 곳에선 하루 일을 시켜달라고 부탁해 주방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세계적인 셰프들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 반대로 이들이 우리 레스토랑에 와서 음식을 먹으며 감탄할 수 있게 하려면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훌륭한 셰프의 기준은 뭘까?
감자나 달걀 같은 흔한 재료를 잘 써야 진짜 요리사다. 나는 한식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재료를 다룰 때 더 조심스럽다. 젓갈이나 장도 전통 장인이 직접 만든 것만 쓴다. 된장찌개는 된장이 맛있어야 하고, 김치찌개는 김치가 맛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한국 사람인 내가 여기서 나고 자란 좋은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김치나 젓갈, 장의 맛이 어떤 건지 잘 아는 것이다. 요즘에는 파스타에 앤초비 대신 갈치속젓을 쓰고, 된장찌개로 퓌레를 만들어 삼겹살과 돼지족발 요리에 쓰고 있다. 이게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그리는 ‘꿈의 식당’은 어떤 모습인가?
미국에 ‘블루힐’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지역사회 농장에서 기른 고기와 채소를 재료로 엄청나게 재밌고 맛도 좋은 요리를 선보이더라. 나는 그런 식당을 꿈꾼다.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강원도가 될 수도, 경주나 부산이 될 수도 있다. 지역과 계절에 맞는 재료들로 신나게 요리하는 것, 그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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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편수 소스팬 1.5L 헹켈 제품.
권우중 오너 셰프 <이스트 빌리지>
왜 하필 한식일까?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니까. 한식은 가정식 위주로 영업하다 보니, 외국 레스토랑과 비교했을 때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업계에는 한식을 제대로 하는 셰프가 없다. 한국에도 없으니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처음에는 서양식으로 시작했는데, 한식을 하면 외국에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 기회가 빨리 찾아온 거지.
이스트 빌리지의 조미료를 덜 쓰고, 좋은 재료로만 맛을 살린다는 건 아직 낯설다. 미식가를 위한 요리인가?
돈이 많다고 미식가는 아니다. 단골손님들은 제철 재료들로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제철 채소와 제철 해산물 등을 복합적으로 쓰면 좋은 맛이 난다. 섬세한 자연의 맛을 이해해주는 손님들이 많다.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는 화려하다.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기존에 없었던 음식을 만드는 추세다. 예술적 행위에 가깝다. 하지만 한식은 새롭지 않다.
요리의 추세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엘 불리같이 과학적인 응용 방법을 이용한 분자 요리를 하는 방법이 있고, 북유럽의 노마같이 지역 생산물을 직접 채취해 간단하게 요리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후자다. 우리나라는 화려하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탐미욕은 높지만, 자연의 맛과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분자 요리는 일종의 장르다. 그게 요리의 미래는 아니다.
그 요리의 미래가 궁금하다. 범주를 줄여서 한식 레스토랑의 미래는 어떨까?
밝지 않다. 세계 3대 요리를 보면 고급 요리와 대중 요리를 함께 선보여 사랑받는다. 반면에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태국 요리는 4대 요리가 될 수 없다. 대중 요리는 있어도, 고급 요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식도 그렇다. 한식의 세계화는 좋지만, 태국 요리를 쫓아가는 격이다. 자국민 때문이다. 자국에서 고급 한식을 선호하지 않으니까.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한식당에서 고급 한식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요리가 나온다. 한식이 조미료만 많이 넣은 수입 재료에 의존하는 대중 음식으로 남을 것 같아 우려된다.
왜 우리가 2013년에 권우중에게 집중해야 할까?
한식이 나아갈 방향 중 한 가지를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게에는 처음 오는 손님보다 단골들이 많다. 그들은 한식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춰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준다. 2013년에는 업그레이드할 각오로 가게도 옮기니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한식의 새로운 면을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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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킴 총괄 셰프 <보나세라>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러 뉴욕에 갔다. 왜?
제일 큰 나라니까.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갈 수도 있었지만, 미국은 크고, 여러 문화가 혼재되어 있으니까. 이탈리아 친구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들도 요리는 미국을 최고로 치더라. 미국을 잡아야 전 세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방의 룰은 뉴욕이나 서울이나 비슷할 테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니까.
퇴근하면 다르다. 미국은 퇴근하면 모두 친구가 된다. 함께 맥주 마시고, 농담하고 떠들지. 근데 한국은 퇴근해도 계속 셰프다. 극존칭을 써야 한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 영감을 주는 건 연애나 영화 같은 주방 밖의 것들일까?
