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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세요.

지금 사두면 몇 년 후에 가격이 10배쯤 뛸지 모른다, 같은 전망은 늘 섣부르다. 하지만 팔고 사는 데 선수인 상업 갤러리들은 지금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UpdatedOn November 08, 2011



장사치 같은 말이지만, 5년 전에 이명호의 ‘Tree’ 연작을 샀다면 제법 괜찮은 시세로 팔 수 있다. 거실에 걸린 사진을 확인할 것! 누구 건지, 뭔지도 모르고 아빠가 (술김에 혹은 부탁에 못 이겨 샀거나, 로비를 받았거나) 오래전에 가져온 게 이명호의 작품일 수 있으니까. 어떤 사람은 이명호가 세계적인 사진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한다. 호들갑일까? 올 초에 파리 에르메스재단과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아트 컬렉션이 이명호의 작품을 구입했다. 이 말인즉슨,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 되었다는 것.
앞으로 그렇게 될 젊은 작가를 찾아보자. 1978년생 허유진은 2008년에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했다. 예화랑 같은 규모 있는 상업 화랑은 아무한테나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하물며 신인 작가한테는 더 엄격하다. “모험이죠.” 수석 큐레이터 백운아는 말한다. 하지만 예화랑은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뉴욕 ACAF(Asian Contemporary Art Fair) 국제 아트 페어에 예화랑은 허유진의 작품을 다섯 점 들고 갔다. 가능성을 타진해보려던 거였다. 예화랑은 아무것도 도로 가져오지 못했다. 작품이 다 팔렸기 때문이다. “다들 놀랐죠. 그때 우리는 이 작가를 확신하게 됐어요.” 허유진의 회화엔 병(Bottle)이 등장한다. 그녀에게 병은 현실 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상징적 기호다. 100호(162.2×130.3cm) 정도 크기의 작품이 1천만원 선에 거래된다. 예화랑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예화랑은 전도유망한 작가를 한 명 더 보유하고 있다. 1977년생 주도양은 국제 아트 페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 사이트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접속해서(www.christies.com) 찾아보자. 검색 바가 뜨면 ‘zu do yang’이라고 친다. 가격이 홍콩 달러 60,000에서 62,500선이라고 나오니까, 천만원쯤 되겠다. 주도양은 동그라미가 가진 근원적인 상징 안에 현실을 들여놓는다. 알에 들어 있는 어른 같다. 허유진도 그렇고, 주도양의 작품 역시 말하지 않은 많은 말을 잉태하고 있다. 80호(145.5×112.1cm)짜리가 8백만원 선에 거래된다. 11월 3일부터 23일까지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한다.
1979년생 도병규는 인형을 그린다. 옷 벗은 어린 인형이 나는 못 본 무엇을 보았다는 듯, 눈뜨고 있다. 거실에 걸어두면 혼자 있을 때도 행동을 조심할 것 같다. 표화랑이 찜했다. 표화랑은 장사를 세련되게 잘하는 화랑이다. 인형이 물세례를 받고 있는 작품은 크기가 150×120cm니까 굳이 나누면 90호쯤 된다. 8백만원 선이다.
1977년생 차민영의 작품은 가방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가방 속에 세상이 다 들어 있을 것 같다. 방에 걸어두고 미지를 상상했으면, 하는 마음이 나만 생기는 게 아니어서 표화랑이 진작 좋은 관계를 맺었다. 차민영의 ‘Suitecase Window’ 시리즈는 6백만원에서 7백만원 선에 거래된다.
이영빈은 1981년생이 맞나 싶을 만큼 예스럽다. 그런데 이 말은 모순이다. 장지 위에 먹으로 그리지만 ‘일 획’의 통쾌함을 보여주는 작가는 아니다. 그녀는 가는 선으로 동양화의 ‘룰’을 어지럽힌다. 첨부한 작품 사진으로나마 확인해보자. 대충 그린 것 같은 인물들이 난처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익숙한 만큼 낯설고, 재밌다. 이영빈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있다. 전통 서화에 관한 한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고재 갤러리와 ‘전속’을 맺었다.
“우리 작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잖아요. 사람들이 멈춰 서서 본다고요.” 큐레이터 김한들의 말은 뜬금없지 않다. 작년에 학고재에서 열린 그룹전 <춘추(春秋)>를 보러 갔는데 그때 이영빈도 참가했다. 걷다가 멈춘 건 이영빈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영빈의 탕 시리즈는 100호(162.2×130.3cm) 크기의 채색 작품이 1천만원에서 2천만원, A4 용지 사이즈의 드로잉 작품이 20만~30만원 선이다(드로잉은 당장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 일본 도미오 코야마(Tomio Koyama) 갤러리와 영국 퍼디 힉스(Purdy Hicks)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다.
1979년생 강강훈의 인물화 연작은 이제 꽤 유명하다. 처음엔 사진인 줄 알았다. 지금도 잡지나 도록에 실린 걸로 봐선 사진인지 그림인지 판별이 안 된다. 강강훈의 작품은 갤러리에 가서 봐야 한다. 솜털과 땀구멍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게 요즘엔 ‘단가’가 안 맞는 일로 여겨지는데…. 박여숙화랑의 큐레이터 신동열은 말한다. “단순히 형태를 재현하는 게 아니라 감정과 정신을 담고 있어요.” 박여숙화랑의 전속 작가고 100호 기준 2천만원 선에 거래된다. 비싼가, 생각이 들다가도 납득하게 된다.
거론한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떤 상상이 가능하도록 다리를 놓는다. 개념의 힘이다.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개념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유정현에 대해 언급해야만 한다. 1973년생이니까 소개한 작가들 중에선 나이가 가장 많다. 독일의 아우구스트 스트라세에 있는 알렉산더 옥스 갤러리는 아시아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갤러리인데, 안목이 좋은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유정현은 2006년 이곳에서 개인전을 했다. 2007년과 2010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공모에 선정됐다. 이 공모에서 한 작가가 두 차례나 선정된 건 드문 일이라고 한다. 유정현에게 회화는 평면 위에 그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럼 뭘까? 작가도 그걸 찾고 있다. 다양한 재료들을 캔버스에 부려놓음으로써. 11월에 조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작품은 100호 기준 1천2백만원 선에 거래된다.
먼 당신이 되기 전에 프러포즈해두어야 하나? 지금도 그다지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먼저 넓은 거실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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