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돌아와 운동 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이렇게 화보도 찍고요.
형들이 이 순간을 즐기고 많이 경험해보라고 얘기해줬죠. 그래서 최대한 즐기려고 해요. 그냥 편하게, 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그게 어떤 모습인가요?
순수한 이미지?(웃음) 원래 성격도 순수합니다.
새롭게 해보는 활동 중에 어느 쪽이 자신과 잘 맞고 관심 가던가요?
예능에 출연하는 것보다 사진 찍는 게 재밌더라고요. 방송보다는 화보에 더 관심이 있어요. 남들이랑 다르게 입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그냥 옷에 관심이 많아요.(웃음)
오늘 입은 브로이어 스타일은 어떤가요?
원래 키치하게 입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평상시에는 잘 안 입던 옷들이라서 더 관심이 가요. 앞으로 이런 스타일로 옷을 입어야 할 때도 있을 테니까요.
화보에 관심 있다고 했으니 카메라 앞에서 설레기도 하겠네요.
설레죠. 지금도 설레긴 한데, 카메라가 있을 땐 긴장하죠.
올림픽에서 시합도 했는데 카메라 앞에선 긴장하는 건가요?
다른 긴장감이에요. 시합은 제가 늘 해왔던 거니까 열심히 준비한 만큼 오히려 덜 긴장하는데, 이런 작업은 제가 처음이다 보니까 색다른 긴장감을 느끼죠.
올림픽 얘기를 해볼까요?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역시 5점 따고 나서? 제가 잘했다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니 그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상욱이 형이 잘 마무리하길 바랐죠. 오히려 다 끝나고 시상식 올라갈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남들과 다르게 전 군복무를 하고 있어서 거수경례를 했잖아요. 그래서인지 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5점 따는 순간은 꼭 스포츠 만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었어요. 기회를 잡아 최고의 결과를 냈으니까요. 인생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죠.
긴장하지도 않고 연습한 대로 몸이 움직였어요. 많이 준비한 만큼 몸이 자동으로 반응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점수를 땄는지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니까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긴 했어요.
모두 그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서 더 극적이었죠.
결승전 앞두고 코치님이 전술적으로 그 선수랑 제가 하는 걸로 정해주셨어요. 예상한 점수는 5 대 1에서 2 정도였죠. 솔직히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무실점은 어렵거든요. 하늘이 도와줬죠. 코치 선생님이 마음고생 좀 하셨을 거예요. 제가 알려지지 않은 선수라서 교체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걱정할 수밖에 없죠. 코치 선생님이 저를 믿고 결정해주셨어요. 그래서 점수 냈을 때 코치 선생님한테 칼을 겨누면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죠. 그 세리머니 할 때 기분이 좋았어요.
동료 선수들이 해준 말 중에 인상에 남는 말이 있었나요?
결승전 들어가기 전에 상욱이 형한테 시합 때 쓸 전술 얘기를 했어요. 그러자 상욱이 형이 네가 질 수가 없겠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 말 덕분에 자신감 있게 했고, 끝나고 형한테 딱 기대한 점수대로 됐어 하니, 형도 무조건 5 대 0 낼 거라 믿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더 감동받았죠.
그 장면 보면서 문득 결승전에 나가기 전까지 도경동 선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상욱이 형이 부상으로 올 시즌을 좀 빠졌어요. 그래서 다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세계 랭킹 1위 시드로 못 갈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랑 구본길 선수, 박상원 선수랑 셋이서 1위를 유지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단체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죠. 16강에서 본길 형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코치 선생님이 절 내보낼까 생각도 하셨어요. 하지만 전술적으로 제가 마지막에 히든카드 역할로 들어가 분위기를 바꾸는 게 좋다고 하셨죠. 참고 아껴뒀다가 전술적으로 잘 이용하신 거 같아요. 확실하게 말해줘서 그때를 계속 기다렸죠.
마지막 히든카드라면 너무 부담스러운 거 아닌가요?
오히려 그 점이 부담감보다는 원동력이 됐어요.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거든요. 이렇게 날 믿고 넣었는데 내가 못 보여주면 안 되니까 그 부분에서 불타오르는 마음이 생겼죠.
올림픽에서 돌아와 국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했더라고요. 붕 뜬 기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냉정하게 그 너머를 준비했네요.
오히려 이때 더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조금 올라왔을 때 노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화보를 찍는 게 좋더라도 어쨌든 운동선수니까 다음 시합이 또 있잖아요. 거기에 더 집중해서 남들한테 보여줘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죠.
운동선수는 어떤 계기로 급성장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경험이 그런 계기로 작용하나요?
저한테는 어떤 금은보화보다 좋은 걸 얻었다고 생각해요. 큰 무대에서, 또 엄청 큰 경험을 했으니 이런 경험이 저한테 도움이 된다는 걸 이번 선발전이나 시합할 때 많이 느꼈죠. 이걸 발판 삼아 앞으로 히든카드 역할이 아니라 에이스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세대교체가 성공적이라는 평이 있어요. 루키 입장에서는 뿌듯했을 듯해요.
원조 ‘어펜저스’가 너무 잘하는 선수들이어서 파리 올림픽에도 갈 거라 생각했죠.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도 기회를 얻었지만 의심하는 시선도 많았어요. 그런 압박감이 원동력이 됐죠. 그냥 올림픽 나가니까 됐지 하는 마음이 아니라 압박이 들어오니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모든 사람이 의심했거든요. 원하는 바를 이뤘죠.
인상 좋은 얼굴인데 승부할 때는 불타오르는가 보네요?
일상생활에선 웃음도, 장난기도 많은데 펜싱 할 땐 다르죠. 웃음이 사라지고 승부욕이 강해져요.
금메달을 땄지만,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잖아요? 새로운 목표는 뭔가요?
지금부터 LA 올림픽을 걱정하고 싶진 않아요. 내년에 있을 세계선수권이나 앞으로 남아 있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먼저 신경 쓰고 훈련하려고요. 멀리 내다보진 않아요. 어쨌든 중요하지 않은 시합은 없으니까요.
하나의 대회가 아닌 펜싱 선수로서 품은 목표는 뭔가요?
상욱 형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는 것.(웃음)
“저한테는 어떤 금은보화보다 좋은 걸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걸 발판 삼아 앞으로 히든카드 역할이 아니라 에이스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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