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보 촬영이 있다 그러면 어떤 기분인가요?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쉽지 않죠. 그래도 시키면 열심히 합니다.
사람들이 코미디언을 만나면 어떤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책임감이 생겨요. 코미디 쇼라면 나를 보러 오는 시간만큼은 아깝지 않게 해야겠다 하는 마음. 식당에 가도 음식값 내고 식사를 하잖아요. 코미디언도 코미디를 보러 온 사람을 웃겨야 할 의무가 있죠. 갖은 노력을 해서라도 그 시간을 책임지려 해요. 누군가가 제 코미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면 그걸로 만족해요.
겸손한 말과 별개로 몇 년간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에서 선보인 코너가 연타석 홈런을 치는 등, 늘 기세가 좋은 코미디언에 속합니다.
안 된 것도 꽤 있어요. 잘된 게 더 유명할 뿐이죠. 운도 있고, 주변에 소중한 동료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에요. 제 MBTI가 INTP인데, 매우 내향적이고 좋아하는 것만 추구하는 편이에요. 단점도 있지만 코미디언으로서 장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올해로 데뷔 17년 차입니다. 돌아보면 어때요?
최근 들어 스스로 칭찬하기 시작했어요. 개그계에서 17년이나 생존한다는 것 자체로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크게 무너진 적도 없고요.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나 코미디 잘하는구나’라고. 이전까지는 나태해질까 봐 부정했거든요. 이제는 스스로를 인정해도 될 것 같아요.
이제 개그계에서는 선배에 속하죠?
막내 취급받는 선배랄까요? 나이에 비해 데뷔가 늦은 편이라, 선배 라인 중에서는 막내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성 씨는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위해 당하는 편이던데.
놀리면 타격감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당하면서 꿈틀거리는 게 즐겁다나? 다들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저만 보면 그렇게 공격을 해요.
놀림받아도 웃음으로 승화하는 코미디언이지만, 무시당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코미디언들끼리 공격받았다고 진심으로 화를 내거나 슬퍼하면, 공격한 사람이 못된 사람이 돼요. 저는 그게 싫어요. 사실 저도 MBC에 속했을 때는 엄청난 공격수였거든요. 그래서 양쪽 입장을 알아요.
코미디언 사이에서는 서로 놀려도 되는 암묵적 동의가 있나요? 주고받는 농담이 자연스럽게 극처럼 이어지는 걸 보면 말로 하는 무협 액션 같기도 해요.
그만큼 합이 중요해요. 사석에서 나눈 동료의 치부를 방송에서 웃음의 소재로 쓴다거나, 가짜 뉴스를 만들어 공격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코미디는 둘 중 하나 같아요. 이기거나, 지거나. 개그를 던지거나 받는 거죠.
단순하지만 꼭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람을 웃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방법을 알았다면 세계적인 스타가 됐겠죠.(웃음) 상황에 따라 달라요. 사람을 웃긴다는 건 사람, 상황, 시간, 온도 등 복합적인 걸 다 고려해야 해요. 일방적인 농담은 폭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신나서 던졌는데, 상대가 유쾌하게 받아치면 코미디가 되는 거고요. 제일 중요한 건 웃기려면 좀 착해야 해요.
코미디언이라면 웃겨야 하는 자리에 가야 하는 순간이 더러 있을 텐데요?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꽤 있죠. 그럴 때는 먼저 상황을 파악해요. 그리고 경험을 토대로 함께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말로 시작하죠.
요즘은 더 자주 불려 다니죠? 샘 스미스를 패러디한 ‘킹 스미스’를 향한 관심이 난리도 아닙니다. 유튜브 예능 <경영권 전쟁>도 상승세고요.
그 정도인가요? 잘 몰라요. 모니터링을 잘 안 하거든요. 과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요. 늘 다음을 생각해요. 요즘도 다음 콘텐츠 기획에 몰두하고 있고요.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것들로.
어떤 걸 계획하고 있나요?
