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락 아크타스
오스트리아 유튜버, ‘the wrist guy’ 채널 운영자
워치스 앤 원더스를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였어요. 내가 봤을 때 박람회는 작년과 아주 비슷했습니다. 느낌, 부스 디자인, 브랜드, 심지어 음식까지도요.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시계 셋은 튜더 블랙 베이 54, 롤렉스 퍼즐 데이 데이트, 까르띠에 산토스였습니다. 블랙 베이 54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지름이 37mm였던 시절의 디자인으로 출시되었어요. 이런 시계가 출시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롤렉스의 퍼즐 데이 데이트는 롤렉스가 매사 너무 진지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시계입니다. 나는 이런 자세가 오늘날 시계 산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까르띠에 산토스 역시 한번 더 까르띠에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품격 있고 세련된 디자인이죠.
와다 마사하루
웹 프로듀서 및 에디터, 호딩키 재팬
대형 시계 박람회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전에 IT 회사에서 일했었고 지금 다니는 직장인 호딩키 재팬에는 2019년 말에 입사했는데 그때 코비드-19 팬데믹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제네바에서 열린 박람회는 물론 즐거웠어요. 제네바는 시계 산업의 수도이며, 최신형 시계를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무엇보다 훌륭한 건 내가 팬데믹 기간 동안 인터넷으로만 만났던 시계 업계의 중요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난 것이었습니다.
내 마음에 들었던 시계는 셋입니다. 첫째는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까레라 출시 60주년 기념 시계입니다. 전에도 지름 39mm 사이즈 까레라는 있었지만 이 시계는 기존 모델보다 러그 투 러그(시계 케이스의 세로 길이)가 1mm 짧습니다. 케이스 가장자리 부분 타키미터 스케일의 시인성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손목에 착 감기는 느낌도 더 좋아졌습니다. 일본에서 열린 선행 터치 & 필 세션에서는 줌으로만 시계를 봤는데, 스위스에 와서 브랜드가 만들어낸 실제 제품을 보는 건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페이스 투 페이스 커뮤니케이션은 실제품의 뉘앙스를 파악하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튜더 블랙 베이 54입니다. 올해는 작은 사이즈의 시계가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트렌드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튜더 블랙 베이 54는 특히 큰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이 시계는 튜더 블랙 베이 라인업에 최신형으로 추가됐지만 1954년에 출시된 튜더의 첫 다이버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지름이 37mm라 착용하기에 굉장히 편하고, 초기 다이버 시계와 비율이 비슷하며, T-핏 시스템 덕분에 미세 사이즈 조절도 쉽죠. 완벽한 ‘툴 워치’가 될 수 있는 시계입니다.
세 번째는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트래블 타임 5224R-001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러 개의 시간대를 보여주는 ‘트래블 타임’ 시계 팬인데, 안타깝게도 이 장르의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가 많지는 않습니다. 파텍 필립은 계속 멋진 트래블 타임 시계를 만듭니다. 올해 파텍 필립의 하이라이트는 24시간 다이얼이 있는 트래블 타임 시계였습니다. 예전에는 두 개의 시침이 두 개의 시간대를 가리켰는데, 지금은 더욱 우아한 방식으로 낮/밤 표시창 없이 두 가지 시간대를 보여줍니다. 지난 몇 년간 일체형 금속 브레이슬릿의 ‘럭셔리 스포츠’ 시계가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224R처럼 스포티하거나 드레시한 차림에 모두 찰 수 있는 ‘유틸리티 워치’가 미래에 인기를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재섭
에디터, 타임포럼
기계식 시계 업계는 진정세에 들어간 기분입니다. 그런 만큼 브랜드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자신들이 주력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의 상징적인 시계들을 재출시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복각을 트렌드라고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예전의 것을 차용하는 경향이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시계가 약간은 도자기 취미처럼 되어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주 적은 애호가들끼리만 즐기는 고풍스러운 취미가 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가장 인상 깊었던 브랜드로는 까르띠에와 샤넬을 뽑고 싶습니다. 까르띠에는 무엇이 예쁜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품성과 자신들의 전통을 배합하는 일에도 아주 능숙하고요. 시릴 비네론이 CEO로 부임한 뒤 눈에 띄는 변화를 보입니다. 그전에 진행하던 파인 워치메이킹 대신 스켈레톤에 집중하는 등 라인업을 다듬은 뒤 내놓는 결과물이 이제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샤넬은 아주 큰 돔형 시계인 마드모아젤 프리베 피케 귀 워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시계에 창조적인 시도를 많이 해두었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으나 실제로 보니 다이얼에 샤넬 트위드 재킷 원단을 형상화하는 등의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도전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에르메스도 은근히 가성비 좋은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가성비를 말하기에는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에르메스는 고급 범용 무브먼트를 쓰는 브랜드고, 에르메스라는 브랜드 파워도 있고, 시계 디자인도 특별합니다. 패션 브랜드니까 오히려 남다른 디자인에 설득력이 있죠. 롤렉스 등의 브랜드가 갑자기 다른 디자인을 출시하면 시계 순수주의자들의 반감을 얻겠지만요. 패션 브랜드는 자유로울 권한이 있습니다. 그 면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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