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생각해보니 뒤풀이하고 있었네요.(웃음) 31일에 <재벌×형사> 마지막 촬영이 있었거든요. 현장에 있었던 스태프, 배우들끼리 모여서 뒤풀이했어요.
뒤풀이 메뉴는 뭐였나요?
늘 그렇듯 삼겹살에 소주죠.(웃음) 많은 인원이 모이기에는 고깃집만 한 곳이 없어요. 쫑파티는 늘 삼겹살 먹으러 갔던 것 같아요.
작년 한 해 동안 ‘나 이것만큼은 하길 잘했다’ 하는 게 있다면요?
일단 대선배님들과 함께했던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했다는 게 크죠. 연기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엄청난 규모의 촬영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경험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영화 보는 내내 감회가 새로웠어요.
<노량: 죽음의 바다>는 3년 전에 촬영한 작품이죠. 촬영 이후 개봉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그동안 연기가 더 늘 수도 있으니까요. 작품 볼 때는 어땠어요?
사실 제 연기는 볼 때마다 아쉽죠. ‘이때 더 잘했어야 하는데’ 후회도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더라고요. 영화는 시사회에서 처음 봤어요. 후시 녹음하면서 몇몇 장면을 미리 보긴 했는데 CG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는 가늠이 안 됐거든요. 막상 보니 제가 상상한 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더 크고 장엄해서 놀랐어요. 해상 전투 신을 실제로 바다 위에서 촬영한 적은 없었거든요.
저는 <노량: 죽음의 바다>을 보는 내내 ‘너무 춥겠다’ ‘갑옷 진짜 무겁겠다’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반대로 너무 더웠어요. 제가 나온 장면은 7월 제일 더울 때 촬영했거든요. 촬영 끝나면 2~3kg씩 빠져 있더라고요. 사극을 보면 신분이 높을수록 장신구도 많이 하잖아요. 선배님들은 저보다 훨씬 힘드셨을 거예요.
말씀하셨듯 이번 영화에는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죠. <노량: 죽음의 바다>를 촬영하면서 새롭게 배운 게 있습니까?
감독님과 소통이 정말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어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워낙 규모가 커서 하루에 1~2신 정도 촬영했거든요. 신 하나에 컷이 20컷, 많게는 40컷까지 들어갔고요. 스태프 수백 명이 모인 채로 이렇게까지 디테일을 챙겨야 명작이 나오는구나. 현장에서 지켜보고 참여하는 것만으로 정말 큰 공부가 됐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나갈 때쯤 드라마 <재벌×형사>가 방영돼요. ‘형사가 된 재벌’이라는 콘셉트는 생소한데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어땠나요?
이번 드라마는 <실버 스푼>이라는 러시아 드라마가 원작이에요. 저는 원작을 보지 못한 상태였는데,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원작을 안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어요. 제가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재벌 역할을 했고, <마이 네임>에서는 형사 역할도 해봤잖아요. 두 캐릭터의 장점을 잘 뽑아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연기하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원작을 보지 말라고 주문하셨군요.
처음에는 원작을 보려고 했어요. 감독님께 원작을 구해주실 수 있냐고 몇 번 요청했는데, 되려 원작에 연연하지 말고 자유롭게 캐릭터를 잡아보라고 하셨죠.
반대로 촬영하면서 원작을 참고한 경우도 있나요?
<이태원 클라쓰>, <유미의 세포들> 촬영 때는 원작 웹툰을 봤죠. 드라마에는 원작에서 생략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원작 팬이 많은 작품은 기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해서 원작 서사를 살피면서 캐릭터를 구체화했어요. 일종의 콘티북처럼 원작을 봤어요. 반면 <재벌×형사>는 각색을 많이 해서 기존의 누군가를 따라 묘사한다기보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진이수’를 연기하면서 ‘이런 캐릭터로 보였으면 좋겠다’ 바라는 게 있나요?
