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은 주인공이 아니다
콜렉티보
나는 건축물을 가슴보다는 머리로 즐기는 편이다. 건축가의 의도를 상상하며 공간을 경험한다. 한남동 콜렉티보는 머리가 즐거운 건물이다. 이 건축물의 핵심은 층마다 다른 천장의 형식이다. 벽돌에 집중한 듯 보이는 이 건물의 주인공은 내 생각에 천장이다. 층마다 다르게 빛을 다룰 줄 아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반지하층은 천장에 라인 조명을 노출하는 형식으로 평범하게 마감했다. 층이 높아질수록 이 형태를 변주한다. 1층은 광천장으로, 반투명한 특수 PVC 원단에 조명을 달아 빛을 확산시킨다. 2층도 형태가 동일한 백색 아치형 천장이지만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판에 조명을 거꾸로 매달아 아치형 백색 천장에서 빛을 간접으로 비추는 방식을 적용했다. 형태는 1층과 똑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빛을 확산시킨 것이다.
3층은 1, 2층과 비슷하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3층 천장은 아치 형태로 뚫려 있다. 4개의 층은 비슷한 형태지만 빛을 퍼트리는 방식이 다르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미술관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창을 없앤다. 콜렉티보에도 창이 없다. 창이 없으면 빛이 들어오지 않으니, 빛이 들어올 곳을 고민하다 층마다 다른 형태로 빛이 퍼지도록 설계한 것 같다.
이 건축물은 그야말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프로젝트다. 한남동 거리는 자극적인 요소를 갖춘 카페나 가게로 붐빈다. 그런 공간들은 건축물의 전체적인 배경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보다는 오브제로서 작동하는 인테리어 요소만 갖추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트렌디를 좇기보다는 배경에 집중한 건축물이 좋다. 보다 보면 막 상상하게 된다.
WORDS 유승기(수와선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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