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얼마 전(12월 1일) 싱글 앨범 <웃어주었어>를 냈고, 관련해 라디오 출연이나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오늘 인터뷰 직후 곡 믹스 작업을 하러 간다고 들었어요. 곧 발매를 예고한 정규 앨범 수록곡 작업인가요?
맞아요. 전체적인 구성은 마쳤고, 멋진 포장지를 고르는 단계죠.
새 앨범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아직 없어요. 어떤 곡들이 담길까요?
음악인 이승윤에게 원하는 것과 제가 원하던 것, 새로운 것들이 조화를 이룰 거라는 것?
대중이 이승윤에게 원하는 건 뭐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먼저 가사를 쓰는 방식을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술적으로 탄탄한 음악인이 아닌 자연스러운 면면을 음악에 담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전문적이지 않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기술보다 감정에 집중해 만든 음악이 많거든요. 가사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가사는 제 심경이라 청자에게 핵심처럼 전하고 싶은 요소는 아니에요.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곡에 담은 감상을 소리로 전달하는 건가요?
음악을 기술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뭉뜽그린 제 감상을 전하고 싶은 거죠. 최근 발표한 싱글 ‘웃어주었어’를 예로 들면 곡을 ‘크게’ 만들고 싶었어요. 정확하게 설명 못 하겠는데, 뭔가 꽉 채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달까. 프로듀서와 즉흥적으로 상의하며, ‘이 소리 좋다 추가하자’ 같은 상황을 반복한 총합이에요. 그래서 이 곡은 뭔가 거대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싱글은 ‘웃어주었어’ 외, ‘한 모금의 노래’와 ‘말로장생’까지 세 곡을 묶어 냈어요. 두 곡에는 어떤 감상을 담았나요?
‘한 모금의 노래’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말로장생’은 때때로 어떤 ‘말’을 폭력적으로 느껴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에 대해 표현했어요.
“제 음악의 근원이 방구석이라 생각하거든요.
큰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거실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직접 쓴 앨범 라이너 노트에 이런 설명이 있어요. “뭘 해야겠는지 모르겠을 땐 일단 앨범이나 내자 프로젝트의 첫 번째 타자 <웃어주었어>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2021년 <싱어게인> 우승 후,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하며 살았는데, 어느 순간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떤 음악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스스로 반문하니 그럴듯한 답변이 안 떠오르더라고요. 음악 산업을 경험해보니 더 고민되는 느낌. 라이너 노트는 뜻 그대로 지금의 제 상황을 설명하는 거예요.
SNS 소개란에 여전히 ‘방구석 음악인’이라 쓰여 있던데, 이제 방 밖에서도 꽤 유명한 가수가 됐어요.
제 음악의 근원이 방구석이라 생각하거든요. 큰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거실 음악은 아닌 것 같아요. 야외나 지하철도 아닌 것 같고요. 그리고 방구석 음악인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왜 방이에요?
제게 방은 혼자 있는 곳이고, 밖에서 겪은 여러 가지 생각의 결론을 내리기도 하는 곳이자, 스스로 처음 의문을 제시하는 곳이기도 해요. 사적인 공간이죠.
승윤 씨 특유의 은유적이고 시적인 가사를 방에서 적는 순간을 상상해봤어요. 가사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가사는 제 음악에서 중요하지만, 발표 이후로는 듣는 사람이 자유롭게 해석하면 좋겠어요. 저는 창작자로서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적는 것으로 충분하거든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10년 뒤에 봐도 작위적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마는, 유독 맘이 가는 가사가 있다면요?
‘말로장생’에 ‘무언갈 잃어야만 어른이 된다면 식어가는 말을 잃어버릴래’라는 가사가 있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감이 커지고, 포기해야 할 게 많아지니까,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면 뜨겁거나 유행처럼 사라질 말들을 잃고 싶은 거죠. 어차피 식어버릴 테니까.
승윤 씨처럼 은유적이고 멋진 가사를 쓰는 뮤지션을 보면, 일본어에서 시와 가사를 뜻하는 단어가 같은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아유, 과찬입니다.(웃음) 시는 제게 어려운 분야예요. 그 자체로 멋지다고 생각하고요.
