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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Things #2

올 한 해의 패션계를 되돌아보며, 9개 분야에서 <아레나> 패션 에디터들이 각자의 기준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선정했다.

UpdatedOn December 04, 2023

6 MAJOR 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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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앰배서더

‘K-팝 아티스트 앰배서더 모시기’는 지난 한 해 모든 글로벌 브랜드의 미션이었다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선정된 남성 앰배서더의 이름만 열거해도 이 지면이 차고 넘칠 정도다. 생 로랑의 세븐틴 정한, 프라다의 엔하이픈, 베르사체의 스트레이 키즈 현진, 루이 비통의 BTS 제이홉과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 디올의 BTS 지민, 캘빈클라인의 BTS 정국, 보테가 베네타의 BTS RM, 발렌티노의 BTS 슈가, 돌체앤가바나의 NCT 도영, 로에베의 NCT 태용, 토즈의 NCT 정우, 겐조의 세븐틴 버논, 발리의 세븐틴 도겸 등. 해외 컬렉션 현장은 K-팝 앰배서더의 등장으로 도로가 마비되고, 도시가 떠나갈 듯 함성이 폭발하는 전에 없이 요란한 광경으로 익숙해졌다. 어느새 K-팝 시장이 한시적 관심을 뛰어넘은 메이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CTK

인 서울

그 어느 때보다 패션 하우스들의 이목이 서울에 쏠린 한 해였다. 시작은 지난 4월, 루이 비통 사상 첫 여성 프리폴 패션쇼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 임박한 일정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런웨이는 바로 한강 잠수교였다.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인 이곳에서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무대 또한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농악과 산울림의 곡이 흘러나오며 정호연의 오프닝으로 시작된 런웨이는 익숙한 동시에 파격적이었다. 구찌는 서울의 중심이자 문화유산인 경복궁에서 크루즈 쇼를 진행했다. 원래 외국인 사신을 맞는 행사를 열었던 경복궁 근정전에서 벌어진 크루즈 쇼는 어떤 의미에서 일맥상통했다. 아트와 패션을 넘나드는 이벤트로 서울이 들썩거렸던 프리즈 기간에 열렸던 프라다 모드 프로젝트, 에르메스 아이코닉 백의 세계와 영감을 담은 ‘플리스 체크 인(Please Check In)’ 행사까지 서울에 매료된 하우스 브랜드의 대대적인 이벤트들이 성황을 이뤘다. LS

비비안 웨스트우드

2022년 12월 29일,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SNS에는 추모의 물결이 넘쳐났고 이는 2월에 진행한 패션위크까지 이어졌다. 2024 S/S 런던 컬렉션 시작을 하루 앞둔 날, 런던의 서더크 대성당에서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추모식이 열렸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상징하는 타탄 체크와 핀 스트라이프, 진주 목걸이를 활용한 참석자들의 차림은 그곳이 추모식인지 패션 행사인지 헷갈릴 만큼 화려했다. 이런 애도 방식도 역시 비비안 웨스트우드다웠다. 뒤이어 진행된 뉴욕 패션위크에선 마크 제이콥스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이전 컬렉션을 참고한 ‘Heroes’라는 제목의 컬렉션을 선보이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떠난 지 거의 1년이 흘렀지만 그가 남긴 유의미한 궤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거다. LDS

7 CAMPAIGN VISUAL

2023 F/W 질 샌더

질 샌더의 시선은 왜인지 다르다. 루시와 루크 마이어가 그려내는, 질 샌더가 있는 일상의 장면은 유별나게 서정적이고, 침잠하며, 찬란하게 빛난다. 스테판 키드가 촬영한 2023 F/W 시즌 캠페인은 여전히 덤덤한 상황 가운데 강렬한 색채와 음영의 대비가 밀도 높은 미니멀리즘으로 표현되었다. 질 샌더 특유의 말갛고 깨끗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빈티지 포스터처럼 농도 짙은 인상적인 비주얼. 이번 캠페인 일부에 테크노의 대부 제프 밀스가 등장했는데, 그를 슴슴한 포트레이트로 담아낸 것도 아주 깔끔하고 적당했다. CTK

버버리 뉴 크리에이티브 익스프레션

다니엘 리가 참여한 버버리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의 첫 번째 쇼가 2주쯤 남았을까. 이전까지 이미지를 전부 삭제했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운 로고와 함께 뉴 캠페인 이미지가 공개됐다. 이미 다니엘 리와 호흡을 맞춘 사진가 타이론 레본이 촬영한 캠페인 비주얼은 다시 정통과 본질에 집중한 새로운 버버리를 예고하는 힌트를 여럿 남겼다. 영국 도심 곳곳은 물론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레논 갤러거를 비롯해 뮤지션 스켑타와 샤이걸, 첼시 FC 소속의 축구선수 라힘 스털링 등 다양한 영국 명사들을 캠페인의 얼굴로 올렸다. 버버리의 앰배서더인 배우 전지현도 반가웠으나 무심하게 촬영한 백조와 여우 사진에 마음이 더 끌리는 건 왜일까? 또 다른 변화로 다니엘 리는 버버리의 승마 기사 심벌을 부활하고, 기존의 모던한 서체는 부드럽고 클래식한 느낌으로 바꿨다. 단순히 이전과 다른 캠페인이 아니라 다분히 영국적이면서도 과감한 버버리로의 회귀가 선연하게 드러나던 순간. LS

