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아뜰리에 마떼리’가 생소한데, 어떤 브랜드인가?
2019년에 론칭한 브랜드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장인정신과 현대적인 미학이 결합됐다고 할 수 있다. 거칠고 순수한 상태의 원료가 장인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향수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중심에는 항상 원료가 있고, 그 원료를 바탕으로 브랜드 철학과 창의력을 더해 향수를 만든다.
브랜드를 직접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
뷰티 업계에서 약 10년간 일하면서,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변한다는 점을 실감했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많은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선보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대량 생산되는 공장형 제품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드는 제품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제품이 아니라, 지구와 자연을 생각하고, 철학과 창의성을 담으며,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브랜드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마떼리는 ‘원료’를 뜻하며, 나의 고향이자 프랑스 북서쪽에 위치한 브르타뉴 지방어다. 그래서 나의 뿌리이자 원천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풀이하자면 ‘원료의 작업실’이다. 마치 도예가가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목수가 나무로 가구를 만들듯, 원료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아뜰리에를 표현한 것이다.

브르타뉴는 어떤 지역인가? 당신의 고향이 어떤 영감을 주는지 궁금하다.
브르타뉴는 바다가 펼쳐진 지역이다. 흔히 떠올리는 휴양지 같은 바다가 아니라, 훨씬 더 거칠고, 야성적이며,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이 깃든 곳이다. 브르타뉴 바다는 웅장하고, 고요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콰이어트 럭셔리를 자연으로 표현하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브랜드를 과시하고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하지만, 우아하고 묵직한 힘이 있는 럭셔리 말이다. 그리고 모든 향수 보틀은 진청색으로 완성했다. 이 색은 폭풍우가 지난 후의 브르타뉴 바다 색을 표현한 것이다. 보틀 캡은 콘크리트 소재에 금색 붓 터치를 더했는데, 이는 브르타뉴 해안 절벽의 광물성을, 보틀 캡의 매끈한 디자인은 파도에 연마된 조약돌을 나타낸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원료’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원료를 선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있나?
우리는 다양한 품종의 원료를 비교하며, 최적의 향을 낼 수 있는 원료를 선정한다. 장미만 해도 모든 장미가 같은 향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과 품종의 장미를 테스트하며, 브랜드의 철학과 조향사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원료를 선택한다.
‘세드르 피갈리아’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 향의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됐나?
가족과 남프랑스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풍경을 바라보노라니 자연스럽게 그리너리한 피그 노트가 떠올랐다. 거기에 평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 ‘밥티스트 란(Baptiste Lanne)’의 목제 조각품에 영감받은 우디 노트로 연결되면서 탄생하게 됐다. 이 둘을 관통하는 건 결국 자연이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자연의 기둥 같은 나무의 모든 면을 담은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향수에서 나무라고 하면 보통 우디의 묵직함을 떠올리는데 세드르 피갈리아는 이를 다르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향긋한 수액, 파릇한 이파리가 돋은 나무, 풍성하게 열매를 맺은 나무 등 생명력 충만한 모습을 담았다.
세드르 피갈리아에는 어떤 원료를 사용했나?
바질과 마테, 이집트 베헤이라주에서 얻은 시금치를 담았다. 이집트 농부 10~20명이 자신의 밭을 직접 경작해서 수확한 시금치다. 매년 12월부터 4월 사이에 낫으로 손수 수확한 시금치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공장으로 직배송하는 윤리적 협력 계약을 따른다. 이토록 소중한 원료 덕에 상당히 파릇한 향이 난다. 거기에 조금 더 촉촉하고 식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무화과 잎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이와 대비되는 세 가지 종류의 시더우드를 더했다. 은은하고 우아한 향을 지닌 버지니아 시더우드, 생쾌함과 산뜻함이 담긴 알래스카 시더우드, 따듯하고 포근한 힘이 있는 아틀라스 시더우드까지, 원산지가 모두 다른 시더우드가 주인공이다. 그 결과 다양한 얼굴을 지닌 시더우드가 그리너리한 노트를 감싸면서 입체감 있는 향이 탄생했다.
마지막으로 아뜰리에 마떼리의 향수는 어떤 사람이 뿌리면 좋겠나?
향수를 통해 과시하기보다 우아함을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향으로 공간이나 타인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향을 통해 상대방의 기품과 우아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우아함의 정의이자 브랜드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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