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발렌시아 현지에서 두카티의 새로운 스크램블러를 시승했다. 스크램블러는 두카티의 엔트리 모델이다. 바이크에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로망과 같은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웬일인지 두카티가 이 엔트리 모델에게 그동안 너무 무심한 게 아닌가 싶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스크램블러가 공개됐다. 이전의 아쉬움을 깔끔히 해결한 모습으로 말이다.
스크램블러 시리즈는 2015년 출시한 이래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케이블 클러치를 유압식 클러치로 변경했고 계기반에 기어 단수 표시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LCD 흑백 디스플레이를 고수했고, 그 위로는 각종 케이블이 덤불처럼 뻗쳐 있었다. 와일드한 이미지가 강조되는 스크램블러이기에 이런 러프함을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두카티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세대로 진화한 스크램블러는 이러한 아쉬움을 모두 해소시킨다. 4인치 풀컬러 TFT 디스플레이와 전자식 스로틀의 탑재로 핸들바 주변이 말끔하게 정리됐다. 라이딩 모드는 스포츠와 로드 모드를 지원하며, 트랙션 컨트롤은 총 다섯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연료탱크와 펜더의 컬러를 아홉 가지로 커스텀할 수도 있다. 외관은 물론 성능까지 ‘두카티스럽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엔진은 기존과 동일한 803cc 공랭식 L-트윈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을 유지한 것은 ‘신의 한 수’다. 모터사이클 신은 유로5가 적용됨에 따라 공랭식 엔진이 사멸되고 있다. 대다수의 브랜드가 미들급 클래식 네이키드 세그먼트에서 수랭식 엔진을 표준화시키고 있다. 두카티의 고집은 이러한 트렌드에 역행하는데, 이와 같은 뚝심이 모터사이클 마니아에게는 희소식이다. 공랭식 엔진에는 수랭식 엔진에서는 느끼기 힘든 고유의 박동감과 거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스크램블러와 같이 과거의 유산을 토대로 재해석된 기종은 이러한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에서 180km가량을 달렸다. 도심, 고속도로, 와인딩 로드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달렸기에 스크램블러의 성능을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었다. 803cc의 공랭식 L-트윈 엔진은 입문자가 다루기에도 큰 부담이 없는 한편 충분히 토크풀하다. 최고 출력은 73마력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실제 체감 출력은 그보다 높게 느껴진다. 7,000rpm 직전까지 차오르는 가속 성능이 탁월하고, 기어 조작감이 개선돼 시속 180km까지 금세 도달한다. 퀵 시프트까지 장착하면 이 과정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차체는 시트고가 낮아 다루기 쉽고, 업라이트 핸들바를 장착해 포지션이 편안하다. 덕분에 복잡한 도심에서는 날렵하게, 외곽 지역에서는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스크램블러는 기존의 장점을 유지한 채 단점을 메웠다. 스크램블러로 모터사이클에 흥미를 느꼈다면 다음 스텝도 준비돼 있다.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파니갈레 시리즈로, 오프로드 라이딩에 구미가 당긴다면 데저트 X나 멀티스트라다 시리즈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원한다면 하이퍼모타드나 디아벨 시리즈로 가면 된다. 그 시작점에 스크램블러가 서 있다. 두카티 스크램블러의 슬로건은 ‘THE LAND OF JOY’이다. 새로운 스크램블러는 ‘기쁨의 세계’로 당신을 기꺼이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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