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성 액세서리 시장에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담당했던 악어가죽은 이제 거대한 비단 구렁이 ‘파이톤(Python)’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듯하다. 평소 뱀피의 ‘야함’이 싫어 기피했던 에디터 역시 질 샌더와 이브 생 로랑의 2012 S/S 컬렉션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을 정도니 말이다. 질 샌더의 수장 라프 시몬스는 작은 뱀피 소재의 클러치백을 자랑이라도 하듯 목에 걸고 등장했으며, 필라티 역시 벨트와 신발에 옷과 같은 톤의 뱀피를 사용했다. 이 둘이 누군가. 남성복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아니던가. 우리 이들을 믿고 한번 도전해보자.
(위부터) 실제 뱀피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살린 A4 사이즈 클러치백·웬만한 노트북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크기의 뱀피 클러치백 모두 가격미정 김서룡 옴므 제품.
(좌) 무심한 멋쟁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청바지에 티셔츠’ 공식이 이번 시즌부터 ‘청 재킷에 티셔츠’로 바뀔 예정이다. 단순히 아우터만 놓고 봤을 때 흥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식 아이템이 트렌드로 부각될 땐 변형되기 마련인데, 올봄, 여름에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리바이스나 빈티지 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에드윈, 리(Lee)의 데님 재킷도 괜찮다. 그렇다고 허리 아랫부분까지 무심하란 말은 아니다. 팬츠와 벨트 정도는 깔끔하고 정돈된 것을 입어주자. 적어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면 말이다.
워싱 하나 없이 깔끔하고 색까지 예쁜 데님 재킷 11만1천원
아메리칸 어패럴, 네크라인에 스웨트 셔츠의 디테일이 들어간 흰색 티셔츠 9만5천원 아페쎄 제품.
(우상) 와우. 드디어 빈티지 프레임 선글라스가 시장을 완전히 점령했다. 1940~1950년대 레트로 무드의 영향으로 작고 좁아진 라운드 프레임과 파스텔 컬러의 반투명 플라스틱 프레임이 이번 시즌 가장 부각되는 키 아이템이다. 원형에 가까운 작고 둥근 렌즈가 특징인 1940년대 스타일의 프레임은 빈티지 그대로의 형태를 살리면서 투명한 플라스틱이나 컬러 렌즈를 통해 유쾌 발랄한 이미지까지 풍긴다. 국내에 입점한 수입 아이웨어 브랜드들의 바이어들이
이 글을 보길 바랄뿐이다.
투 톤 컬러의 플라스틱 프레임이 복고적인 선글라스 39만원 수퍼 선글라스 제품.
(우하) 아웃도어 룩이 식상해질 무렵 디자이너들이 흥미로운 아이템을 내놓았다. 소재는 일반적인 윈드브레이커인데, 스웨터처럼 입는다. 그리고 캥거루처럼 배 부분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렸다. 진짜 캥거루처럼 보이면 어떡하냐고? 오히려 당신의 뱃살을 커버해줄 것이다. 이런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핫한 아웃도어 아이템인 건 확실하다. 신축성이 없기 때문에 입고 벗기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흔해빠진 윈드브레이커를 입는 것보단 옳은 선택인 듯하다.
허리 부분에 스트링 장식이 있어 조임이 가능한 풀오버 윈드브레이커 15만8천원 펜필드 제품.
(좌상) 지난 시즌의 넉넉한 코트에 영향을 받았는지 올봄, 여름에도 몸에 밀착되는 코트보다는 ‘H라인’ 코트가 강세다. 그리고 이런 실루엣의 코트들은 대부분 래글런 소매를 장착하고 있다. 아무래도 어깨 라인이 완만하게 떨어지다 보니 넉넉한 실루엣에 어울린다. 래글런 코트는 대부분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실루엣 하나로 충분히 매력적이란 소리다. 어찌됐건 이번 시즌에도 스타일의 힘을 빼는 것이 옳다.
허리 부분에 지퍼가 달려 재킷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주황색 래글런 코트 가격미정 구찌 제품.
(좌하) 스카프를 가을의 전령사라 부르지만 올봄, 여름에도 뜨는 아이템 중 하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가을의 스카프는 분위기 있는 연출에, 봄과 여름에 하는 스카프는 상큼하고 귀여운 연출에 중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길고 칙칙한 컬러보다는 손수건보다 조금 크고 화려한 프티 스카프가 인기다. 그리고 셔츠보다는 얇고 침착한 니트에 무심히 말아 넣자. 물론 스카프가 쉽지 않은 아이템이긴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지자. 남자라면 언젠가 한번은 도전해야 할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빈티지 문양과 살구색의 조합이 이색적인 실크 스카프 가격미정 프라다 제품.
(우) 프린지, 그러니까 끝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술을 말하는데, 예전 골프화에서 모래가 신발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번 시즌, 이런 프린지 장식의 신발들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되어 나타났다. 프라다는 골프화의 컬러를 유쾌하게 바꾸면서 프린지를 장착시켰고, 버버리 프로섬은 손으로 직접 짠 듯한 위빙 소재 프린지를 더했다. 한데 본래의 실용성은 없어 보인다. 솔리드 옴므는 프린지를 달고도 신발에 구멍을 송송 뚫었으니까. 이 비싼 신발을 신고 모래판을 달리지 않을 거라면 뭐.
(왼쪽부터) 구멍이 송송 뚫린 검은색 프린지 슈즈 가격미정 솔리드 옴므, 에스닉한 위빙 소재 프린지 슈즈 가격미정 버버리 프로섬, 달달한 캔디 같은 색깔의 프린지 슈즈 가격미정 프라다 제품.
(하) 비록 스키니 팬츠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스키니 벨트는 여전히 강세다. 특히 이번 시즌엔 폭이 좁은 ‘내로 벨트’를 활용해 스타일링에 힘을 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안됐다. 폭이 다른 2개의 벨트를 겹쳐서 박음질한 스타일이나 작고 심플한 버클만을 더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감색이나 갈색 등 기본적인 컬러의 벨트에 상큼한 배색을 하여 더블 벨트처럼 연출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여기까진 그네들 얘기. 그냥 당신이 차고 있는 벨트의 폭을 반으로만 줄이자.
(왼쪽부터) 카키색 스웨이드 벨트 12만5천원 시스템 옴므, 크림색 스웨이드 벨트
12만8천원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반은 가죽, 반은 캔버스 소재로 된 베이지색 벨트
4만8천원 칩먼데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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