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이 애매한 데님 밑단을 잘라 올 풀린 쇼츠로 만들거나 오래된 스웨트 셔츠를 슬리브리스 톱으로 셀프 커스텀하는 것도 오래전 옛일이 됐다. 이번 시즌 트렌드는 아예 낡아 빠지고 빛바랜 새 옷을 향해 있다. MM6 메종 마르지엘라의 런웨이를 봐도 도무지 성한 옷이 없다. 돌체앤가바나와 지방시, 디스퀘어드도 멀쩡한 티셔츠와 스웨터에 구멍을 내고 거칠게 잘라 해진 밑단을 그대로 드러낸 불규칙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이처럼 불규칙한 텍스처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각양각색. 이번 시즌 미우미우는 데님과 가죽의 낡고 거친 멋을 살리기 위해 스톤워싱을 더했다. 여기에 물에 빠졌다 마른 것처럼 비틀어진 실루엣을 그대로 살려 유틸리티 무드를 배가했다. 디젤과 와이프로젝트를 이끄는 글렌 마틴스는 어쩌면 이 트렌드의 선두적 위치에 자리할 테다. 비정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가 이끄는 두 브랜드는 런웨이에서 여지없이 뒤틀리고 어긋난 디테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거칠게 찢은 디스트로이드 데님에 시어한 소재를 덧댄 데님 디자인과 가죽부터 니트와 실크, 시폰 소재를 활용한 디스트레스 효과가 디젤 쇼의 새빨간 런웨이를 지배했다. 구리 안료에 담가 금속 광택의 불규칙한 크랙을 표현한 가죽 재킷과 바지도 신선했다. 이렇듯 노골적이고 다소 파괴적인 새 트렌드를 보여준 디자이너 각자의 입장은 단순히 미학적일 수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완벽하게 재단된 옷에 몸을 맞춰 넣어 입던 시대는 분명히 지났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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