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WWNN
삼청동은 서울의 ‘아트 벨트’라 불릴 만큼 골목 곳곳에 화랑과 갤러리가 즐비하다. 수많은 갤러리 사이 WWNN은 2023년 7월 개관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합을 맞춰온 디렉터 오주현과 회화 작가 이정우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이름은 ‘What We Need Now’의 약자로 현시대에 미술 시장과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다. 방문 당시에는 지근욱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작품 위주로 소개했지만, 조형, 사진, 미디어아트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전시를 진행한다. “작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가가 어떠한 시선과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그것이 시대정신을 표방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공간은 1층과 2층으로 나뉘고 오프화이트, 베이지, 차콜, 스탠 네 가지 컬러로만 구성했다. 제한된 색상과 벽으로 분리된 공간들은 한 폭의 캔버스가 되어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2층은 커다란 창을 통해 햇빛이 깊게 들어오는데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2024년 마지막 전시로는 20대 후반의 젊은 작가 조무현의 전시가, 2025년 1월에는 연로 작가인 윤동천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 완전히 다른 두 세대 작가에게서 WWNN이 포착한 시대정신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5길 20
02 바이오 갤러리
바이오 갤러리는 남산 자락 바로 아래, 생각지도 못한 건물에 위치한다. 마치 학교 건물을 개조한 듯 신관과 구관으로 나뉘어 호실이 쓰여 있는 건물이다. 대표 이사언은 작가가 전시하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갤러리의 목표라 말한다. 내부는 하나의 공간으로 최대한 힘을 빼고 작품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이오 갤러리에선 쉽게 접하지 못한 국내외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재능 있는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행위가 아직도 소수만 즐길 수 있는 문화 같은데 그걸 바꿔보고 싶어요.” 대형 갤러리에서는 볼 수 없는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할 기회다.
주소 서울시 중구 소파로 129 구관4층 401호
03 휘슬
휘슬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날이 선 감각을 뽐내는 갤러리다. 이번에 소개하는 곳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갤러리로 곧 개관 8년 차를 맞이한다.
“저는 작가의 작품 한 조각보다는 걸어온 궤적을 봐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곳에 도달하려는지가 중요하죠.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시를 보고 눈에 띄는 작가를 발견하면 지켜보다 기획과 맞아떨어질 때 섭외하는 편입니다.” 전시 방향성만큼 공간 구조도 흥미롭다. 공간은 1층과 지하 1층 그리고 옆 건물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조각조각 쪼개져 공간마다 느낌이 사뭇 다르다. 기존 전시 공간이었던 3층은 단순히 전시를 위한 미술 갤러리를 넘어 전반적인 예술을 아우르는 워크숍 장소로도 사용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길 12
04 실린더 2(C2)
맛집과 ‘인감카(인스타 감성 카페)’로 여전히 뜨거운 용리단길에는 숨겨진 갤러리 실린더 2가 있다. 관악구에 위치한 실린더 1이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중점을 둔다면, 실린더 2는 중견 작가의 전시나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를 주로 다룬다. 스테인리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하얀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실린더 2는 직관적으로 좋은 작품을 큐레이션하는데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의 규모가 아닌 체감되는 느낌을 중시한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면 연락해봅니다. 피부에 와닿게 명확한 그림을 좋아해요. 그리고 작가가 작업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명백하게 알 수 있는 것들이요.” 1월엔 박예림, 니클라스 아스카, 오현석, 배성호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이 예정되어 있다. 실린더 2의 정체성이 궁금하다면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48길 24
05 마이크로 서비스
힙합의 베이스 소리가 울리는 갤러리. 용산에 위치한 마이크로 서비스다. 사진 속 전시는 곽경륜 작가의 <Depth>로 1990년대 레이브 아트워크에서 영감받아 에어브러시로 그린 일러스트를 선보인다.
“작가의 위상이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제 느낌을 믿는 편입니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표현하는 작가를 주로 소개하죠. 그런 점이 다른 갤러리와는 달리 거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갤러리보다는 공간이라는 단어로 소개되고 싶다는 대표는 마이크로 서비스가 문화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길 소망했다. “신진 아티스트 발굴에 초점을 맞춘 갤러리가 해외에는 많아요.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예술가여도 그들 역시 처음이 있었으니까요. 이미 유명한 작가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습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36길 7 3층
06 샤워
현재 미술계에서 가장 젊고 신선한 전시를 보고 싶다면 샤워에 방문해보자. 샤워는 프로덕션 ‘샴푸’의 대표 신관수와 갤러리스트 이혁인, 그리고 또 다른 작가 한 명이 팀을 이뤄 운영한다. 갤러리의 특징은 공간의 끊임없는 변화. 세트 스타일링과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샴푸’를 모체로 전시 기획 단계에서 작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갤러리 자체를 탈바꿈시킨다.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자본, 스케일의 문제로 테크니션의 도움이 필요한 작가들이 많아요. 저희는 그런 것들이 준비되어 있고요.
그래서 완성된 작가보다는 자신이 그리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작가에게 호기심을 갖고 같이 전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개관전은 <천사[angel]>로 벽과 바닥을 모두 하늘처럼 꾸민 후 목조 다리를 통해 공간을 오갈 수 있게 했다. 공간 전체를 자욱하게 채운 연기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더 많은 작가를 만나기 위해 오픈콜을 열기도 한다. 사진 속 전시는 첫 번째 공모 당선작인 손희민 작가의 <시나리오>. “2024년 프리즈 기간 마지막 날에 클럽에서 파티를 열었어요. 큐레이션한 작가의 작품과 세트리스트를 직접 구성해서 갤러리로서 하기 힘든 이벤트를 열었죠. 그런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굳어 있는 미술계의 방식을 탈피한 작업을 지속하다 보면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저희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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