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도 잘 부탁해> 본방으로 보셨어요?
매번 작품 할 때마다 그렇지만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멜로가 많아 제게도 도전이었어요. 본방도 시간 되면 꼭 챙겨 보려고 했어요. 재방송도 TV에서 많이 하니까 챙겨 보고 분석하기도 해요. 시청자 입장에서 보려고도 하고요.
분석해보니까 어떠셨어요?
자화자찬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한 노력이 보여서,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요. 감독님뿐 아니라 원작 작가님께서도 현장에 오셔서 좋아해주셨거든요. 재미있었고 좋았죠. 더 다양하게 도전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새로운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서 준비한 게 따로 있었나요?
딱히 준비했다기보다는, 전작 <이태원 클라쓰>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까 해외에 계신 분들은 제가 <이태원 클라쓰>에 나온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걸 모르기도 하시더라고요.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는 다른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보다는 더 발전하기 위해 도전했을 때 어떨지가 궁금해요. 그 마음이 강해서 거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안 해본 역할을 하시려면 이나정 감독과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처음 이나정 감독님 뵀을 때 제 작품들을 거의 다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인한 면 안에 되게 여리고 섬세한 면을 봤다고 하셨어요. 저도 감독님 팬인데 제 작품을 봐주신 것도, 감독님께서 저랑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감사하더라고요. 여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말씀을 직접 들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그런 말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여린 분이 아닙니까?
여리다고 할 수는 있는데 표출하지는 않아요. 제가 여리거나 아프거나 해서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아서, 지인이나 측근은 잘 모르기도 하죠.
신혜선 님과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혜선 씨가 먼저 캐스팅되고 제가 되었기 때문에 믿고 따라간 면이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에너지 넘치고 지음이랑 잘 어울렸어요. 당돌한 모습이 아주 잘 어울리고 또 연기로 그걸 보여주니까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현장에서도 편안하고 친하게 잘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까?
추운 겨울에 찍은 장면을 보면 추웠던 게 기억나요. 드라마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이라, 과거 장면에서는 사극 분장을 했는데 그런 걸 해보니 오묘하더라고요. 바닷가에서 왈츠 추는 장면도 되게 예쁘게 연출돼서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안보현의 인생 영화
주먹이 운다(2005)
최민식 선배님이 서울체고에서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보니 신선했다.
챔피언(2002)
복싱 선수 때 보았다. 두 영화는 배우라는 직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다.
타이타닉(1997)
가장 많이 본 영화 중 하나. 크루즈 여행은 내 버킷 리스트이기도 하다.
트루먼 쇼(1998)
‘이런 극본을 어떻게 만들까’ 생각했다. 짐 캐리가 <마스크>의 그 배우란 것도 충격이었다.
해바라기(2006)
남자라면 다 좋아하는 영화 아닐까. 내 주변 남자들도 세 번씩은 봤을 것이다.
만족을 느끼십니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편이라 항상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감정이입만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만 있죠. 저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족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래서 식단도 꾸준히 관리하시는군요. 아까 메이크업 받으며 샐러드 드시는 걸 봤습니다.
식단 관리해야 될 때는 하고요. 배역에 맞춰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다음 드라마 촬영을 시작해서 그 캐릭터에 맞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해요. 그래서 식단을 관리하고 다른 모습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능인 <부산촌놈 in 시드니>도 방영 중입니다.
네. 그것도 다시보기나 본방으로 봐요. 연기가 아니라 저의 실제 모습을 보여줘요.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카메라가 실제 앞에 있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사진첩 보듯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우리가 그랬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저는 워킹홀리데이 등도 시간이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고, 좋은 형님 동생이랑 같이하다 보니까 제 인생에 큰 추억이 되었어요. 그래서 더욱 챙겨 보고 재방송도 -보곤 해요.
부산 경남분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또 경남 말을 하게 되나요?
형들을 만나니까 이제 표준어 쓰는 게 어색해서 사투리를 썼어요. 저는 아직까지는 사실 부산 사투리가 더 편하죠.
방송되지 않은,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까?
웬만한 건 다 방송에 나온 것 같아요. 방송 시간은 정해졌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을 다 찍을 수도 없고요. 웃기거나 재미있으려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 저희에게는 비하인드 스토리이자 재미있는 추억이었어요. 같이 있으니까 어릴 때 숙소 생활한 것처럼 웃기고 좋더라고요.
시드니에 대한 인상은 어땠습니까?
한국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산책도 좋아하고, 풍경을 보며 러닝하는 것도 좋아하고, 해변 근처에 앉아 커피를 마시든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그렇게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요. 시드니는 그런 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비치 라이프가 생활화된 것 같아서, 어릴 때 워킹 홀리데이로 왔으면 푹 빠졌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부산에도 비치가 많이 있죠.
부산이랑 시드니랑 굉장히 비슷한 것 같아요.