발표한 곡의 제목과 가사가 거의 한글이에요. 이유가 있나요? 노래하기에 영어가 더 예쁘게 들리기도 하니까.
처음 가사를 쓰던 시절에는 반발심이 있었어요. 한글만 고집하겠다는 치기 어린 마음이죠. 지금은 그런 편견은 없는데, 제가 가장 잘 다루는 언어가 한글이고 제가 쓸 수 있는 한 가장 완벽한 문장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글을 써요.
모든 라이너 노트를 정성 들여 쓰던데, 이유가 있나요?
최초의 의도는 제 앨범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시놉시스고, 이후 봐주는 사람이 생긴다는 전제하에 각색한 거예요. 처음에는 라이너 노트를 아무도 안 써줘서 직접 썼는데, 지금은 직접 쓰는 게 관례처럼 됐어요. 사실 필력 좋은 타인에게 맡기는 걸 원치 않기도 하고요. 음악에 대한 담백한 설명만 보태고 싶거든요. 과한 설명은 음악의 생명력을 저해할 수 있으니까요.
<웃어주었어>의 항해사로 조희원 프로듀서를 모셨던데, 음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희원이는 저와 알라리깡숑이라는 팀을 같이한 친구이자, 싱어송라이터예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던 중, 마침 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더 필요했고, 다른 시각으로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줄 항해사로 모시게 된 거죠. 협업하며 가장 자주 한 말은 ‘후회 없는 앨범을 만들자’라는 거예요.
<웃어주었어>는 정규 앨범으로 이어지는 선공개 싱글이기도 하죠?
1월 말쯤 발표할 정규 앨범에 수록될 세 곡을 선공개한 셈이죠. 정규 앨범의 힌트는 ‘현타’와 분노, 하지만 어쩌겠나 결국 살아가야 한다’라는 거? 위로라는 키워드는 듣는 사람들이 결정할 일 같아요. 제 음악이 위로가 된다면 영광이죠.
정규 앨범 작업 과정은 어떤가요?
재밌어요. 이전까지는 혼자서 어느 정도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챕터였다면, 이번에는 좋은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외부의 영향 없이 온전히 음악에 집중한 기분.
이승윤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롤 모델은 의식적으로 안 꼽으려 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지만 롤 모델로 꼽으면 그의 길을 따라 걷는 것 같달까?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채집해요. 최근에는 리버풀 FC의 위르겐 클롭 감독? 그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멋지더라고요.
영향을 주는 사람을 꼽지 않겠다는 말을 들으니, 묘하게 <싱어게인>에서 “틀을 깨는 음악인이라는 틀을 깨고 싶다”라는 말을 남긴 승윤 씨의 근사한 청개구리 성향이 떠오르네요.
답을 정하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틀을 깬다는 말도 한편으로는 틀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유연한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싶어요. 사실 제 내면에는 꽤나 경직된 자아도 있거든요. 그래서 유연하게 생각하고자 의식하는 편이에요.
2021년 <아레나>와 인터뷰에서 밝힌 “제 안의 날이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쪽에 편입됐다고 해서 기존의 것들을 내팽개치지 않고 계속 경계선에 있고 싶어요”라는 생각은 유효한가요?
날이 더 바짝 섰어요. 칼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갈리더라고요. 이제는 칼집을 예쁘게 만들며 사는 기분. 방구석이든, 방송 매체든 어디든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 경계라 부르는 곳의 영역이 확장되길 바라며 사는 거죠.
자신을 질투가 원동력인 가수라고 한 말도 여전히 유효한가요?
질투의 대상은 너무 많죠. 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완성도 높고 세밀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투심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도 질투하는 마음은 안고 가려고 해요. 마음 넓은 어른이 되어 세상만사를 쉽게 보면 창작자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것 같거든요.
이승윤이 지금에 이르게 된 동력은 무엇인가요?
미완성이라는 것. 사람으로서는 물론, 결과물도 잘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그런 마음이 저를 이끈 것 같아요.
2023년 목표는요?
1월 말쯤 발표할 제 앨범을 듣고 스스로 만족하고 싶어요. 물리적 한계는 인정하지만, 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다는 만족감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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