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을 두면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을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더 나은, 더 멋진 영훈으로서
팬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영훈
편의점에서 빵 먹다가 캐스팅됐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뭘 드셨어요?
오늘 첫 끼로는 촬영장에 있는 무스비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웃음) 평소에 아침을 잘 챙겨 먹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점심, 저녁 식사는 꼭 먹어요.
오늘처럼 촬영이 있거나 ‘나 오늘 고생했다’ 싶은 날에는 뭘 드세요?
위스키 마십니다. 잭 다니엘스랑 발베니 좋아해요. 집에 가서 씻고 잠들기 전에 온더록스로 마시면 ‘오늘 열심히 했다’ 싶죠.(웃음)
요즘에는 약과가 인기라고 합니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빈티지요. 최근 일본에 자주 갔는데 빈티지 숍에서 셔츠를 두 장 정도 사서 주야장천 입고 있습니다. 온갖 페인트가 잔뜩 묻어 있는 갈색 셔츠인데 이상하게 눈이 가더라고요. 입어보고 바로 구입했죠. 아, 요즘 또 꽂힌 거 있어요. 말린 연어. 일본에서는 어느 편의점을 가든 말린 연어가 있거든요. 갈 때마다 한가득 사와요. 너무 맛있어요.
아이돌은 해외여행 가면 어떤 걸 사올까 궁금했는데 빈티지 셔츠와 말린 연어는 의외네요. 만일 회사에서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휴가를 줄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면 뭐 하시겠어요?
오오 . 일단 본가에 갈 것 같아요. 동네 친구들도 만나고 간만에 가족이랑 데이트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해외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비행기가 너무 무서워서.(웃음) 그래도 휴가가 주어지면 가족이랑 오랜만에 여행 가고 싶어요. 도쿄나 오키나와면 좋겠네요.
휴가 계획은 일반 직장인과 비슷하네요.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이세요? 저는 일단 치킨을 시킵니다.
일하면서 알게 된 건데 제가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 아니더라고요. 며칠씩 잠을 못 잘 때도 있어요. 물론 몸은 피곤하죠. 그래도 ‘짜증 나’ ‘하기 싫다’ 싶은 적은 없었어요. 짜증이 나도 그 기분이 한 시간을 안 넘겨요.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스트레스를 안 받는? 그런 점에서 이 일을 하기 참 편한 성격이구나 싶기도 해요.
건실한 사회인이네요. 아까 촬영 중간중간 현장에 있던 시계를 한창 보시던데 원래 시계 좋아하세요?
저 시계 진짜 좋아해요.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매일 차지는 않지만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죠.
컬렉션도 있나요?
집에 4~5개 정도 있어요. 시계는 브레이슬릿 모델만 삽니다.
태어나서 처음 번 돈으로 부모님과 형에게 선물했다고 들었어요. 그때도 시계 선물해드렸어요?
맞아요.(웃음) 형이랑 어머니께는 시계, 아버지께는 신발이랑 벨트 사드렸어요. 최근 어머님 생신이었는데 이번에는 형이랑 돈 모아서 가방 선물을 드렸어요.
반응은 어땠나요?
웃긴 게 사실 얼마 전부터 엄마한테 가방을 사드리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먼저 딱 집어서 ‘나 이거 사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사드렸죠. 엄청 반응 좋았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이 인터뷰 보고 연락 올까 봐 겁나네요. 영훈 님은 예명 생각해본 적 있나요? 후보로 어떤 이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예전에 회사에서 예명을 각자 정해오라고 했을 때 ‘아이’라는 이름을 가져갔어요. 영어로 ‘i’.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린 마음에 멋있어 보였어요.(웃음) 회사에서 거절당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거절당한 게 감사해요.
반려견 ‘보리’ 사랑으로 유명합니다. 보리 자랑 시간 한번 가져볼까요.
우리 보리는요.(웃음) 제가 6개월 만에 집에 들어가도 단번에 저를 알아봐요. 몇 분 동안 거의 울다시피 하면서 반겨줘요. 그러고는 한동안 비웠던 제 방으로 저를 데려가요. 평소에 보리는 어머니랑 침대에서 같이 자는데 제가 집에 가면 꼭 제 방 침대에서 자려고 해요.
강아지가 같이 자주는 거 감동이죠.
정말요. 들어보니까 제가 집에 없는 날에는 제 방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대요. 그런데도 늘 엄청나게 반겨주니까 그것만으로 너무 고맙고 기특하죠. 제가 아는 생명체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예요.
