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새롭게 단장한 캠페인이 속속들이 공개되는 시점, 아크네 스튜디오와 디젤, 로에베의 캠페인 이미지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어쩌면 트렌드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들 광고 캠페인이 공통적으로 브랜드의 잇 백과 모델의 누드를 내세웠으니까.
뉴욕 기반의 사진가 탈리아 셰트리(Talia Chetrit)가 아크네 스튜디오의 무수비 백을 재해석한 광고 캠페인은 뉴욕과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런던, 밀라노, 베를린 등지의 옥외 프린트 광고로 먼저 선보였다. 그녀는 무수비 백의 조형적인 특성에 주목해 말처럼 근육질 몸매의 두 남자 무용수를 섭외했다. 셰트리는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니콘 35mm 필름 카메라로 두 무용수의 움직임을 탐닉하듯 담았다. 도발적인 포즈와 아슬아슬한 누드를 차분하게 포착한 시선에서 피부와 가죽이라는 촉감과 물성의 대조가 더욱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바다를 배경으로 파울 코이커르(Paul Kooiker)가 찍은 디젤의 1DR 캠페인 이미지는 보다 강렬하다. 자신감 넘치고 솔직하며, 섹시하고, 불경하고, 쉽고 재미있는 사진에 대한 감상은 말하자면 디젤에 대한 거의 모든 것. 거기다 성별 구분이 없다는 것까지 글렌 마틴스다운 표현이다. 로에베와 데이비드 심스의 재기 발랄한 조합은 발칙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흘러내린 청바지에 선명한 로에베 라벨, 다리 사이에 놓인 백을 담은 캠페인 사진은 단순명료하고, 앞서 언급한 두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위는 낮은 편. 한편으론 직접적인 이미지보다 상상의 여지는 넓고도 다양하다.
하지만 누드란 결국 원초적인 것. 요즘 브랜드들에게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찾는다거나 패션으로 승화한다는 생각조차 고리타분한 것이 됐다. 호머와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선정적인 누드를 대수롭지 않게 마케팅에 활용했다.
프랭크 오션의 주얼리 브랜드 호머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남성의 성기를 모자이크한 누드사진을 한 장 게시했다. 모자이크 안에 노골적으로 선명한 XXL 사이즈 H-본 링과 특수문자로 표시한 조악한 문구는 여지없이 포르노 사이트 배너 광고를 연상시킨다.
섹스와 젠더 이슈에서 파격을 일삼는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포르노 스트리밍 사이트 포른허브(Pornhub)와 협업한 컬렉션을 내놓았다. PornLdSS라고 이름 붙인 캡슐 컬렉션은 컬래버래이션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슬리브리스부터 포른허브의 로고와 같은 오렌지 컬러 가죽끈을 더한 아일릿 비키니와 끈팬티를 구매할 수 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온리팬스의 성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두 명을 모델로 패션 필름을 제작했다. 패션 필름이자 게이 포르노인 이 영상은 물론 포른허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자극적이지만 속물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금기시되던 것들의 허들을 낮추는 것 역시 패션이 해온 역할 중 하나였다. 숨겨진 일면을 포장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마케팅을 펼친다는 점이 요즘 패션 브랜드들의 방식이자 영리한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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