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택 <미디어오토> 기자
어렵고 깊은 건 잘 몰라서, 쉽고 단순하게 사는 20년 차 자동차 기자.
+FOR 가솔린 엔진으로 들여와서 더 살 만한 차가 됐다.
-AGAINST ‘면바지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다.
1 꾸안꾸 스타일
폭스바겐 티구안의 엑스라지 버전, 올스페이스가 페이스리프트했다. 램프와 그릴, 범퍼 등을 뜯어고치면서 제법 최신형 느낌을 냈다. 기존 얼굴은 직선만 연거푸 그어놨었는데, 신형은 주간주행등을 좌우로 연결한 미등을 중심으로 살짝 멋을 냈다. 투박했던 범퍼도 양쪽 끝을 ‘ㄷ’자로 감싸는 검은 장식 같은 걸 넣어서 힘을 줬다. 앞부분을 다 뜯어고쳤지만, 확 바뀐 느낌은 없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안꾸’ 스타일의 부분변경이랄까? 티구안이 추구하는 면바지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뒤떨어지거나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변신했다. 뒷부분도 마찬가지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멋을 냈다. 새로운 그래픽을 요란하게 강조하려는 요즈음 자동차들 사이에서 티구안의 편안한 매력은 잔잔하고 진지해 보인다. ‘올스페이스’는 티구안의 휠베이스를 110mm, 길이는 210mm가량 늘리면서 시트 2개를 추가한 가족형 SUV다. 적지 않은 길이를 늘렸지만, 그냥 티구안에 비해서 이상해 보이지 않도록 뒤 유리창의 형상을 바꾼 게 특징이다. 티구안을 시승하면서 늘 “면바지 같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번 부분변경 모델도 면바지스러운 은은한 멋과 실용성이 여전하다. ★★★★
2 반갑다, 가솔린!
계속 디젤 엔진만 들여오던 폭스바겐코리아가, 신형 올스페이스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넣어서 들여왔다. 거친 느낌이 남아 있던 듀얼클러치도 내려놓고, 부드러울 것 같은 ‘8단 자동변속기’까지 넣었다. 이게 몇 년 만인가. 폭스바겐 티구안에서 부드러운 가솔린 소리를 듣는 게 얼마 만인가. 흔하디흔한 2.0리터 4기통에 186마력밖에 되지 않지만, 역시 디젤보다는 가솔린이다. 가속페달도 부쩍 가뿐해진 듯하고, 주행 소음도 시종일관 고르다. 디젤 엔진은 효율이 좋고, 낮은 회전에서 묵직한 파워를 내지만, 이제는 너무 과한 시스템이 됐다. 최신 환경규제에 맞추느라 여러 정화장치를 덕지덕지 붙여서, 괜히 무겁고 복잡해졌다. 왕년의 디젤은 가솔린보다 확실히 파워풀했지만, 이젠 그런 맛도 없다. 듀얼클러치도 좀 그랬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동변속기의 헛도는 느낌을 걷어차버리는 직결감이 잘 먹혔지만, 고질적인 거친 느낌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이런 와중에 부드럽게 헛돌던 자동변속기가 꼼꼼하고 쫀득해지면서 다시 대세가 됐다. 신형 올스페이스를 시승하는 내내 중얼거렸다. 반갑다. 가솔린! 반갑다, 자동팔단! 근데 이런 걸 반가워하는 내가 ‘살짝’ 한심하다. 이게 뭐라고. ★★★
3 어쩌다 7인승?
7인승 SUV라고 해서 언제나 가족을 모시는 건 아니다. 가끔 6~7명 태우고 조심조심 달리는 것이지, 대부분은 혼자 타고 출퇴근하거나, 둘이 타고 여행하는 시간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5m 넘는 7인승 미니밴이나 대형 SUV는 좀 과하다. 혼자 탈 때는 재미없고, 너무 큼직하고, 남는 공간이 많이 아깝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이런 헛점을 파고든다. 태생 자체가 ‘어쩌다 7인승’이다. 5인승 티구안의 단출함과 날렵함, 쫀득함, 운전의 재미를 고스란히 담아낸 7인승으로, 혼자 타고 출퇴근할 때도 충분히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 몸집이 너무 크지 않아서 골목길이나 좁은 길 주차도 비교적 편하다. 어쩌다 7명을 태우더라도, (편하진 않지만) 심하게 옹색하진 않다. 단언컨대,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시트 7개 달린 자동차 중에 운동신경이 가장 좋(을 것이)다. 과속방지턱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웬만한 국산차보다도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넘는다. 게다가 최근 개정된 다자녀 가구 7인승 차량 세금 감면에도 해당된다고 하니, 18세 미만의 자녀 둘 이상 키우는 가장은 올스페이스를 주목하시라. 대략 2백만원 정도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니, 적은 돈이 아니다. 근데 두 자녀 가정에 ‘다자녀’ 혜택이라니,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가 보다. ★★★★
김선관 자동차 칼럼니스트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
+FOR 넉넉한 공간으로 확실한 패밀리 SUV로 자리매김.