어쩌면 진이수는 밉상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시청자 눈에 마냥 미워만 할 수 없는 인물로 보이길 바랐거든요. 밉긴 미운데 그게 또 이상하게 귀여움으로 넘어가줄 수 있는? ‘쟤는 도대체 왜 저럴까’보다 ‘저놈 저거 또 까부네’ 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는 밉상이 있잖아요. 그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작품에 따라 체중 변화도 곧잘 하는 편이죠. 이번 작품을 앞두고는 체중 감량이나 증량은 없었어요?
실제로 재벌 분들이 체형과 패션 스타일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형사로 뛰어다니다가 상황에 따라 화려한 패션을 소화하려면 아무래도 날렵해야겠더라고요. 이번에는 근력운동보다 유산소운동 위주로 해서 체중을 5kg 정도 줄였어요. 제가 평소에 84kg 정도 나가는데 촬영 기간에는 79kg 정도였어요.
이번 작품에서 살을 빼야겠다 혹은 찌워야겠다 하는 건 스스로 판단하나요?
저도 나름대로 생각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요. 이번 현장에는 예전에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분들이 많았어요. 카메라 감독님은 제 데뷔작이었던 <히야>에서 만났었고, <이태원 클라쓰>에서 함께했던 스크립터 2명도 참여했거든요. 제 모습을 꾸준히 지켜봐준 동료들이 좋은 조언을 해주면 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평소에 운동 열심히 하시잖아요. 그런데 이번처럼 유산소운동으로 근육까지 빼면 아깝지 않으세요?
아깝죠.(웃음) 이번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형사’ 이미지가 중요해서 근육을 키우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만들려고 했거든요. 이제 다시 키워야죠. 3일 전부터 근력운동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지금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요.(웃음)
몸을 쓰는 직업이고, 시즌과 비시즌이 있다는 점에서 배우도 일종의 운동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휴식도 중요할 텐데 평소 쉴 때는 뭘 하세요?
작년에는 쉬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예전에는 2~3주 정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오랫동안 캠핑을 가거나 고향에 다녀왔거어요. 요즘은 그 시간이 길어야 3일이에요. 쉬는 날은 대부분 병원이나 체육관에 가죠. 아팠던 곳 치료받고, 운동하고, 그리고 집 청소하면 하루가 끝나요.
그렇게 하다 보면 ‘출근하기 싫다’ ‘오늘은 진짜 쉬고 싶다’ 하는 날은 없나요?
있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서 4시에 다시 나가야 되는 날도 많아요. 차에서 잠자는 게 일상인 기간도 있고요. 힘들죠. 힘든데 지나고 보면 또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해요.
이렇다 할 동기부여 없이 그냥 해야 되는 일을 하는 거네요.
예전에 운동할 때 비하면 지금 ‘힘들다’는 건 복에 겨운 소리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힘이 돼요. 힘듦보다 감사함이 크니까 투정은 안 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종종 ‘쉬고 싶다’ 말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말도 잘 안 해요.
실제로 복싱 선수 생활을 오래 하셨죠.
지금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그때보다 힘들었을까 싶어요. 그 시기도 이제는 오래됐지만, 멘털은 잡기 나름이잖아요. 힘들 때면 종종 운동하던 시절 생각하면서 모든 일에 고마워하죠.
말씀하셨듯 2016년 영화 <히야>로 첫 주연 데뷔를 했어요. 그때의 안보현과 지금의 안보현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때는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그분들께 미안한 마음에 압박으로 느끼기도 했거든요. 제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지금은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한 번씩 찾아가서 ‘그때 그 도움이 나한테는 너무 컸다’ 이야기 할 수도 있고요. 제 인생에서는 그게 정말 큰 변화예요. 편한 마음으로 고맙다, 감사했다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
연기에 있어서 달라진 점은요?
