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AR MORE+

N과 M

BMW M을 살 돈이 있어도 현대 N을 타는 이유.

UpdatedOn October 03, 2023

3 / 10
/upload/arena/article/202310/thumb/54586-522683-sample.jpg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면 다음 날 손흥민 유니폼이 더 팔린다는 말이 있다. 자동차계에도 그런 때가 있었다. 모터스포츠 대회 성적으로 각 브랜드의 성능이 판단되어 구매와 연결되던 때가. ‘일요일에 우승하면 월요일에 차가 팔린다’는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반면 오늘날 르망 24시와 F1 경기 결과에 구매할 차를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테슬라는 단 한 번도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적 없이 전 세계에 차를 판다. 그런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는 고성능 라인업 N을 냈다. N은 종종 BMW M과 비교된다. 대형 자동차 브랜드의 고성능 라인업이기 때문에,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M이 N을 웃돈다. 기계의 성능, 기계의 가격, ‘헤리티지’라 부르는 전통까지. 그래서인지 현대는 N을 개발하며 M의 남자를 영입했다. 알버트 비어만. BMW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M의 개발총괄책임자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런저런 이유로 N을 M의 아류작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그렇다면 엠블럼을 떼었을 때 N과 M 중 어떤 차를 고를까?

N과 M의 근본적 목표는 같다. 운전 재미다. 공도에서든 트랙에서든. 둘은 모두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고 그 경험을 양산차에 적용한다. 그런데 둘의 가격과 퍼포먼스는 큰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브랜드의 포지셔닝에서 비롯된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시작 가격이 4천만원을 넘긴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M은 후륜구동을 고집한다. 라인업은 6기통·8기통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이 500마력을 웃돈다.

현대는 대중차 브랜드다. 엔트리 모델인 캐스퍼의 가격은 1천3백85만원부터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판매대수도 많다.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총 판매대수는 BMW 그룹의 약 1.5배에 달한다. 그 안에서 현대의 특기는 100마력대의 전륜구동차다. 현대 N은 지난 8년간 300마력을 넘지 않는 전륜구동 스포츠카에 주력했다. i30 N, 벨로스터 N, 아반떼 N 모두 그랬다.

현대도 할 수 있다. 500마력 이상의 1억원대 고성능 차를 만들지 못할 리 없다. 현대가 M5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을 만들지 않는 이유와 BMW가 아반떼 N의 경쟁 모델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같다. 속한 시장이 다르니까. 이들은 각자 속한 시장에서 최고의 차를 만들 뿐이다. 현대는 같은 성능과 가격의 차라면 소비자가 N이 아닌 M을 택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신형 아반떼 N의 최고출력은 280마력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며 500마력, 0→100km/h 3초 같은 수치가 익숙해져도 280마력은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아니라면 280마력의 출력을 100% 뽑아내기 어렵다. N은 일반 운전자가 탈 수 있는 수준 안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카를 만든다. 슈퍼카 오너 중에도 N을 사는 사람이 있는 이유다.

시계로 비유하자면 N은 롤렉스보다 지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차는 사람이 수심 300m는 고사하고 수심 3m까지 들어갈 일이 일 년에 몇 번이나 될까? 반면 실제로 바다에 들어갈 사람은 롤렉스보다는 지샥 프로그맨을 찬다. 더 실용적이고 정비성도 좋다. N은 평일 강남대로 출퇴근 길에도, 주말에 찾은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도 즐길 수 있는 차다. 서킷에서 차를 몰아세우다 디퍼렌셜이 고장나도 동네 카센터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리할 수 있다.
N과 지샥 같은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훌륭한 제품력. N은 2015년 출범 이래 성능을 지표로 증명하고 있다. N이 달성한 WRC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2019, 2020),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레이스라 불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8년 연속 완주는 그럴싸한 브랜딩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지표다.