-AGAINST 가솔린 엔진 등장에 왜 환호하는 걸까?
1 전통의 강자가 크기를 늘려서
2008년 7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폭스바겐 티구안은 지금도 한 달에 4백 대 이상 팔리는 수입 SUV의 베스트셀러다. 과거 폭스바겐의 디자인은 검소하고 투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디자인도 변한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활용해 강인한 인상을 만들고 새롭게 디자인된 프런트 범퍼와 펜더로 스포티한 감성을 더했다. SUV가 스포티한 감성이라니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최근 출시한 도심형 SUV를 보면 이러한 경향을 따른다. 실내는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 검은 톤의 대시보드와 각진 모서리가 독일차의 빈틈없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5인승 티구안보다 길이를 220mm, 휠베이스는 110mm 늘려 7인승으로 만든 모델이다. 겉에서 볼 때 다른 건 3열 옆 창문이 생겼다는 정도? 7인승이란 게 사람을 두 명 더 태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3열을 접으면 더 넓은 짐 공간(700리터)을 누릴 수 있다. 아쉽지만 올스페이스의 3열석은 바닥이 높고 무릎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성인이 앉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를 위한 자리다. 젊은 부부가 부모와 아이 둘을 태우는 일이 많다면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최고의 효율을 낼 것이다. ★★★☆
2 이젠 디젤 아닌 가솔린
그동안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 주야장천 디젤 엔진만을 얹은 티록이나 티구안과 골프 등을 선보여왔다. 이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출시 행사 때마다 있었고, 이에 폭스바겐 측은 디젤 엔진을 개선해 친환경 트렌드를 따른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 티구안 올스페이스 출시 행사에선 그런 뻔한 이야기가 없었다. 디젤 엔진이 아닌 가솔린 엔진을 넣어 들여왔기 때문이다. 티구안의 가솔린 엔진 적용은 국내 출시 이후 처음이다. 2.0리터 TSI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하고, 여기에 7단 듀얼클러치가 아닌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맞추며 앞바퀴를 굴린다. 디젤 엔진만큼 초반 감각이 재빠르진 않지만 엔진 회전수를 올린 다음 터지는 넉넉한 힘은 아주 인상적이다. 디젤 엔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이다. 이전 티구안에서 느꼈던 탄탄한 주행 질감이 올스페이스에서도 이어진다. 차체가 바닥에 들러붙어 안정감도 두드러진다. 일반 모델보다 무겁고 휠베이스가 길어 주행 질감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핸들링 감각도 수준급이다. 유연함 속에서 절도 있는 몸놀림이 돋보인다. ★★★
3 가격 올랐지만 괜찮아
한때 폭스바겐 자동차를 두고 주행 질감은 좋지만 편의 장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두고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거다. 앞좌석 통풍·열선 시트와 뒷좌석 열선 시트가 적용됐으며 공조장치도 3존까지 조절 가능하다. 게다가 차량 주변을 360도 보여주는 에어리어 뷰도 들어간다.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나 주차할 때 그 쓰임이 용이하다. 여기에 발동작만으로 테일게이트를 열 수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주행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 수요가 높은 옵션들을 파악해 적용한 결과다. 이런 편의 장비를 모두 품은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2백만원 정도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품 원가와 환율 상승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다양한 편의 장비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충분해 보인다. 20일간 진행된 사전계약 기간 중 1천5백 대가 계약됐다고 한다. ★★★☆
VOLKSWAGEN TIGUAN ALLSPACE 2.0 TSI PRESTIGE | |||
전장 | 4,730mm | 변속기 | 8단 자동 |
전폭 | 1,840mm | 최고출력 | 186ps |
전고 | 1,660mm | 최대토크 | 30.6kg·m |
축거 | 2,729mm | 복합연비 | 10.1km/L |
엔진 |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 구동 | 전륜구동 |
가격 | 5천98만6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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