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사진을 보니 몸이 굉장했습니다. 곧 올림픽이어서 특별히 몸을 관리하신 겁니까?
수영은 시즌이 거의 1년 내내 있기 때문에 몸 관리도 1년 내내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식단도 늘 관리하시나요? 저는 운동선수라면 아무거나 안 드실 거라는 환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이 확확 찌는 스타일은 아니어서요. 일주일에 6일 정도는 계속 운동하니까 그냥 몸 관리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시합 다가왔을 때만 참고, 평소에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요.
1년 내내 시즌이라면 훈련도 1년 내내 하실 텐데요, 가장 힘든 훈련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를 뽑고 싶은데요, 첫 번째로는 새벽 훈련입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잖아요. 그 새벽에 입수까지 하면서 수영을 해야 한다는 게 조금 힘들어요. 또 하나는 젖산 훈련입니다. 쥐어짜는 훈련이라고 말할 정도의 고강도 트레이닝이에요. 이 훈련을 할 때는 정말 숨이 넘어갈 정도예요. 그 훈련이 있는 날엔 죽다시피 합니다.
젖산 훈련이 고되다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체력을 거의 한계까지 쓴 상황에서 또 운동을 하는 운동이라고 했죠?
네. 체력을 한계까지 써서 이미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 (운동을 해서) 한 번 더 끌어올리는 훈련이에요. 그렇게 젖산 수치를 최대치로 뽑아내 체력을 최대한 늘리는 겁니다.
황 선수를 분석한 예전 기사의 코멘트 중엔 ‘지구력이 덜하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많이 개선되었겠네요.
아무래도 젖산 훈련을 하다 보면 최대 젖산 수치가 계속 유지됩니다. 지구력이 늘 수밖에 없어요. 젖산 수치를 보면 정말 죽을 것 같은데 한 번 더해서 기록이 나아진다면 해야죠. 지구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니까요. 지구력을 올리는 방법으로는 젖산 훈련과 함께 유산소 훈련도 있거든요. 두 가지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지구력이 많이 상승했습니다.
2003년생이시죠. 남들은 놀기도 하는 젊음인데 그렇게 힘든 훈련을 하는 동기가 무엇입니까?
많은 메이저 대회를 나갈 때 제가 획득하는 메달과 기록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메달과 기록의 의미는 ‘남을 이긴다’일까요? 혹은 오늘보다 더 좋은 기록 자체를 위해 운동하나요?
수영도 레이스죠. 초 싸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중간에 상대방과 몸싸움이 있는 레이스는 아니잖아요. 자기가 배정받은 레인에서 수영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기록을 위해, 자신의 베스트 기록을 깨고 싶어 하는 것이 가장 큰 동기 같습니다.
레인 말씀해주시니 궁금해졌는데요, 레인 따라 기록이 달라지기도 합니까?
맨 가장자리인 1레인과 8레인은 옆에 사람이 없어서인지 가장 물살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1레인, 8레인에서 좋은 성적이 많이 나와서 그 레인을 선호하기도 해요.
기록 관리 면에서 보셨을 때 100m와 200m 종목에서 어려운 구간이 다릅니까?
100m는 단거리 종목이어서 처음의 스퍼트가 굉장히 중요해요. 하지만 저는 후반의 마지막 15m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m는 단거리가 아니니까 초반을 얼마나 편하고 빠르게 턴어라운드를 하는지, 그리고 150m 구간은 그냥 버티고, 마지막 200m까지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황선우 선수의 장점으로 ‘물을 잘 탄다’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쉽게 말하면 수영할 때 스트로크를 하며 팔을 한 번 젓죠. (물을 잘 탄다는 건) 팔을 한 번 저을 때 똑같은 힘을 들여서 더 멀리 가는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똑같은 폼에 똑같은 힘을 쓰는데도 물에 더 잘 뜨고, 물속 동작에서 자세를 잡아 앞으로 더 많이 나간다고 보면 됩니다.
‘물을 잘 타는’ 감각은 어릴 때부터 느끼셨습니까?
제가 ‘로핑 스트로크’ 영법을 찾은 게 중학교 3학년쯤부터였습니다. 그렇게 제게 맞는 영법을 찾고, 고등학교 올라와서 초(기록)가 확확 줄면서, 그때부터 터닝 포인트가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중3~고1로 넘어가실 때 키가 크며 기록이 많이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수영이 길면 길수록 유리한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고요. 일단 몇 센티미터라도 더 먹고 들어갈 테니 키가 크면 확실히 이점이 많이 있겠죠.
세계 수준에서는 황 선수보다 신장 자체가 더 큰 선수도 있죠. 성인 레벨로 올라가면 키가 별 상관없어지나요?
정말 하이 클래스에는 키 작은데도 잘하는 선수도 많아요. 그런데 세계 기록을 경신하는 톱클래스 선수들을 보면 신체 조건이 다 엄청나거든요. 그 부분에서는 동양 서양의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수영을 잘하려면 역시 재능은 타고나야 할까요?
어느 정도는요. 저는 모든 운동선수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된다고 봐요. 수영 말고도 모든 종목은 재능이라는 영역을 무시하지 못해요. 진짜 재능이라는 영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은 타고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멘털도 타고났다고 보십니까?
