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매일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내가 더 잘생긴 것 같다.
나한테 그런 말할 수 있는 건 공유, 이승기 정도뿐이다.
자주 야근을 하고, 운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러 다닌다. 대체 시는 언제 쓴 건가?
밤에. 그리고 낮에. 회사 일을 하다 문득.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운전을 하고 동부간선도로를 달릴 때. 샤워를 할 때. 애인과 모텔에서 사랑할 때. 엄마랑 절에 갈 때. 술에 취해 자는 아빠를 볼 때. 믿기 어렵게도 나보다 잘생긴 조카를 볼 때. 모든 순간에 시를 쓴다.
시집의 첫 장부터 미남이 등장한다. 자신을 언제 어떻게 발견했는지, 왜 시를 쓰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내 시에는 내가 정말 많다. 평론가들은 나르시시즘이라던데, 맞는 거 같다. 시집이 나온 후 한 후배랑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말했다. “선배랑 어울려요. 선배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나는 늘 이타적인 애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내가 다른 거다. 찾아야 할 내가 있다. 모두에게 있다. 사람들이 온전한 나를 보지 못하는 것, 자신을 보는 방식을 갖지 못한 건 문제다. 그런 면에서 나도 엄청 문제 있는 애고.
근데 당신은 미남인데 왜 몸짱은 아닐까?
벗겨봤어? 나 대한민국 해병 895기다.
시집에서 어린이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점심때도 느꼈지만 입맛도 어린이 같다.
음식이 아니라 내 미각에 집중한다. 떡볶이, 라면, 돼지갈비, 아이스크림, 콜라가 좋다. 그 맛이 좋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하다. 어른이 되면 현명해지지만 어릴 때만큼 행복하진 않다. 어른은 일부를 제외하곤 축구도 안 하고 떡볶이도 조금밖에 안 먹고 심지어 싸움도 거의 안 한다. 현명하기 때문이겠지.
요즘 시집들은 자신의 언어에 너무 집착한다. 다행히 당신 시에는 입과 혀에 대한 투정이 없어서 좋다.
나도 자신의 언어에 집착하는 시인이다. 그런데 뭐? 그게 유행이어서 문제라는 건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맞다. 문제인가 보지… 하지만 시를 둘러싼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건 학교 교육에서 비롯된 걸 거고.
시인은 ‘흐린 종이’처럼 생각하고, ‘흐릿한 나’를 찾아다닌다. 그러다 가끔 코밑에 여드름이 난다. 곪아서 아팠나?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는 ‘내가 없다’는 것이다. 존재감에 대한 회의는 아니고 의식에 대한 회의다. 나는 내 생각, 느낌, 감각 같은 것들이 왜 수시로 변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그런 종잡을 수 없는 상태 때문에 시를 쓸 수 있고 에디터로서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프다면 아픈 일이다.
책이 나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뭔가?
가위로 포장을 뜯었다. 눈물이 났는데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참았다.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이 둘 있었는데, 바로 전화 안 했다. 그냥,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다. 마감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갔고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다. 조용히 엄마를 불러 시집을 드렸다. 어두워서 엄마는 몰랐겠지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은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시집이 나왔다고 말씀드렸다. 이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당신을 보면서 미남이 사는 곳은 정상적인 곳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추남들이 사는 이 나라는 뭐 정상인가? 정상이 뭔데? 여기가 뭐 산꼭대기야?
시인도 에디터도 안 됐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하지도 못했고,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취직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어떤 회사든. 시를 쓰고 에디터로 일하면서 내 의식이 성장했다. 나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내 의식이 쉬지 않고 고양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남자, 미남이 되는 비결을 <아레나> 독자들에게 알려달라.
성형보다 강한 방법이 있다. 시집에 적었다. 사서 보는 사람은 미남이 된다.
근데 미남이 사는 나라는 어디쯤 있나?
나도 잊어버렸다. 내 시는 그곳을 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듯, 그곳은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있다.
패션 바이블
<에스콰이어> 편집장이, <아레나> 피처 디렉터가 쓴 책 두 권.
1 디자이너의 패션북
이 책은 ‘모든 남성이 남과 똑같은 옷을 입고 안도하는 것은 아니다’로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남성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는 특별한 사람들의 특수한 고민이 들어 있다. 그들은 남성에 대해 고민하고, 남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만드느라 인생을 쏟아 바친다. 책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 패션 디자이너 35명의 작품이 들어 있다. 런던에서 패션 기자로 활약했던 하웰 데이비스가 각 디자이너에 대해 매우 섬세한 평을 썼다. 그리고
<아레나> 박지호 피처 디렉터가 그의 글을 한국식으로 다듬고 완성시켰다. 두 글쓴이는 각각 런던과 한국의 <아레나>에서 근무했고, 또 하고 있다. 패션에 정통한 사람들이 만들고, 개성 강한 한국 남자들이 읽는다. 가격 1만9천원.
2 그놈의 옷장
외모에 대한 고민은 거울에서 시작해서 옷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옷장을 열어도 답은 없다. 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스스로 답을 찾는 게 가장 어렵다. 이 책은 패션 테러리스트는 물론이고, 패션에 관심 있는 남자라면 누구든 한 번쯤 펼쳐봐야 할 책이다. 저자 민희식은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의 편집장이다. 그는 남자가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지 잘 안다. 서문의 왜 옷을 잘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이유를 듣고 나서, 슈트 고르는 방법에 대한 세세한 강의, 비즈니스 룩, 바지와 구두, 선글라스, 시계 등을 입는 방법을 정독하면 적어도 패션 테러리스트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답안지나 참고서를 뒤적이면 된다. 옷에 대한 답은 <그놈의 옷장>에 들어 있다. 가격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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