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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지금

잡지의 기사는 휘발될까. 매달 나오는 만큼 한 달이 지나면 잊히는 게 자연스럽다. 그렇더라도 기사가 전하는 감흥이 잊히는 건 아니다. <아레나> 창간호부터 뒤적여 지금 봐도 여운이 남는 기사를 찾았다. 그때와 지금, 생명력은 여전하다.

UpdatedOn February 27, 2025

  • 2006년 3월호

    2006년 3월호

    2006년 3월호

    Hey, Jude!

    “전 주드 로라는 이름만으로 불리지 않아요. ‘매력남(Hunk) 주드 로’나 ‘심장을 뛰게 하는(Heatthrob) 주드 로’라는 게 더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싸구려 단어 안에 배우를 구겨 넣고 건성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제 진짜 삶에는 관심이 없죠.”

    <아레나>는 2006년 창간했다. 창간호인 3월호를 선보이면서. 잡지를 창간하며 새로운 인물상도 내세웠다. ‘블랙칼라 워커’라는, 스타일과 주관이 뚜렷한 남자. 앞으로 이런 사람을 위한 잡지를 만들겠다는 선포. 아니, <아레나>를 보면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선포. 모호한 말이기에 견본이 필요했다. 표지 모델인 주드 로는 그런 남자의 본이었다. 이후에도 주드 로는 <아레나>의 얼굴로 여러 번 등장했다. <아레나> 하면 주드 로가 떠오를 정도로. 창간호 인터뷰에서 주드 로는 본질에 주목하라고 일갈했다. 19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여전히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2007년 3월호

    2007년 3월호

    2007년 3월호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배출한 CO₂는 579kg이다. 이대로 12회, 그러니까 1년이 반복되면 1년 동안 배출한 대신 심어야 하는 나무의 수는 ‘21만7125그루’가 된다. 나는 중죄인이다.

    <아레나>는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주관이 뚜렷한 남자라면 알아야 할 패션, 디자인, 문화를 비롯해 사회, 경제로도 시야를 넓혔다. 2007년 3월호 창간 기념호에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기후변화위원회가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언급하며 지금이라도 개인마다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에디터가 직접 자기 생활을 토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가늠해봤다. 18년이 지난 지금, 기후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18년 전보다 평균온도와 해수면 모두 올랐다. 그에 따른 기상 이변도 더욱 심해졌다. 기록적인 폭염, 계측 이래 최대 폭우, 점점 매서워지는 한파 같은 헤드라인도 익숙해졌다. 18년 전에 전한 경각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 2009년 3월호

    2009년 3월호

    2009년 3월호

    독서삼매경

    “저한테 책은 발전하게 만드는 것이고 학습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사랑하고 헤어지고 상처받고. 그런 걸 통틀어서 학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을 통해서도 그런 경험을 공부해요.”

    2009년 창간 기념호에는 ‘독서삼매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에디터가 다독가로 소문난 4인의 서재를 찾아 그들을 이룬 책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기사에서 만난 다독가는 PD 홍경수, 영화감독 민규동, 만화가 권가야, 개그맨 김영철. 발췌한 문장은 김영철이 자신에게 책이 어떤 의미인지 말하는 부분이다. 이 기사는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를 만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서재를 찾아 손때가 묻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한 사람당 10~20권씩 네명 합쳐 도합 67권의 책을 다뤘다. 책마다 책장에 꽂힌 이유와 감상을 들을 수 있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부터 기욤 뮈소의 <구해줘>까지.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책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 2010년 3월호

    2010년 3월호

    2010년 3월호

    배우 황정민은 배운다

    “멋진 남자에 대한 로망은 여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늙고 싶다’란 소망이 남자에게도 분명 있는데, 조지 클루니가 바로 그 대명사 격인 배우가 아닐까? 할리우드 배우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고 아우른다는 건 그 사람만이 가지는 오라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를 믿고 따르는 후배들과 즐기면서 촬영했다는 게 영화에서 역력히 보였으니까.”

    잡지에서 특집은 필살기다. 그 잡지의 역량과 감각을 집대성한다. 창간 기념호 특집이라면 더욱 묵직하다. 2010년 창간 기념호에는 대담한 특집이 있다. 배우, 사진가, 디자이너 등 각 분야 전문가에게 각각 지면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보통 취재 대상이 되는 사람이 도리어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 역할 바꾸기 기획이다. 배우 황정민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속 캐릭터를 꼽고 스스로 그에 맞춰 화보를 촬영했다. 발췌한 문장에 해당하는 영화는 <오션스 일레븐>. 15년전과 지금, 배우 황정민은 더 굉장해졌고 <오션스 일레븐>은 여전히 재밌다.

  • 2011년 3월호

    2011년 3월호

    2011년 3월호

    Lesson 멘토에게 강의를 청하다

    “나는 인생을 행복 추구의 과정이라고 보지는 않아. 그건 생존 내지는 투쟁이지. 예컨대 내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났으니 적어도 죽는 건 내 맘대로 해주겠어, 라는 자세. 지금 젊은 작가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무대뽀 정신’이 아닐까.”

