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차기작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어요. 2년 정도 쉬지 않고 연이어 작품을 찍었는데, 숨 고르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죠. 두 달 정도 여유가 생겼어요.
쉬는 동안 하고 싶은 게 있나요?
혼자서 여행을 다녀오려고요. 3년간 제대로 된 여행을 못 갔거든요. 최근에는 드라마 <카지노> 촬영 때문에 두세 달 동안 출장을 다녀와서 그런지, 여행다운 여행을 가고 싶어서 파리에 갈 계획인데, 막상 홀로 먼 나라에 가려니 겁이 나더라고요.
파리라면 패션과 예술의 도시인데, 딱인 것 같네요.
패션 하우스 브랜드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하기도 했고,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가게 될 것 같아요. 쇼핑도 하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요.
패션에 관심 많죠? 오늘 화보 촬영에서 수트를 입고 싶다고 했고요.
<카지노> 시즌 2 공개와 <아레나> 3월호 발행 일정이 비슷해서 이 화보를 통해 <카지노>의 여운을 함께할 수 있는 의상을 고민했어요. 촬영 중 담배와 위스키를 소품으로 쓰자고 제안한 것도 작품과 연결되는 지점을 화보에 담아 감상을 전하고 싶었어요. 극 중 제가 맡은 정팔은 담배도 자주 피우고, 수트도 자주 입거든요.
평소 맡은 캐릭터의 스타일링도 세심하게 고민한다고 들었어요. 처음 대본을 받고, 양정팔을 구체화할 때, 그는 어떤 옷을 입을 것 같았나요?
극 초반부에는 유머러스한 느낌을 위해 화려한 옷을 입었다면, 정팔의 심경 변화에 따라 의상의 톤이 어두워지기도, 패턴을 덜 쓰기도 해요. 그는 카지노 에이전트인데, 보이는 걸 중시하는 만큼, 요란한 디자인의 셔츠를 자주 입었어요. 필리핀의 푹푹 찌는 더위에도 정장을 자주 입는다는 건 그가 밤에 주로 활동하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어서였고, 남국에 살면서도 피부가 하얀 건, 큰돈을 모아 다른 곳으로 떠나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 한다는 걸 담고자 한 것이에요.
정팔은 전작에서 이동휘의 모습보다 원숙해 보였어요. 안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도 있고요.
차무식(최민식)과 정팔이 자주 함께 다니기도 하고, 평소 실제의 저와 다른 나이대로 보이고 싶었거든요. 메이크업도 진하게 안 했어요. 땀도 많이 흘리고, 밤에만 돌아다니며 퀭한 얼굴을 연출하고 싶었고요. 소위 아저씨처럼 보이고 싶었달까? 정팔은 무식을 형님이라 부르면서 따르는 부하 직원인데, 삼촌과 조카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
최민식과의 협업은 어땠나요?
진정한 예술가를 보는 느낌? 무용이나 클래식 공연을 경험할 때 느끼는 경외심이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 절로 들어요.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에너지는 촬영장을 장악할 만큼 압도적이고요. 최민식 선배님은 저 같은 연기 전공자들에게는 전설이에요. 더 놀라운 건 호랑이 같다가도 불현듯 유순한 눈빛으로 모두를 품기도 하고, 배우에게 필요한 모든 카리스마를 갖춘 분이죠. 게다가 저를 비롯한 동료 배우들의 연기도 꼼꼼히 모니터해주시는 배려에 놀랐어요.
그의 조언으로 바뀐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요?
소정(손은서)이 고 회장(이혜영)의 돈을 갖고 도망가고, 무식과 필립(이해우) 그리고 정팔이 소정의 집으로 잡으러 간 장면은 촬영 한 시간 전에 완전히 바뀐 거예요. 촬영 직전 제가 연기를 위해 벽 보고 끙끙 앓고 있을 때, 민식 선배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슛 하면 내 코앞까지 와서 눈 치켜뜨고 소리도 지르고 에너지를 맘껏 표현해봐”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무식이 도망간 소정과 한 패라는 의심으로부터 발버둥치는 장면이 완성됐어요.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누아르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을 법한데, 저도 그랬거든요. <카지노>를 통해 막연한 꿈을 이룬 기분이랄까요.
<카지노>를 터닝 포인트라 말하면 어때요?