아직 확정 전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어요. 한 단계 남았고요. 그것만 넘기면 곧 나올 겁니다. 힌트는 부캐라는 것과 <코빅>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
부캐를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킹 스미스는 라디오 <황제성의 황제파워> 청취자 사연에서 출발했다고.
첫째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 둘째는 호기심이 있고 신선한 것. 이경영 성대모사는 사석에서 친구들이 재밌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시의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준비하죠. 완성하면 아내에게 먼저 보여줘요. 재밌다고 하면, 제대로 시작하죠.
킹 스미스가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했나요?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당연히 예상 못 했죠. 킹 스미스보다 더 과한 분장도 해봤고, 부캐가 처음도 아니고요.
샘 스미스가 게이라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음악과 이미지로 시원하게 선보이며 세계적인 유행을 만들고 있다는 시의성과, 국내에서는 누구나 알지만 여전히 주류에서 볼 수 없는 게이 소재를 유명 코미디언이 제대로 보여줬다는 통쾌함도 성공 요인에 속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킹 스미스의 활동을 ‘본체’가 SNS로 화답했다는 점도 있고요.
본체가 좋아했다는 것도 참 중요해요. 샘 스미스가 킹 스미스 보고 기분 나빠했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폭력이 될 수 있잖아요. 심지어 본체가 저를 ‘맞팔’했어요.
요즘 개그계는 어떤가요? 공중파 공개 코미디가 전멸했고, OTT 플랫폼의 수가 급증했으며, 코미디언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자리 잡은 경우도 많습니다. 판도가 바뀌었죠.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다른 플랫폼에서 선보일 수 있다는 건 기회이기도 하고요.
제성 씨는 아직 개인 유튜브 채널이 없던데요?
제 이름을 건 채널을 만들어두기는 했는데, 아직 제대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아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죠. 적재적소에 어떤 콘텐츠가 더 나을지 고민 중이에요.
늘 계획적으로 움직였나요?
코미디언들 대부분 그래요.
코미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마음가짐. 이 무대에서만큼은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정신 무장이랄까요. 그리고 파트너십. 내가 실패해도 동료를 믿고 나아가는 것.
메모를 자주 한다고 들었어요.
(스마트폰 메모 앱을 보여주며) 너무 많죠. 개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둬요. 그중 이슈나 시의성이 맞는 걸 구체화하죠. 최근에는 ‘ChatGPT’라고 썼네요. 거기에 ‘웃길 만한 거 추천해줘’라고 쓰고, 어떤 답변이 돌아오든 그대로 해보기 같은 거. 아, 이거 누가 먼저 할 것 같은데요?
처음 누군가를 웃긴 순간은 언제인가요?
글쎄요. 엄마, 아빠예요. 네다섯 살 때인 것 같은데, 그때도 엄마가 웃는 게 참 좋았어요. 그게 이모, 삼촌, 할머니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왔네요.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요?
너무 많은데.
그렇게 많을 수 있나요?
터닝 포인트가 아니라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온 적도 있어요.(일동 웃음) <코빅>에서 ‘사이코러스’ 막내 작가 장혜랑에게 감동받은 적 있어요. 출연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친구거든요. 사명감과 진심으로 무장한 그를 보며 정신을 다잡았어요.
코미디언으로서 어떤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모르겠어요. 다만 제 코미디 스타일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아요.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반만 계산하고, 즉흥적으로 움직여볼까 해요. 여유가 생겼달까요? 군대로 따지면 상병 1호봉쯤 된 것 같아요.
그럼 개그계를 전역하는 것도 생각하나요?
에이. 주임 원사까지 해야죠. 잘되면 국방부장관이 될 수도 있는 거고.(일동 웃음)
황제성은 다 계획이 있군요.
하하하. 은퇴도 생각해봤는데, 저는 코미디언 은퇴한다고 방송에서 말해도, 집에 와서 SNS든, 유튜브든 개인 방송을 켤 것 같아요. “이야~ 은퇴하니까 이렇게 좋네요 여러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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