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라가불린 8년
18세기부터 아일라섬을 굳게 지켜온 라가불린 증류소의 위스키는 아일라 위스키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강력한 피트를 자랑한다. 채찍 후에 당근 주듯 시작은 터프한 피트 풍미가 코와 혀를 강타하지만 마지막은 꽃과 과일 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아일라섬을 둘러싼 바닷바람의 짭조름함도 혀를 스친다. 씁쓸하다가도 로맨틱하게, 미묘한 감정이 오가는 사랑을 닮은 아일라 위스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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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보모어 12년
보모어 증류소는 1779년 아일라섬의 호수 기슭에 세워졌다. 보모어는 ‘큰 암초’를 뜻하는데, 살짝만 스쳐도 붉은 자국을 남기는 암초처럼 보모어 위스키는 한 번 홀짝여도 풍미가 마음속에 깊이 박힌다. 스모크 향에 시큼한 레몬과 달달한 꿀이 조화롭고, 다크 초콜릿의 쓴맛에 쿰쿰한 피트 향이 얹혔다. 다채로운 맛이 오묘하게 뒤섞여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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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라프로익 10년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라프로익 10년을 마시면 아일라 위스키에 대한 해답은 둘로 나뉜다. 호불호가 강한 만큼 개성 뚜렷한 맛을 자랑한다. 한 모금 삼킨 뒤 콧바람을 부드럽게 흥 불면 강한 페놀과 피트의 탄내와 화학적인 향에 머리가 띵 울릴 것이다. 라프로익 10년의 원펀치에 KO당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영원히 홀릴 수밖에 없다. 아일라 위스키의 첫 경험은 라프로익 10년과 하자. 정확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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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부나하벤 스튜라더
1881년 지어진 부나하벤 증류소는 증류 시 마르가데일 샘물을 사용한다. 이 샘물은 높은 산의 고대 사암을 통과해 흘러 이탄층을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나하벤 위스키는 강한 피트 향 대신 해초 향을 품고 있다. 피트 향이 부담스럽지만 아일라 위스키를 마시고픈 자들에게 딱이다. 입안에서 물보라처럼 몰아치는 스튜라더를 머금으면 아일라 해안이 아른거리며 몽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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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킬호만 사닉
킬호만은 1백24년 만에 아일라섬에 추가로 생긴 증류소다. 2005년 지어진 신생이자 아일라섬에서 유일하게 주류 기업에 속하지 않은 독립 증류소지만, 재빠르게 성장했다. 킬호만 싱글 몰트위스키 중 사닉은 스모키한 버번 캐스크 숙성 원액 30%와 부드러운 셰리 캐스크 숙성 원액 70%가 조화롭게 블렌딩된 위스키다. 전형적인 아일라 피트 스모크와 시트러스하고 달콤한 향이 묻어나 가볍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06 아드벡 10년
피트의 최강자다. 하지만 풍미 면에선 아일라 몰트위스키 중 복잡성이 가장 두드러져 속을 알 수 없는 위스키다. 버번 캐스크에서만 숙성되어 강인한 스모크 향이 느껴진다. 이탄 중에서 특히 이끼가 퇴적되어 탄화된 토탄의 탄내를 풍기지만 구운 마시멜로처럼 달콤함을 은은하게 품고 있다. 탄내에서 달콤함으로 넘어가기까지는 시큼함과 텁텁함, 쌉쌀함이 다채롭게 뒤섞여 있다. 아일라 위스키의 정수가 궁금하다면 아드벡 10년을 경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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