<카지노> 전과 후의 저는 아주 다르죠. <응답하라 1988>이라는 히트작을 통해 유쾌한 연기로 주목받았고, 1천6백만 관객과 만난 <극한직업> 등 비슷한 캐릭터를 몇 차례 연기하던 제가 완전히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난 셈이니까요. 가장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동휘 씨는 더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고 싶은 거죠?
그럼요. 윌렘 대포가 <스파이더맨 2>에서 그린 고블린을 연기했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일상적인 연기를 했듯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소위 자리 잡은 유명 배우들은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작품을 제안받는데 그러다 보면 배우로서 연기의 폭이 좁아지기도 해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맡는 건 도전이기도 해요. 처음 제가 <카지노>를 하게 됐을 때도 주변에서 우려가 있었어요. 특정 타깃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시나리오와 제작진, 그리고 특히 최민식 선배님을 믿고 새로운 도전을 한 거죠. 선배님은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주셨고, 마스터라 불러도 될 만큼 감사한 분이 됐어요.
<카지노> 시즌2가 15일 공개돼요. 정팔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되나요?
시즌1에서 정팔이 무식의 오른팔로서 카지노 에이전트 일의 노하우를 얻고, 꿈을 키웠다면 시즌2에서는 하고 싶었던 야망을 표현하게 될 거예요.
강윤성 감독과 협업은 어땠나요? 한 인터뷰에서 “양정팔은 원래 무거운 캐릭터였는데 이동휘가 연기하는 순간 생각을 바꿨어요. 차무식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버디 무비로 가야겠다”라고 했더군요.
정팔을 가볍거나 무겁거나 한쪽으로 치우친 게 아닌, 더 입체적인 인물로 상상했어요. 차무식과 어울리려면 유머 코드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누아르답게 블랙 유머를 던지기도 했어요.
배우로서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예요.”
인물의 활기를 위해 애드리브를 활용하는 편인가요?
주어진 대사를 그냥 읽는 것보다 실제 그 인물이 쓸 법한 문체와 말투로 표현하면 리얼리티가 커질 테니까요. 배우로서는 도전이기도 한데, 즐기는 편이에요. 감독님도 배우 개인의 기량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연출자답게 자유롭게 봐주셨어요.
<카지노> 시즌2 예고편의 조회수가 열흘 만에 1백80만에 달했어요. 기대 포인트를 꼽는다면요?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긴장감이 고조될 거예요. 스케일이 커지고 한편으로는 리얼리티도 놓치지 않을 거고요. 기대해도 좋아요.
10년간 28편의 영화와 11편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4편의 차기작이 예정되어 있어요. 이런 성실함의 동력은 어디서 오나요?
불확실성에서 오는 것 같아요. 도전은 긍정적 자극이 되거든요. 예상 밖의 성과를 내면 성취감이 더 크잖아요. 배우로서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예요.
초심을 돌아보면 어때요? 배우를 꿈꾸던 때.
당시엔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당시 유행하던 영화와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도 했거든요. 저는 프랜시스 맥도먼드, 윌렘 대포, 샘 록웰 같은 연기력이 돋보이지만, 한 가지 작품만 계속하지 않는 다채로운 필모그래피의 배우를 좋아했거든요.
사실 인터뷰를 준비할 때는 전방위 엔터테이너 이동휘를 상상했는데, 오늘 마주한 건 연기 외골수 이동휘라 기쁜 마음으로 놀랍기도 합니다.
작품을 통해 유쾌한 모습을 더러 보여주기도 했고, 최근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거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사례가 더러 있어서 그럴 법해요. 하지만 저는 한번도 스스로 패셔니스타라고 얘기한 적 없고, 예능 출연도 거의 다 고사했어요. 패션은 소중한 제 취미고, 오로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에요. 패션과 연기는 공명한다고 보고요. 그래서 저를 엔터테이너로 규정하기에는 방향이 다르죠. 지금까지 배우 외 다른 꿈은 가진 적 없는 것 같아요.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2년 전 인터뷰에서 취미로 추상화 작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림은 취미예요. 제 감정을 표현하는 개인적 순간이죠. 타인에게 보여주기에는 아직이라고 보고요.
더 해보고 싶은 게 남았나요?
우선 <모라동>이라는 영화가 공개 예정이고, 5월부터 출연했던 단편영화 <메소드 연기>의 장편 작업에 함께해요. 올해 배우로서 나아갈 방향에 확신이 생겨서 자신감 있게 해보려고요. 목표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행복하게.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