압박이 커졌죠. 이제는 주연을 맡기도 하잖아요. 그럼 감기에 걸려도 안 돼요. 제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그걸 드러내면 현장에 있는 분들 사기가 저하될 수도 있고요. 물론 작품이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다들 이걸 생업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어요. 조급함은 아니지만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품을 서른 편 가까이 하셨더라고요.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본인의 커리어에서 분기점이 되어준 작품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 정도나 출연했나요?(웃음) 저도 방금 알았어요. 분기점이라면 아무래도 <이태원 클라쓰>죠. 벌써 4년 전 작품이지만 아직도 저를 ‘장근원’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처음으로 많은 대중이 좋아해주신 역할이었어요. 저도 그걸 피부로 느꼈고 그만큼 자신감도 생겼어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기 시작했으니 내가 다른 작품을 해도 알아봐주실 것이다’라는 자신감이요.
지난번 <아레나 >인터뷰에서는 ‘안보현의 인생 영화’를 들려주셨죠. 최근 본 영화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시사회 가서 봤던 <서울의 봄> 너무 좋았어요. 보면서 저도 시대물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관심이 있었거나 연기해보고 싶은 시대가 있나요?
<범죄와의 전쟁>을 비롯해서 1970~80년대 작품이 많잖아요. 제가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대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평소에 복싱이나 UFC도 즐겨 보세요?
복싱은 잘 안 보고요. UFC는 종종 클립으로 보고, 올림픽 시즌 되면 경기 다 챙겨 보는 편입니다. 예능이긴 하지만 <최강야구>도 좋아해요.
복싱 선수 출신이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UFC 선수가 있나요?
사실 저는 옛날 선수들 좋아해요. 제가 한창 운동하던 시기에 활동한 선수들. 그때는 K1이 인기였거든요. 그래서 마크 헌트 같은 선수가 UFC 무대에서 뛸 때 너무 신기했어요. 비슷한 이유로 브록 레스너 경기도 재미있게 봤고요. 개인적으로는 레미 본야스키, 미르코 크로캅 정말 좋아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행이요. 잠깐 갔다 오는 거 말고 한 달 살기 같은 거 해보고 싶어요. 제가 자연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스위스나 아이슬란드 가보고 싶어요. 반대로 멀지 않은 제주도나 일본에 가서 정말 마음 편하게 한 달 정도 지내면 좋겠다 싶죠. 사실 이것도 몇 년째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긴 한데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은 가슴속에 두는 것 자체가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 그리고 올해는 팬미팅 꼭 하고 싶어요.
안보현의 소울 푸드 5
라면
요즘은 즐겨 먹진 않지만 ‘안보현의 소울 푸드’라면 라면을 뺄 수는 없어요. 하루 세 끼를 라면으로 먹은 적도 있고, 중간중간 생라면까지 먹었으니까요. 술안주도 당연히 라면이었죠. 요즘은 건강 생각해서 줄였지만 정말 오랫동안 즐겨 먹었던 음식이에요.
위스키
요즘 가장 즐겨 마시는 술. 소주는 한 번 시작하면 너무 많이 마시게 되더라고요. 일이 바빠지고 건강도 챙겨야 해서 위스키 즐겨 마시고 있습니다.
돈가스
예전에 방송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본 적이 없다고 말씀드린 적 있는데요. 요즘에는 너무 바쁘다 보니 종종 배달 음식 시키거든요. 주문 내역 보면 돈가스가 제일 많아요. 소스를 부어서 내오는 경양식 돈가스보다는 찍어 먹는 일본식 돈카츠를 더 좋아합니다.
삼겹살
집 근처에 단골 삼겹살집이 있어요. 사장님이 저한테는 ‘서울 이모’ 같은 분이거든요. 갈 때마다 김치까지 챙겨주세요. 최근에 제가 배우인 줄 알게 되셨는데 그전부터 정말 잘해주셨어요. 일단 그 집 삼겹살이 정말 맛있어요. 참고로 아드님은 ‘삽겹살 클라쓰’라는 식당 운영하고 계시대요.(웃음)
현지 음식
어떤 나라든 현지 음식 먹는 걸 좋아해요. 여행도 좋아하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낯선 곳에서 낯선 음식을 먹는 게 저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예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