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나무로 만든 초대장을 받았을 때부터 퍼레이드 행사를 시작하는 입구에 들어서기까지, 눈앞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퍼포머가 등장하는 공연이라는 정보만 알고 있던 터라 무대와 객석이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상상했는데, 현장은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커다란 공간 군데군데 다양한 카테고리의 홈 컬렉션을 전시해두고, 퍼포머는 이를 이용해 끊임없이 새로운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다. 관객은 아주 밀접한 거리에서,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들의 공연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홈 오브제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가 기획한 가구, 조명, 텍스타일, 테이블웨어 등으로 구성됐다.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필립 드쿠플레의 연출 아래 퍼포머 56명이 70여 가지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펼쳐 4백여 가지 정적인 오브제에 역동적인 생명력을 부여했다. 다양한 크기의 박스가 등장하는 퍼포먼스로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작된 공연은 박스와 홈 컬렉션 제품을 무대, 공연 세트, 패션쇼 런웨이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시키며 새로운 광경을 선사했다. 제품 개개의 특성을 살린 생동감 있는 퍼포먼스는 두 시간이 넘도록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게 하거나 황홀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오직 퍼포머의 동작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서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움직임에 동화되고, 더 이상 관람자 아닌 참여자로서 자리했다. 그렇게 공연에 몰입했을 무렵, 에르메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포니 댄스가 시작됐다. 이제껏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퍼포머들이 모두 중앙에 모여 말의 울음소리를 믹싱한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따라 하기 쉬운 유쾌한 동작들을 보며 누군가는 춤을 췄고 또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홈 오브제의 이채로운 면모에 홀린 듯이 빠져든 어느 황홀한 밤의 현장.
에르메스 퍼레이드의 인상적 장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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