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올린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는 현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관객과의 특별한 조우를 이어가고 있다.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시작해 런던, 뉴욕, 도쿄, 리야드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한 이 전시는 75년간 쿠튀르의 정수를 일궈온 디올 하우스의 유산을 11개의 전시 공간에서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입구에 들어서면 1947년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시작된 메종의 서사를 따라 관객을 이끈다. 클래식한 몽테뉴가 30번지를 떠오르게 하는 공간 연출은 ‘여성의 행복을 위한 옷을 만들겠다’는 크리스챤 디올의 집념을 감각적으로 암시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디올의 첫 컬렉션이 탄생한 아틀리에의 아카이브 이미지를 공개해 메종이 어떻게 절제된 감성과 세련된 실험 정신으로 전후 여성복의 흐름을 새롭게 정의했는지 시사한다.
디올의 대표적인 룩은 단연 ‘뉴룩’이다. 곡선미를 살린 아치형 구조 속에 전시된 상징적 실루엣 ‘바수트’는 실루엣 중심의 디자인으로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여성성을 회복시키려 했던 크리스챤 디올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디올 가든’ 테마에선 디올이 가장 사랑한 모티브, 꽃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곳은 한국 아티스트 김현주와 협업해 그야말로 아름다운 정원을 펼쳐냈는데, 닥나무 섬유로 달항아리를 구현한 공간으로, 자연을 품은 디올 하우스의 정신을 한국적 감성으로 풀어낸다.
메종과 한국 문화 간의 유기적 연결과 깊은 감응을 제시한다. 또한 화이트 캔버스 배경의 ‘디올 아뜰리에’ 테마에서는 코튼 소재로 만든 모형 ‘트왈’을 중심으로 재단사들의 섬세한 제작 과정과 장인정신을 조명한다. 초기 스케치를 기반으로 만든 트왈 제작 과정을 따라가며, 한 벌의 작품이 완성돼가는 공정과 장인의 손길이 엮어낸 정교한 창작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전시는 ‘디올 무도회’ 테마에서 드레스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 속에도 내포된 뜻이 있는데, 디올에게 드레스는 종결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은유다. 다시 말하자면, 드레스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 나아가는 찬란한 출발선이며, 이러한 서사는 디올이 지향하는 미래가 새로운 가능성과 낙관으로 가득 찰 것임을 상징한다.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는 하우스의 발자취를 되짚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간과 장소,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크리에이티브 오디세이이자 디올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시적이고 감각적인 유산의 재정의다. 전시는 오는 7월 13일까지 계속되며, 입장권은 디올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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