부산도 크잖아요. 부산 중에서 바다 가까이 사셨나요, 내륙에 사셨나요?
전 완전 바닷가요. 저는 영도라는 곳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닐 정도로 오래 살았어요. 또 다대포라는 바닷가에서 살기도 했으니 거의 바닷가에서만 살았어요. 다대포, 송도, 영도 이렇게 바다 쪽에만 있었어요. 거기는 약간 로컬 분위기가 더 강한 느낌이고, 해운대 광안리 같은 경우는 도시적인 느낌도 있고, 또 여행 오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타지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제가 있었던 곳은 정말 지역성이 강한 곳이었죠.
저도 부산 자주 가거든요. 저는 근데 부산 가면 거의 남포동이랑 송도에 있고 해운대는 안 가요.
저는 해운대나 광안리 쪽은 잘 안 가요. 길도 몰라요. 딱 부산역 기점으로 (다대포 쪽으로) 넘어오면 이제 거기서부터는 거의 제 손바닥 안에 있어요. 지금은 갈 때마다 많이 바뀌어 있어서 신기해요. 부모님이 부산에 계시다 보니까 종종 가요.
저도 언젠가 제 일이 정리되면 부산 가서 살고 싶어요.
진짜요? 그 정도예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닌데.(웃음)
저도 따뜻한 곳에서 바다 보는 걸 좋아해서요. <부산촌놈 in 시드니>는 예능이니까 드라마랑 다른 매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예능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여태껏 한 예능은 대본이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래서 좋았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 안보현을 보여줄 수 있어서요.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을요. 또 예능 말고는 사람들이 저를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예능으로 저를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예능을 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할머니예요. 할머니께서 제가 나오는 예능을 너무 좋아하세요. 처음 <나 혼자 산다>를 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좋아하시고, TV에 계속 그것만 틀어달라고 동생에게 요청하신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는 진짜 생방송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순수한 모습이 너무 귀엽고 좋죠. 예능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하려고 해요. 드라마는 제작 기간이 기니까 한 번 찍으면 1년 뒤에 나올 수도 있고 챙겨 보거나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예능은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더 했어요.
되게 멋있는 이유네요. <나 혼자 산다> 얘기가 나와 드리는 말씀인데, 그때 등장한 갤로퍼도 잘 있습니까?
지금 제주도에 있어요. 자연을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제주도를 자주 가거든요. 제주도에 친구도 있고 형님들도 계신데 자녀가 있는 친구도 있어요. 아이들도 그 차를 좋아해요. 그 차는 구조 변경을 해서 뒤에 시트가 없다 보니 뒤에서 소꿉놀이하듯이 놀 수도 있거든요. 이제 서울에서 디젤 차 타기 힘들어지니까 가만히 놔둬봤자 뭐 하겠냐 싶어서 제주도에 뒀어요. 내려가면 제가 타죠.
성공하셨는데도 그때 그 옛날 차를 아직 갖고 계시는군요.
약간 저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느낌이 돼서요. 보는 분들마다 물어보시기도 하고 빌려달라고 하는 분들도 많아요. 버리진 못하고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에 또 3백만원 이상 들여서 차를 다 수리했어요. 하체 부품도 교환하고.
앞으로도 계속 잘 운용하시길 바랍니다. 배우로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예능을 통해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저는 새로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해요. 예능을 하고 싶다기보다 예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생전 가보지 못한 곳에 가는 걸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는 이미 새로운 촬영을 하기 시작했어요. 에너제틱한 저의 모습을,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대한 많이 분석하고 감독님과 의논하며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있어요. 그 역시 저에게는 도전이에요.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맡고 싶으세요?
제가 <이태원 클라쓰> 말고는 악역을 한 적이 없거든요. 근데 임팩트가 강해서 그런지 굉장히 악역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된 악역이나 정통 누아르에 도전하면 어떨까 항상 생각해요.
앞으로 많은 분들께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는 저의 이름을 알아주시는 게 아직 너무 신기해요. 너무 감사하고요. 드라마 배역 이름으로 불릴 때도 기분이 좋아요. 그분들이 그 드라마를 봤다는 거고 사람 이름이 아닌 극중 캐릭터 이름을 외우신다는 것 자체가 임팩트를 준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 이름 석 자보다 제가 한 드라마 배역의 이름으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배우로서는 너무 좋은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마음으로 계속 임하고 있어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운동하다가 지금은 배우가 돼서 다양한 역할도 하고 표준어를 구사하려고 하는 등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연기를 계속하는 게 제게는 도전이에요. 군검사, 공대생, 부잣집 아들 역할도 해봤는데, 제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살면서 현실적으로 접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게 재미있어서 계속 연기하고 계속 도전하는 거라 생각해요. 많은 분들께 저의 색다른 모습, 그 안에서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제 끝나고 뭐 하세요?
메이크업 지우고 운동하러 가요. 내일 아침 일찍 드라마 촬영 시작이라 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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