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노
한태민, ARCHIVIO
<리베라노>는 ‘수트 장인’ 안토니오 리베라노에 관한 다큐멘터리이자 헌사입니다. 왜 이런 기록을 남길 생각을 했습니까?
내가 동경하는 사람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컸죠. 올해 제 나이가 만 50세입니다. 패션 일을 시작한 지 딱 20년 됐어요. 올해를 터닝 포인트로 삼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삶의 모티브가 되는 분을 생각하게 됐죠. 그 생각이 안토니오 리베라노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어요. 특히 남성복 문화가 잘 발달한 일본에서 왜 그토록 이 사람을 존경하는지, 무엇이 그를 존경하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안토니오 리베라노는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습니까?
일을 시작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리베라노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궁금증이 생겨 그가 운영하는 ‘리베라노 앤 리베라노’에 갔는데 당시 제게는 모든 옷들이 너무 비쌌어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 편집숍 샌프란시스코 마켓을 열면서, ‘이 업계에서 최고는 누구일까’ 찾아보니 이번에도 리베라노의 이름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리베라노에게 옷을 맞추러 갔습니다. 그때 나눈 대화가 너무 즐거웠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고 2012년에 함께 트렁크 쇼를 열었습니다. 제게 트렁크 쇼는 리베라노와 나흘간 함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10년 동안 내가 알게 된 인간 리베라노의 면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리베라노의 반응은 어땠나요?
웃죠, 웃더라고요. ‘나한테 와서 책 쓰겠다고 한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사진만 찍어가더라’ ‘왜들 그렇게 사진을 찍어가는지 모르겠다’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책은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 쓴 책인가요?
저는 피렌체를 무척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도시를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도 기억할 수 있는 걸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길을 걸어갈 때는 어디까지 걸어왔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수트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저도 좋아합니다만 수트를 입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리베라노와 한 대표님을 비롯한 신사복 업계 종사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냥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 왔을 때가 2005년 말이었어요. 그때는 아무도 한국에서 수트를 안 입었습니다. 그 후로 어느 날 사람들이 수트를 입기 시작하더니 곧 잦아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수트가 유행하는 게 웃긴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래식보다 K-팝을 듣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그렇다고 클래식과 재즈가 없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수트는 언제까지고 남아 있을 걸 알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기록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왜 책이라는 형태여야 했습니까?
‘얼마나 아름답게 기록하느냐’보다 ‘얼마나 깊게 이야기를 기록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책은 물리적으로 우리 곁에 남잖아요. SNS에 사진 올려서 기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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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 청미래
류이치 사카모토가 2009년 쓴 회고록. 류이치 사카모토는 기본적으로 시원시원하게 사는 사람인 모양인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느낀 대로 솔직하게 말한다.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은 일본 음악인 류이치 사카모토가 성장하는 과정인 동시에, 전쟁이 끝난 20세기 후반이라는 시대가 어떻게 부풀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이 나왔다 절판된 뒤 절묘하게도 고인의 부음 후에 다시 출간되었다. -
20세기 청춘
구가인, 모로
이제는 40대 초반이 된 1980년대 초반생의 시대 회고록. 기자인 저자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겪은 일들에 대해 소상히 적고 개인적 감상과 객관적 근거를 더했다. 이런 책의 특성상 사람들마다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내용이 전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생이라는 분류상 MZ인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가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멋지고 훌륭한 커리어가 좋은 삶과 연결되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깨달음을 얻으려면 여러 가지 일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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