2024 S/S 프리 컬렉션 로에베

조너선 앤더슨이 이끄는 로에베는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엉뚱하고 유쾌한 순간을 즉흥적으로 포착하는 사진가 유르겐 텔러와의 궁합은 가히 최고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작업을 함께했지만 특히 맘에 드는 건 2024 S/S 프리 컬렉션 캠페인이다. 그중에서도 케케묵은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듯한 소파에 블랭킷만 두른 채 늘어져 있는 조시 오코너의 사진이 최고다. 어딘가 엉성하고 어수룩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사진의 테두리를 대충 잘라내고 흰색 배경 위에서 다시 촬영해 콜라주처럼 연출한 것도 마음에 든다. 생경한 아이디어를 누구보다 낯선 방식으로 구현했지만 이렇게 재미난 이미지라면 누구든 단숨에 설득시킬 수 있을 거다. 세상에 웃음보다 강력한 건 없을 테니까. LDS

8 NEW DIRECTOR

  • 앤 드뮐미스터, 스테파노 갈리치

    고백하자면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이 앤 드뮐미스터에서 선보인 최초이자 최후였던, 단 하나의 쇼로 그치고야 말았던 컬렉션을 좋아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실망했다. 그 후, 별 기대 없이 본 스테파노 갈리치의 앤 드뮐미스터는 예상보다 무난했다. 어쩌면 좀 좋은 쪽에 가까웠다. 특히 가죽 벨트를 활용한 룩들이 기억에 남았다. 이를테면 아주 기다란 가죽 벨트를 여러 번 겹쳐서 커머번드처럼 스타일링한 룩이나 수트 위에 코르셋처럼 연출한 룩 같은 것들. 지난 이의 그림자를 덮기엔 아직 미약한 빛이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을 기대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LDS

  • 에트로, 마르코 드 빈센조

    소재에 근간을 둔 에트로 하우스의 정신과 마르코 드 빈센조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상통하는 것 같다. 그가 에트로에 부임한 이후, 특유의 아카이브는 드디어 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봄, 2023 F/W를 통해 첫 번째 남성 컬렉션을 선보인 그는 자카르 코트, 크로셰 스웨터, 풍성한 풀오버 등 에트로만의 푸근하면서도 아늑한 컨트리풍 소재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헐렁한 쇼츠, 벌키한 양말을 더한 알라딘 클로그 등의 아이템을 조합하여, 현재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컬렉션으로 완성했다. 요란하지 않고 세련된 마르코식 해법이 에트로를 정확히 관통했다. CTK

헬무트 랭, 피터 도

“헬무트 랭보다 급진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없다.” 베트남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이끄는 피터 도가 한동안 공석이었던 헬무트 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이후 한 말이다. 헬무트 랭 2024 S/S 컬렉션은 시인 오션 브엉(Ocean Vuong)의 시가 적힌 바닥을 런웨이로 삼고 영민하고 정제된 테일러링을 선보였다. 노랑과 핑크의 리본 끈 위빙 디테일은 신선했고, 헬무트 랭의 아카이브를 진지하게 표방하고 싶어 하는 흔적에서 고민이 느껴졌다. 젊은 디자이너는 여느 때와 같이 캡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를 떠났다. LS

9 GOOD PAIRING

  • 디올맨×ERL

    킴 존스가 디올맨의 2023년 봄 컬렉션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ERL의 엘리 러셀 린넷즈를 초대했다.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의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감성이 디올 하우스에 파도처럼 밀려온 컬렉션은 경쾌하고 강렬했다. 대담한 컬러와 패턴을 디올의 아카이브에 적절하게 녹였고, 감각적으로 스타일링해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다. 뾰족뾰족한 머리카락이나 컬러 스프레이를 뿌리고 비즈를 장식한 헤어스타일 또한 컬렉션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은 요소였다. 누군가와 손잡는 족족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니, 이런 기세라면 킴 존스는 아마도 협업의 매력에 중독돼버리는 것이 아닐는지. LDS

  • 메종 마르지엘라×펜들턴×월트 디즈니 컴퍼니 ×젠틀 몬스터

    존 갈리아노는 이미 쿠튀리에의 경지를 넘어선 이야기꾼이다. 1월에 선보인 아방가르드하고 젠더리스한 메종 마르지엘라 Co-Ed 2023 컬렉션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진화한 협업. 미국의 울 회사 ‘펜들턴’의 친숙한 웨스턴풍 체크 원단을 사용했고, 요크를 변형한 미키 마우스의 귀를 비롯한 미키 마우스 프린트 티셔츠, 모자를 내놓았다. 아이웨어 컬렉션은 젠틀몬스터와 협업을 이뤘다. 이렇듯 존 갈리아노는 불협화음 속 파격, 하나의 이미지를 무너뜨려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컬렉션 전반에 활용했다. LS

티파니×나이키

전설적인 두 브랜드가 선보이는 ‘레전더리 페어(Legendary Pair)’ 컬렉션은 군더더기 없이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담았다는 점이 간결하고, 강렬하다. 티파니×나이키 에어 포스 1 1837은 블랙 스웨이드 소재에 티파니 블루 컬러의 스우시를 더해, 상징적인 디자인과 컬러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함께 선보이는 스털링 실버 액세서리 컬렉션은 스털링 실버 소재로 이뤄진 휘슬 펜던트, 슈혼, 슈브러시와 듀브레로 구성되었다. 장식적인 설명 없이 지극히 심플하고 매끈한 실루엣의 액세서리 컬렉션은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물건들이라 오히려 구매욕을 자극한다. C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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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최태경, 이상, 이다솔
Assistant 김여름, 박소은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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