가수 중에서 BTS 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롤모델이 있습니까?
지금은 없습니다. 롤모델을 두면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을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더 나은, 더 멋진 영훈으로서 팬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올해로 데뷔 6년 차인데, 당시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있나요?
가장 크게 바뀐 건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에요. 데뷔 초에는 ‘이 사람들이 날 왜 좋아할까?’ 생각했거든요. 물론 감사한 일이죠. 한편으로는 내가 더보이즈 멤버로 노래 하나를 냈을 뿐인데 어쩜 이렇게 좋아해주실까, 내가 어떻게 하면 보답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경계심이 없어요. 저도 팬들을 정말 많이 좋아하거든요. 저와 더비 사이에 시간이 쌓이면서 유대감이 형성된 거죠. 단순히 기대와 사랑에 부응해야겠다는 것 이상으로요. 이제는 ‘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지’ ‘나 영훈 팬이야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지’ 생각해요.
막연한 질문이지만 영훈이 생각하는 멋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예의 있는 사람이요. 누군가가 예의 없게 행동하는 걸 보면 보이지 않는 면까지 상상하게 돼버리잖아요. ‘저 사람은 평소에도 저런 사람이겠구나’ 하고요. 같은 의미로 예의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저렇게 친절히 대하겠구나’ 상상하게 되고요. 멋진 사람이란 별것 아니더라고요. 편의점에서 물건 구입 후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하는 사람은 어딜 가서도 예의 없는 사람처럼 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영훈은 어떤 가수, 어떤 사람이 됐으면 하나요?
본업에 최선을 다하는 가수. 팬들을 아끼고 좋아하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고요. 그때는 30대일 테니까 지금보다 원하는 일들을 더 많이 더 잘하면 좋겠어요. 과정이 힘든 건 아무래도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즐기는 30대가 되면 행복할 거예요.
“6년 전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할 만큼 달라진 점은 없어요.
안일해지지도 조급해지지도 않고
그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해요.”
현재
<아레나>와는 2년 만이죠. 당시 인터뷰에서 “팀 내 포지션은 톱”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때 포지션이 톱이기도 하다”라고 했는데 여전히 유효한가요?
그럼요. 여전히 유효해요.(웃음) 쉴 때는 보통 멤버들끼리 게임하면서 놀거든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톱을 맡고 있습니다.
게임할 때도 멤버들마다 맡은 포지션이 있나 봐요.
저는 진짜 톱밖에 안 해요. 멤버들은 다른 포지션을 병행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각자 맡은 라인이 있죠. 예를 들면 제이콥은 정글, 주연이는 원딜이나 미드, 선우는 미드를 담당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티어 여쭤봐도 됩니까?
저는 지금 골드 1이고요. 다른 멤버들도 대부분 골드예요.
다들 실력이 준수한 편이네요. 춤보다는 연기 공부를 먼저 시작했는데 당시의 공부가 현재 직업에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까?
연기 공부는 어렸을 때 아주 짧게 해서 사실 기억도 잘 안 나요.(웃음) 발가락만 담갔다 뺀 느낌이죠.
지금은 연기 욕심도 있나요?
엄청요. 역할이나 장르는 상관없어요. 연기는 많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향상된다고 하더라고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예요.
연기 학원을 통해서 오디션을 처음 봤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가수를 꿈꾼 건 아닌 터라 연습생 때 심적으로 더 힘들었겠다 싶어요.
10대에는 뭘 하든 새롭고 신기하잖아요. 가수가 아닌 다른 일을 했더라도 첫 도전이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했을 거예요. 멤버들에게 의지도 많이 됐고요. 저는 연습생 때 피드백 받는 시간도 좋았어요. 하루 종일 정해진 연습량을 채우고 나면 회사 로비에 연습생들이 다 모여요. 매일 그날의 연습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다행히 상처가 될 법한 말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어서 즐겁게 회상할 수 있어요.(웃음)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훈련 기간이기도 했겠네요.
맞아요. 지금은 특히 팬분들께 피드백 받는 걸 좋아해요. 사실 팬분들 눈에는 아티스트가 마냥 멋있고 좋아 보일 수 있잖아요. 이따금 아주 구체적으로 안무나 무대 피드백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실제로 그 피드백을 받고서 무대가 좋아졌구나 느낀 적도 있고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감사하죠.