타고난 것 같습니다. 저는 경기 때 스트레스를 막 받지는 않아요. ‘열심히 훈련을 했으니까 그 훈련을 토대로 시합 때 딱 멋있게 보여주자’는 마인드입니다. 스트레스는 훈련할 때 받고, 시합할 때는 긍정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레이스를 합니다.
긍정적으로 치열하게 레이스를 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가장 먼저 뭘 합니까?
터치하고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기록을 보는 거죠. 모든 운동선수가 그럴 겁니다. 자기의 기록이 가장 궁금하겠죠. 그 기록을 보면서 기분이 매번 다를 거예요. 잘 나오면 ‘진짜 너무 후련하다. 기분 좋다’일 텐데 기록이 못 나올 때도 있어요. 그때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운동선수가 항상 기록이 잘 나오냐’라고 생각해요. 모두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다음 시합 때 더욱 좋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늘 함께하신 오메가가 올림픽 타임키퍼이기도 합니다. 경기를 마치고 물에서 내 기록을 봤을 때 오메가 로고도 눈에 들어옵니까?
엄청 많이 보입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오메가 로고 같아요. 모든 수영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에서도 전광판에 크게 ‘오메가’ 시계가 있고 그 옆에 기록이 뜨기 때문에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선수 입장에서 올림픽이라면 정말 중요한 경기를 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기록을 확인할 때는 ‘오메가고 뭐고 아무것도 안 보이고 내 기록만 보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중요한 상황에서도 오메가 로고가 보이는군요.
그렇죠. 정말 대문짝만 하게 있어서요.(웃음) 다니다 보면 어디든 세워져 있고요.
아직 젊은 나이지만 수영선수로서의 삶을 살면서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했을 때였습니다. 그런 메이저 대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신분으로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선택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선택을 받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국민 여러분과 팬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는 무대가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입니다. 그런 무대에서 좋은 메달, 좋은 성적, 좋은 레이스를 보여드렸을 때 기쁩니다.
선택받은 삶의 무게라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수영선수의 삶을 후회하신 적도 있습니까?
따로 없습니다. 젖산 훈련 같은 경우는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후회를 할 만한 건 아닙니다. (수영은)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황 선수께서도 어릴 때 다른 훌륭한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우셨을 테고, 이제 본인께서 어린 친구들의 꿈이 되었을 겁니다. 말씀대로 세계 수준에서는 아시아 수영선수가 별로 없기도 하고요.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제 세계선수권 무대에 가면 동양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그러니까 ‘동양인은 세계 무대에서 안 된다’ 같은 편견을 버려도 됩니다. 우리가 지금 많이 ‘(세계의 벽을) 뚫어놓고’ 있으니까 어린 친구들도 저희가 걸어온 자리를 이어받아서 걸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 친구 아들이 지금 주니어 수영선수예요. 그 친구에게 황 선수께 궁금한 게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수영은 심장으로 하는 건가요 신장으로 하는 건가요?”
저는 신장과 심장 둘 다인 것 같아요. 신장은 타고나는 거죠.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신장은 재능의 영역, 심장은 노력의 영역 같습니다.
그 친구는 이번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처음 나가서 6등을 했다고 해요. 가능성이 있을까요?
6등, 초등학생이죠? 완전 가능성 있죠.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나갔거든요. 그때 자유형 100m에서 5등을 했어요. 처음부터 1등은 아니었던 거예요. 200m에서도 메달을 못 땄어요. 그때의 저는 아예 메달을 못 따는 선수였어요. 그러니 초등학교 때는 하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대략 중학교 3학년부터 잘하면 아이도 자신감을 얻을 겁니다. 성적이 나오면서 ‘포텐’을 터뜨리는 거예요. 그러고 성인이 되면 실업 팀에 가잖아요. 그때부터 좋은 성적을 내면 제가 봤을 때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친구에게 꼭 전하겠습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에게 수영 국가대표 하면 황선우라는 선수가 딱 떠오르도록 하고픈 마음이 크죠. ‘멋진 레이스를 많이 보여줬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으니 예측 성적 같은 건 묻지 않고 응원만 하겠습니다. 일반인 같은 질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수영선수도 실외 훈련할 때 선크림 바릅니까?
선크림 바르고 훈련합니다. 물에 들어가도 얼굴에는 바르는 편입니다. 얼굴 피부가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나중에 나이 먹어서 안 좋아지니까요. 몸에는 안 발라도 얼굴에는 선크림 바릅니다. 수영장 물은 좋지 않은 물이에요. 순환은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니까요. 그리고 ‘락스물’이라 물이 세요. 머리가 탈색될 정도로요. 그래서 피부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휴가를 즐길 수 있겠죠. 보통 사람들은 휴가 갔을 때 풀장에 들어가서 수영을 합니다. 수영선수니 휴가 중엔 수영을 안 하시나요?
수영장이 있으면 들어가지만 그냥 떠다니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들어가긴 하시네요.
들어가긴 합니다. 만약 수영장이 있으면요.
휴가를 가셨을 때 수영장이 없어도 크게 상관없습니까?
전혀 상관없죠. 저는 수영장보다 바다가 좋아요. 수영선수니까 수영은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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