    2011년 창간 기념호에도 거대한 특집 기사가 있다. 콘셉트는 멘토와 멘티. 멘토라고 불릴 각 분야 명사와 같은 분야 멘티를 붙여 이야기를 들었다. 멘토와 멘티 구도는 익숙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완전히 새롭게 다가온다. 장장 54페이지에 멘토, 멘티 합쳐 38인이 등장한다. 멘티로 나선 19인의 말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수많은 명언 중에 뭘 고를까 하다가 첫 번째로 나온 만화가 이현세의 말을 발췌했다. 그냥 꼽았는데 콕, 박힌다.

  • 2012년 3월호

    2012년 3월호

    2012년 3월호

    소주가 좋아요

    소주는 모든 한국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술이라고 한다. 그는 소주를 한국 음식의 마리아주라고 표현했다. 이보다 완벽한 궁합은 없으리라. 소주는 우리 밥상에서 이탈리아 그라파처럼 식전주 역할을 해낸다. 특유의 무던함은 입에 맞고, 어느 장소에서나 어색함 없이 어우러진다. 그래서 일찍이 소주 맛을 알면 반주를 한다고 했던가.

    <아레나>는 화려한 걸 다루지만, 그것만 고집하지 않는다. 남자가 좋아할 것이라면 언제든 촉수를 뻗을 준비가 돼 있다. 2012년 창간 기념호에 한 페이지로 다룬 소주 얘기도 그 촉수에 닿은 기사다. 믹솔로지스트와 만나 소주가 왜 좋은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읽는 재미를 더하는 박스 기사는 소주 칵테일 만드는 법.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소주를 가장 많이 마신다.

  • 2013년 3월호

    2013년 3월호

    2013년 3월호

    다 큰 여자

    “20대가 가기 전에 다른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액션이랑 멜로를 하고 싶다고 인터뷰할 때마다 얘기하는데 어필이 안 되고 있어요.” 왜 이 여자에게 액션과 멜로를 연기할 기회를 안 주는 걸까? 연출자들이 진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 잡지를 보다 보면 이런 재미가 있다. 지금은 유명하지만 그땐 신인이던 배우의 앳된 모습을 보는 재미. 2031년 창간 기념호에는 젊은 여배우 여럿을 모아 촬영한 화보가 있다. 조형 작품과 함께 찍은, 흔치 않은 콘셉트의 화보다. 지금도 익숙한 얼굴이 줄을 잇다가 마지막에 천우희가 나타났다. 그렇지, 천우희도 신인 시절이 있었지. 그때 천우희는 이후 자신이 펼쳐낼 빛나는 여정을 예상이나 했을까. 지금 천우희는, 여전히 액션은 못 해봤지만 멜로는 수차례 경험했다. 역시 연출자들은 진부하지 않았다.

  • 2014년 3월호

    2014년 3월호

    2014년 3월호

    상자의 미래

    박이 죽었을 때 몇 개 일간지에 일단짜리 부고 기사가 실렸다. 3선 의원이자 국회 정무위원장을 역임한 원로 정치인이 숙환으로 별세했으며 발인은 다음 날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향년 75세. 유족에 대해서는 기술되지 않았다.

    잡지는 무엇이든 다룰 수 있다. 소설도 실을 수 있다. 2014년 창간 기념호에는 ‘<아레나>×문학과지성사 소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소설, 정이현의 ‘상자의 미래’가 실렸다. <아레나>와 문학과지성사가 협업해 4개월 동안 여덟 명의 소설가에게 ‘입다’ ‘쓰다’ ‘신다’ ‘들다’ 중 한 단어를 선택해 소설을 쓰게 하고 작품을 수록한 기획이다. 소설은 시간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 11년 전에 쓰였지만 지금 읽어도 감흥은 그대로다.

  • 2015년 3월호

    2015년 3월호

    2015년 3월호

    즐거운 집

    집이 유행이다. 집에 관한 책이 나오고, 집에 관한 전시가 열리며, 집을 사던 사람들이 집을 짓는다. 집이 태초이며 근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기 때문일까? 외로울 때 괴로울 때 사람들은 집을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집은 엄마이며 이불이기도 해서. 시인들, 소설가들, 미술가들, 에디터들에게 그들 자신의 즐거운 집에 대해 들려달라고 말했다. 그들의 즐거운 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봄이 가까이에 와서 누워 있는 것만 같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기사는 잡지에 종종 실린다. 각자 삶이 묻어난 소소한 이야기와 그에 걸맞은 사진들. 하나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은 그 자체로 곱씹어볼 의미가 생긴다. 2015년 창간 기념호에는 자기집에 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시인, 소설가, 미술가, 에디터의 시선이기에 서정적으로. 10년 전에도, 지금도 집은 여전히 할 말 많은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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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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