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헬카페 보테가의 아이스 드립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10길 36 1층
평일 오전 용산경찰서 옆 헬카페 보테가에 앉아 아이스 드립을 한 잔 시키면 여름날의 의식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종이가 아닌 융 필터에 한 방울씩 커피를 내린다. 추출한 커피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얼음통에 텀블러를 넣고 탈수기처럼 돌려준다. 커피가 다 식으면 냉동실에 보관해둔 유리잔을 꺼낸다. 유리잔에는 루미큐브만 한 대형 각얼음이 들어 있다. 거기에 식혀둔 커피를 따르면 한여름에도 잔 표면에 서리가 솟아오른다.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운 잔 속에 담긴 순도 높은 커피를 마시는 동안 텅 빈 카페에는 내내 음악이 흐른다. 휴가를 내서라도 체험할 만한 풍경이다.
펠트커피 청계천점의 아이스 오트 라떼
주소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 14
청계천 블루보틀 건너에 와인색 커튼을 인테리어 요소로 쓴 펠트커피 청계천점이 있다. 접객은 나긋하고 늘 끝까지 들어보고 싶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여름에는 아이스 오트 라떼가 인기다. 펠트카페에서 직접 수급해 로스팅한 원두로 만든 커피에 유기농 오트 밀크를 섞는다. 간단한 커피지만 좋은 재료로 숙련된 사람이 만들면 모든 게 달라진다. 같은 티셔츠라도 좋은 면으로 만든 게 남다른 것처럼. 펠트커피의 방향성이 느껴지는 산뜻한 커피 향 사이로 고소한 오트 밀크의 맛이 위화감 없이 스며든다. 한 잔 들고 청계천을 걸어도, 큰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어도 좋다.
피어커피 바의 망고 셔벗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10길 36 1층
한남대교 북단 우측 언덕길에 위치한 피어커피에서 운영하는 피어커피 바가 있다. 커피 바라는 이름처럼 에스프레소 위주의 메뉴를 판매한다. 망고 셔벗에 피어커피 에스프레소를 1/3샷 따르고 그 위에 얼린 채 썰어둔 망고 조각과 애플망고 콩포트를 얹은 뒤 매장에서 키운 로즈메리 잎을 한 장 띄우면 피어커피 특제 ‘망고 셔벗’이 완성된다. 고소하고 씁쓸한 에스프레소에 달콤새큼한 망고 셔벗이 섞이니 새벽 공항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하이패스로 통과하듯 시원하다.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뜨거운 여름날이나 발이 다 젖을 장마철에도 한남동 오르막을 걸어올라갈 가치가 있다.
낙하산커피의 낙하산 블러드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46길 25호 101호
‘낙하산 블러드’는 귀엽고 청량한 여름 메뉴다. 이탈리아의 슬러시 머신에 다당류 토마토와 여러 재료들을 넣어 진하게 갈았다. 토마토로 만든 슬러시라면 왠지 아는 맛일 것 같은데 막상 빨대로 한 모금 들이켜면 미묘하게 다른 맛이 올라온다. 차이는 농도와 당도다. 한국에서 보통 먹는 토마토주스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파는 것에 비하면 물을 조금 더 탔나 싶도록 연하다. 낙하산 블러드는 아낌없이 재료를 넣은 티가 날 만큼 토마토 맛이 확연하다. 낙하산 블러드를 내려주는 직원은 “인근 직장인이 숙취 해소 메뉴로 많이 찾는다”고 말해주었다.
Day & Night
그로니의 에스프레소 마티니
주소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3길 5-6 1층
그로니의 넓은 바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서울의 즐길 거리도 다양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그로니 이동호 대표는 코리아 컵 테이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 바리스타인데 낮술을 즐길 수 있는 커피 바를 차렸다. 이런 곳의 여름 음료라면 역시 커피가 들어간 칵테일이다. 이동호 대표는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추천했다. 네덜란드산 보드카 케텔 원에 자신이 볶고 내린 에스프레소를 얹고 커피 리큐어를 더했다. 커피가 품은 단맛과 씁쓸한 맛, 차가운 액체의 감촉과 보드카가 목을 스칠 때의 열기, 이런 것들이 여름날의 아지랑이처럼 몰려왔다 사라진다. 서울 여름의 맛이다.
