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워치 마크 XX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 에디션
레퍼런스 IW328210
케이스 지름 40mm
러그 너비 20mm
두께 10.6mm
케이스 소재 티타늄
방수 100m스트랩 러버
무브먼트 IWC 32111
기능 시·분·초·날짜 표시
파워 리저브 120시간
구동 방식 오토매틱
가격 930만원
F1은 지구상에서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 중 하나다. 우승 비결은 간단하다. 가장 빠른 차를 만들어 가장 빠른 드라이버를 태우는 것. 모든 F1 팀이 인재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F1에서 상위권 팀은 늘 상위권을, 하위권 팀은 하위권을 유지한다. 우승자가 더 많은 상금과 스폰서를 챙기고, 그 자금으로 경쟁자보다 더 뛰어난 팀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그 기회를 가져다줄 남자를 구할 순 있다. F1은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이 통하는 세계다.
F1은 고급 시계 브랜드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F1은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인 만큼, 필연적으로 시계와 그 역사를 함께해왔다.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전 세계 24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그랑프리를 보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떠나는 부호들은 고가 시계 브랜드의 잠재적 VIP다. 그 때문에 시계 브랜드들은 매년 큰돈을 들여 F1 레이싱카에 자사 로고를 새기고 레이서들의 손목에 시계를 채운다. IWC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의 파트너다. 지난 1월 16일, IWC는 2025 시즌 개막전을 정확히 두 달 앞두고 새로운 시계를 공개했다. 그 주인공이 사진 속 ‘파일럿 워치 마크 XX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 원™ 팀 에디션’이다.
이름만 30글자에 달하는 이 시계는 과연 무엇이 특별할까? 얼핏 보면 이 시계와 일반 마크 XX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F1을 오래도록 지켜봐온 팬이라면, 어떤 부연 설명 없이도 이 시계가 메르세데스를 위한 시계임을 눈치챌 것이다. 신형 마크 XX의 베젤, 인덱스, 스트랩에는 초록색이 적용됐다. 이 색깔의 공식 명칭은 ‘페트로나스 그린’. 메르세데스의 전성기 시절, 포디움에서 늘 보았던 루이스 해밀턴의 유니폼 컬러다. IWC는 시계 다이얼에 새로운 문구나 로고를 집어넣는 대신 메르세데스를 상징하는 컬러를 적용했다.
케이스는 기존 모델과 동일한 40mm 크기로 제작됐다. 하지만 소재가 다르다. 신형 마크 XX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닌 티타늄을 사용했다. 티타늄은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더 가볍고 강한 만큼 더 비싸다. 그만큼 고급 모델에 더 자주 쓰인다. 질감도 다르다. 케이스 전체에 무광 질감을 내기 위해 샌드블라스트 처리를 했다. 컬러가 화려해진 만큼 광택을 덜어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스트랩은 가죽보다 유연한 고무로 완성했다.
덕분에 시계를 착용하면 손목의 굴곡진 부분까지 부드럽고 단단하게 감싼다. 스트랩 교체 방식은 간단하다. 스트랩 안쪽에 달린 ‘IWC’ 버튼을 누른 채 바깥으로 밀면 톡 하고 빠진다. 옷장에서 옷걸이를 걸고 빼는 것만큼 간단하다. IWC는 여기에 ‘이즈X-체인지(EasX-CHANGE) 시스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2021년부터 파일럿 워치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다. 시계를 뒤집으니 그제야 메르세데스의 이름이 보인다. 기존 마크 시리즈에 전투기를 새긴 자리는 ‘Mercedes-AMG Petronas F1 Team’ 문구가 대신했다. 그 주변에는 수십 개의 육각형을 별자리처럼 새겨 더욱 눈길을 끈다.
마크 시리즈는 영국군 파일럿을 위해 제공한 모델이다. 그 시계가 독일산 자동차 브랜드를 위해 새로이 만들어졌다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케이스 안에는 IWC 32111 칼리버가 탑재됐다. 파워 리저브는 120시간으로 아주 넉넉한 편. 케이스의 3시 방향에는 나사를 돌려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스크루-인 크라운’을 탑재해 수심 100m 방수 기능을 갖췄다.
이번 마크 XX는 때가 되면 나오는 ‘신상 컬러 모델’이 아니다. 메르세데스의 메카닉, 엔지니어, 레이스 전력가들은 2025 시즌 내내 이 시계를 유니폼처럼 착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2025년은 메르세데스에 아주 중요한 변곡점이 될 해다. 메르세데스의 수호신, 루이스 해밀턴을 떠나보내고 맞는 첫 시즌이다. 해밀턴의 빈자리는 이탈리아 출신 2006년생 드라이버 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가 메운다. 지구상에 스무 명뿐인 F1 드라이버 중에 재능 없는 선수는 없지만, 안토넬리는 그중에서도 ‘역대급 재능’으로 손꼽히는 선수다. 마크 XX를 고민하는 이들 중 이 모델을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그들 대부분은 ‘영국군 파일럿 워치’에 매력을 느끼는 마크 시리즈에 매료됐을 테니까. 하지만 혹시 아나. 20년쯤 지나서 이 형광빛 시계를 보여주며 ‘이 시계를 산 해에 메르세데스가 우승했어. 그게 전설의 시작이었지’라고 말하게 될지.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