15년 차가 되니까 온몸이 촉수처럼 반응한다. 아들에게 신발이나 옷 같은 선물이 들어오면 음식 색감들이 먼저 떠오른다. 주변에 산재되어 있다. 마지막 요리를 낼 때는 색감이 매우 중요하다. 색에도 강약이 있다. 피해야 하는 색깔, 멋진 조합이 가능한 색들. 초록이랑 노랑같이 밝고 따뜻한 색을 좋아한다. 내 성격하고 맞는다.
요리사에게 솔 푸드는 비범할 것 같다. 아주 화려한 색감일까?
그렇지는 않다. 요리학교도 다니고 별짓 다 해봤는데, 정작 솔 푸드는 이탈리아 할머니가 해준 이탈리아식 옥수수죽인 폴렌타였다. 대충 만들어서 모양도 별로였는데, 돈 주고 살 수 없는 그런 거, 추억이 남아 있는 듯했다. 레시피는 나와 똑같은데 맛이 달랐다.
이탈리아 할머니만의 손맛인가?
요리는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10년 넘게 미국에 있었지만 제일 많이 기억에 남은 것은 문화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파스타랑 리소토는 절대 안 해봤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사람이 해야지, 이탈리아 음식이 된다’라고 생각한다. 그게 이해가 되더라. 외국 가서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은데, 이탈리아 사람이 만드는 김치찌개를 먹겠나? 한국 사람이 만드는 김치찌개를 먹겠나? 그 차이다. 요리는 문화를 담고 있다.
왜 사람들이 샘 킴한테 주목해야 할까?
요리를 통해 내 재능을 나누고 싶다. 강연도 했는데, 할수록 사명감이 생기더라. 먹는 게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고, 음식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임을 알리고 싶다.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달되면, 식문화가 잡혀갈 것이고, 식문화가 잡히면 외식 문화가 발전할 거다. 외식 문화가 발전하면 좋은 셰프가 나오고, 그럼 좋은 레스토랑이 생겨난다. 사람들이 먹는 것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식단이 달라지니까. 음식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싶다.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거다.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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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열 총괄 셰프 <테이블 스타>
테이블 스타의 총괄 셰프다. 테이블 스타는 어떤 레스토랑인가?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탑 디자이너>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곽현주 디자이너가 대표다. 밥 먹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트렌드와 패션, 아티스틱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그렇다고 가로수길 다른 레스토랑처럼 크고 블링블링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편하게 밥 먹고 와인 한잔하고, 지인들과 얘기 나누고 가는 편안한 레스토랑이다. 음식으로 보자면 테이블 스타는 비스트로풍의 이탤리언 퀴진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부터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많았나?
조리고등학교를 다니면서 17세 때부터 요리를 했다. 처음에는 한식으로 시작했다가 여러 종류의 음식을 내는 한식 상차림보다 심플한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에 반해버렸다. .
집안 식구들이 다 손맛이 좋은가?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신다. 사실 어머니한테 손맛은 물려받은 것 같다. 한식 요리 사업을 하셨으니까. 그래서인지 외아들이 요리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못하셨다.(웃음)
2013년 <아레나>는 남성열 셰프를 주목했는데, 남성열 셰프가 2013년 주목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일하다 보니 바빠서 사실 외국 문화를 많이 접해보질 못했다. 이탈리아 요리를 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에 가본 적도 없다.(웃음) 올해는 시간을 꼭 내서 본고장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워낙 비스트로풍의 요리만 하다 보니 다이닝 요리라든지 분자 요리라든지, 수비드(Sous vide, 진공 저온 요리법) 요리라든지, 아무튼 많은 분야의 조리법을 배우고 싶다. 호기심이 나를 키운다.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젊은 나이에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주목받고 있는지 몰랐다.(웃음) 내가 특출나서라기보단, 그냥 음식에 정성을 쏟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특히 식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스테이크 파스타를 시켰는데, 고기가 두어 점 있는 둥 마는 둥 들어가면 안 되지 않겠나. 손이 크다.
<아레나> 독자들이 지갑을 챙겨 남성열 셰프의 음식을 맛보러 가고 싶게끔 한마디.
내 요리는 절대 어려운 요리가 아니다. 오며 가며 쉽게 들러서 편하고 맛있게 먹는 업장이 되면 좋겠다. 이탈리아 아줌마가 해주는 가정식 백반 같은 음식. 그게 내 요리다.
페이즐리 패턴 니트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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