Night
참제철의 화채 인 시즌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33-10 4층
참제철은 적선동에 문을 연 ‘바 참’의 두 번째 칵테일 바다. 이름 그대로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다채로운 칵테일을 선보인다. 올해 여름 메뉴에 이름을 올린 ‘화채 인 시즌’은 수박화채에서 영감받았다. 실제로 수박과 우유가 들어간다. 의아할 수 있다. 색깔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밀크 워시드 기법에 있다. 우유와 산이 만나면 단백질이 굳으면서 유청이 분리된다. 이 과정에서 수박과 우유의 색깔이 빠져나간다. 그 밖에도 민트, 압생트, 레몬주스, 스파클링 와인를 넣어 맛이 달콤하고 청량감 있다. 가니시로는 수박 소르베와 호박씨가 올라간다.
빌라레코드의 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5길 18 지하 2층
‘시원(Sea One)’은 빌라레코드 메뉴에 없는 칵테일이다. 이번 기사를 위해 빌라레코드 조영준 바텐더가 즉석에서 만들었다. 그는 가장 먼저 투명한 잔 안에 파란색 칵테일 드로를 칠했다. 다음으로 세 가지 진을 블렌딩한 빌라레코드의 하우스 진, 화사한 풍미의 베르가모트 리큐어 ‘이탈리쿠스’, 감칠맛을 품은 솔티드 멜론 코디얼을 잔에 붓는다. 청량감을 위해 피버트리 토닉워터를 추가하면 ‘시원’이 완성된다. 부산 광안리의 밤바다를 생각하며 만든 칵테일이다. 메뉴판에 없는 칵테일은 어떻게 주문할까? 조영준 바텐더는 이렇게 답했다. “모든 바텐더에게 ‘메뉴에 없는 여름 카테일’을 추천해달라고 하시면 ‘시원한 시원 한 잔’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명동 숙희의 블랙 사파이어 포도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10길 7-9 4층
명동 숙희의 시그너처 칵테일은 현재 총 일곱 가지다. 주로 제철 과일을 활용하기 때문에 메뉴의 가짓수와 재료는 매번 달라진다. 숙희가 추천하는 여름 칵테일은 ‘블랙 사파이어 포도’다. 피스코 사워를 숙희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피스코는 칠레와 페루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증류주로 흔히 ‘포도 브랜디’라고 한다. 블랙 사파이어 포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포도, 피스코, 라임을 한데 넣고 갈아낸다. 그다음 포도 껍질을 걸러낸 뒤 달걀흰자와 섞어 흔들면 끝이다. 잔 위에 올라간 포도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겨울에는 블랙 사파이어 포도 대신 샤인머스캣을 사용하며 온더록스로 제공한다.
파인앤코의 바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7길 33 지하1층
‘바다’는 특별한 코스터 위에 올라간다. 마스크 공장에서 나온 자투리를 녹여 검푸른 파도 형상으로 빚어냈다. 바다의 베이스가 되는 술은 테킬라다. 파인앤코는 테킬라를 로즈메리 연기 한 번 더 증류해 훈연 향을 입혀 사용한다. 여기에 진저 허니시럽, 레몬, 달걀흰자, 소금물을 넣고 셰이킹하면 칵테일이 완성된다. 칵테일 표면에는 아드벡을 뿌린다. 아드벡은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서 증류한 위스키로 바다 내음과 훈제 향이 특징이다. 코스터 끝자락에는 디저트로 초콜릿이 올라간다. 초콜릿 역시 파인앤코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바닷속 검은 암초를 연상시킨다. 초콜릿에도 아일라 위스키가 들어간다.
서울 텐더의 시티 코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12길 17
‘시티 코랄’은 1984년 하드 셰이크 기법의 창시자이자 일본의 전설적인 바텐더 우에다 가즈오가 만든 칵테일이다. 약 40년 전 탄생한 시티 코랄은 우에다 가즈오의 제자, 양광진 바텐더의 손을 통해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 시티 코랄을 만들기 위해선 가장 먼저 잔 입구에 블루 큐라소를 묻힌다. 그다음에는 잔을 거꾸로 뒤집어 소금에 찔러 넣는다. 이렇게 완성된 가니시를 ‘코랄 스타일’이라 부른다. 잔이 준비되면 음료를 만들 차례다. 런던 드라이 진 ‘비피터’, 멜론 리큐어 ‘미도리’, 그레이프 프루츠 주스, 블루 큐라소, 그리고 얼음을 셰이커에 넣고 흔들어준다. 마지막으로 토닉워터와 함께 잔에 따르면 달콤 짭쪼름한 멜론 맛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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