여태껏 많은 곡으로 활동했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안무와 노래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안무는 ‘THRILL RIDE’. 여름 느낌이 강한 곡인데 무대에서 춤을 출 때도 재밌고, 무엇보다 곡 자체가 가진 에너지가 좋아요. 음악적인 면에서 보자면 ‘Spring Snow’. 이번 월드 투어 무대에서도 정말 많이 부른 곡인데요. 가사가 특별해요. 멤버 전원이 팬들을 생각하면서 작사한 곡이거든요. 부를 때마다 팬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도 아주 소중한 노래입니다.
앞선 인터뷰를 찾다 보니 여기저기서 음식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더라고요. 냄새만으로 치킨 브랜드를 알아맞히는 게 가능하시다고?
20세 초반까지는 가능했어요. 제가 워낙 ‘초딩’ 입맛인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심했거든요. 지금도 치킨을 좋아하지만 그때는 정말 많이 먹었어요. 요새는 나이를 먹었는지 치킨보다 밥이 좋더라고요.(웃음) 최신 메뉴 중에 안 먹어본 것도 많아서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
선호하는 브랜드나 메뉴가 있나요?
특정 브랜드의 메뉴를 선호한다기보다 그냥 치킨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그날그날 끌리는 걸 시키는 편입니다.
오늘 촬영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뭘 드시겠어요?
오늘은 피자 먹겠습니다. 숙소 룸메이트 중에 학년이라는 멤버가 있어요. 월드 투어 중간중간 한국에 들렀는데 그때마다 피자를 시키더라고요. 이름도 기억나요. 반올림피자샵의 불벅 치즈링. 학년이는 먹다 남긴 피자를 항상 냉장고에 모셔두거든요. 제가 스킨케어 제품을 냉장고에 보관해요. 스킨케어는 보통 씻고 잠들기 전에 하잖아요. 그걸 보면서 늘 맛있겠다 생각만 했어요. 오늘은 그걸 먹어보려고요.
스킨케어하고 먹는 피자. 최고네요. 인천 출신이고 SK 와이번스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요즘 가장 응원하는 선수가 있나요?
예전에는 김광현 선수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대단한 선수지만 SK 시절의 김광현은 말 그대로 히어로였으니까요. 요즘에는 시간이 없어서 야구를 못 챙겨 봅니다. 응원하는 선수는 있어요. 한 번은 검색하다 보니까 삼성 라이언즈에 이재현이라는 선수가 뜨더라고요. 제 본명이 이재현이거든요. 이름이 같아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웃음)
활동명은 본명을 거꾸로 뒤집은 이름이죠. 당시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느 날 회사에서 숙제를 내주셨어요. ‘너희가 활동하고 싶은 이름 열 개만 갖고 와’ 하고요. 멤버들마다 각자 이름을 들고 왔는데 영 아니었던 거죠. 저는 부모님께서 가장 원하셨던 이름을 가져갔는데 반려당했습니다. 제 이미지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웃음) 어린 마음에 ‘부모님이 좋다는 이름인데 왜 그러냐’는 말도 했었어요. 바로 다음 날인가? 회사에서 ‘현재’가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저는 또 ‘너무 대충 지은 거 아니냐’ ‘그냥 내 이름 거꾸로 한 거아니냐’ 투덜거렸거든요. 그런데 이유를 듣다 보니 설득당했어요.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이 추천하셨던 활동명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한빛’이었어요.
정말 막 태어난 아들 이름 짓듯 지어주셨네요.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때는 저도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회사가 괜히 회사가 아니구나’ 싶어요.
아이돌은 여러 도시를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지난 6년간 더보이즈로 활동하면서 인간 이재현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한 때가 있었어요. 내가 이 일을 안 했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요. 하지만 막상 6년 전과 비교해보면 이렇다 할 만큼 달라진 점은 없어요. 그때 생각하던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 평소의 성격도 비슷해요. 안일해지지도 조급해지지도 않고 그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해요.
프로네요. 좌우명처럼 늘 품고 다니는 말은 있나요?
내 주제를 알자.(웃음) 멤버들한테도 늘 하는 말이에요. 비꼬는 말은 아니에요. 겸손은 누구에게나 미덕이 될 수 있으니까. 가끔은 내가 내 편을 너무 못 들어주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팬분들을 생각해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 고로 나는 주눅들 필요가 없다’ 생각하죠.
사나이군요. 30대의 현재는 어떤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누군가 저를 생각했을 때 ‘더보이즈 현재’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면 좋겠어요. 10년 정도 뒤에는 제가 출연한 작품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면 좋겠어요. 연기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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