자동차 회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자를 설득한다. 현대는 헤리티지나 디자인 대신 유의미한 숫자를 들이밀며 N 브랜드를 설득해왔다. ‘일상의 스포츠카’를 앞세워 N을 만들기 시작해 지난 8년간 꾸준히 성과를 올렸다. 대중 브랜드의 가격과 성능에서 벗어나지 않는 차.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 만일 현대가 ‘일상의 스포츠카’가 아닌 ‘최강의 스포츠카’를 앞세웠다면 오늘날 N이 지닌 설득력은 없을 것이다.

모델명 브랜드 시작 가격 전장×전폭×전고(mm) 엔진
아반떼 N 현대자동차 3천3백52만원 4,710×1,825×1,415 N 전용 터보 2.0L 가솔린 직렬 4기통
M3 컴페티션 BMW 1억3천4백50만원 4,795×1,905×1,440 M 트윈파워 3.0L 가솔린 직렬 6기통
모델명 구동 방식 최고출력(ps/rpm) 최대토크(kgf·m/rpm) 복합 연비(km/L) 공차 중량(kg)
아반떼 N 앞엔진 앞바퀴굴림 280/5,500 ~ 6,000 40.0/2,100~4,700 복합 10.4 1,520
M3 컴페티션 앞엔진 뒷바퀴굴림 510/6,250 66.3/2,750-5,500 복합 8.3 1,755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y 현대자동차, BMW

2023년 10월호

MOST POPULAR

  • 1
    오늘을 사는 김정현
  • 2
    BACK TO BASIC
  • 3
    영화관에 대한 단상
  • 4
    장 줄리앙과 장 줄리앙들
  • 5
    드라이브 가요

RELATED STORIES

  • CAR

    패밀리 카라는 이름으로

    흥미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패밀리 카 시장에 새 모델이 등장한 까닭이다. 중형 SUV는 이 시대 패밀리 카를 대표한다. 지금까지 중형 SUV 하면 떠오르는 모델은 명확했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와 KGM 액티언은 그 연상 작용에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 그럴 수 있을까?

  • CAR

    CAFE RIDER

    모터사이클 타고 모터사이클 카페에 간다. 전투기가 비행장으로 모이듯 라이더라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 일상을 더욱 빛내줄 모터사이클 넉 대.

  • CAR

    미쉐린과 모나코

    미쉐린은 모터스포츠와 함께했다. 모나코는 모터스포츠의 성지 같은 곳이다. 미쉐린이 모나코에서 특별한 여정을 준비했다. 근사한 이야기가 펼쳐질 듯한 조합이다. 미쉐린과 함께한 모나코의 어느 특별한 순간.

  • CAR

    화장을 고치고

    기아 EV6는 2021년에 등장했다. 어느새 3년이 지나 부분변경 모델이 나왔다. 변화의 핵심은 눈매. 밤하늘의 별 궤적처럼 LED를 흩날렸다. 역시 눈매가 달라지니 또 새롭다.

  • CAR

    Stand on Top

    성능, 가치, 상징성 어느 하나 모자라지 않는다. 정점에 선 자동차 넉 대.

MORE FROM ARENA

  • FASHION

    STILL MORE

    다이얼만큼 브레이슬릿이 멋진 시계.

  • FASHION

    Stardust

    때로는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 속 신선한 얼굴이 되기도, 런웨이의 모델로 서기도 하는 배우들. 이번 시즌에는 어떤 배우와 브랜드가 만났는지 살펴봤다.

  • AGENDA

    거리의 탐험가들

    세계에서 가장 BMX를 잘 타는, 톱 클래스 라이더들이 서울 탐험에 나섰다.

  • LIFE

    아레나의 공간

    <아레나>를 옆에 끼고 길을 나섰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아레나>와 꽤 어울리는 친구 같은 공간을 찾았다.

  • LIFE

    겨울에 흐르는 음악 8

    코끝 시린 계절이 오면 어떤 음악을 들을까?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겨울을 알리는 음악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