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에 끌린다. 익숙한 경관이 주는 평온함보다 생소한 정경이 선사하는 참신한 어색함에 매료된다. 캐나다의 매력에 흠뻑 젖어든 건 그래서다. 거대한 대륙 곳곳에는 신들이 깎아놓은 듯 아찔하고 거대한 산이 널따랗게 놓여 있고, 그 등성이에는 신비로운 정취의 에메랄드빛 호수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아이스필드 파크웨이(The Icefields Parkway)가 길게 가로지른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캐나다 로키산맥이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는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 사이를 잇는 길이 227km의 도로다. 캘거리에서 밴프로 가는 길이 도심에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면, 밴프에서 재스퍼로 가는 길은 현대에서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다.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 같은 자연은 미지에서나 지나칠 법한 풍경을 익숙하게 그려내며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관문은 밴프다. 밴프는 예스러운 기운이 가득한 관광 도시다. 아니, 작은 마을이다. 기념품점으로 가득한 밴프 타운 너머로 장엄하게 펼쳐진 캐스케이드산은 마치 밴프를 지키는 수호산 같은 기분이 들 만큼 위엄 있게 솟아올랐다. 밴프에는 예쁘게 솟아오른 오래된 호텔도 있다. 1888년 문을 연 밴프 스프링스 호텔이다. 해발고도 1,400m가 넘는 고지에 자리 잡은 이 호텔은 마치 풍화작용에 의해 지어진 듯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등장하는 호텔마저 떠오른다. 색감은 무척이나 다르지만 깊은 산속에 지어진 신비로운 분위기가 절로 두 호텔을 겹쳐 보이게 한다.
밴프 부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루이스호수다. 빙하가 녹으며 자연스레 형성된 루이스호수는 빙하에 깎인 미세한 암석 가루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아 에메랄드빛으로 넘실댄다. 영롱한 호수 빛도 황홀하지만, 웅장하게 펼쳐진 빅토리아 노스 피크산과 눈 덮인 여러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선 모습은 현실을 망각할 만큼 장관을 이룬다. 루이스호수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려는 듯 끊임없이 멋진 풍경을 늘어놓는다. 이 도로는 놓았다기보다 놓였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길이와 방향을 재단해 인위적으로 놓은 길이 아니라, 자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유연한 궤적을 자동차도 다닐 수 있게 그저 보정한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렇게 찬란한 경관을 자랑하는 도로가 되지 않았을까?
재스퍼로 올라갈수록 높다란 전나무는 점점 빼곡해지고 빙하가 얼어붙은 설산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대체로 호수나 폭포가 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길가 곳곳에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앞만 보고 오래 달리기 어렵다. 길가에서 흑곰이나 큰뿔양 같은 야생동물이 뛰노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단, 행여라도 신기한 마음에 다가가면 안 된다. 자칫 위험한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끝자락에는 재스퍼가 있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중심지로 도시는 늘 한적하고 여유롭다. 도시에서는 본 적 없는 모습이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턱 막혔던 숨이 그제야 깊이 쉬어진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가 주는 선물은 어쩌면 한동안 내 것일 수 없었던 여유와 한적함일지 모른다.
Words 고정식(자동차 칼럼니스트)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해 밖으로 나왔다. 물기 하나 없는 삭막한 더위에 온몸의 털이 바짝 긴장했다. 긴장의 이유가 오직 날씨 탓은 아니었다. 첫 해외 출장길이기도 했고, 하필이면 출장 간 자동차 브랜드가 페라리였다. 자동차 에디터라고 적힌 명함에 잉크마저 마르지 않은 시기였기에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가 주는 압박감이 대단했다. 시승할 모델 역시 페라리 라인업에서 스포츠 성향이 가장 짙은 488 GTB였다. 아마 편집장도 기자 초년생인 나를 보내야 할지 많은 걱정을 했을 거다. 하지만 그간 그의 밑에서 겪었던 극심한 기획 스트레스와 원고 압박으로 생긴 탈모와 불어난 체중을 그는 외면하기 어려웠을 테다. 채찍이 아닌 당근이 필요할 때였다.
시승 브리핑에 앞서 인스트럭터는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페라리 오너들이 이번 시승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하면서, 페라리 오너만이 참가할 수 있는 행사라고 강조 또 강조했다. 그의 으스대는 표정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가진 것이라곤 비루한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나로서는 ‘와우!(Wow!)’ ‘정말?(Really)’과 같은 가짜 감탄사를 연발해야 했다. 브리핑이 모두 끝나고 각자 배정받은 페라리 모델에 몸을 실었다. 새빨간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8기통 엔진이 주는 부드러운 떨림과 함께 입에선 진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XX 좋아(Holy S#!^).’
우리는 두바이를 출발해 라스알카이마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국립 제벨 자이스 산악 도로로 향했다. 사실 두바이에서 라스알카이마까지 달리는 건 큰 감흥이 없었다. 길게 늘어진 고속도로를 3시간 넘게 달릴 뿐이었다. 물론 멋진 산이나 강과 같은 풍경이 함께했으면 조금이나마 감정의 동요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곳엔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허허벌판에 흩날리는 모래뿐이었다. 라스알카이마에 도착해 어느 호텔에서 잠시 목을 축인 뒤 최종 목적지인 국립 제벨 자이스 산악 도로로 출발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의 국경지대로 다가갈수록 사막이 점점 사라지더니 황량한 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의 옆구리를 가로지르는 산악 도로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로가 갈비뼈 형상으로 겹겹이 꼬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무난한 길은 없었다. 조금 쉬운 코스가 나오는가 싶으면 급하게 굽은 헤어핀이나 급경사가 나타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출력이 적당한 차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488 GTB를 제대로(?) 타면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코너를 하나둘 지날 때마다 다리가 저려왔고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렇게 아랍에미리트에서 가장 높은 산, 제벨 자이스에 올랐다. 그곳에선 삭막하지만 쓸쓸한, 그러면서 장엄한 풍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는 물론 동쪽으로 오만까지 훤히 보인다. 대단히 멋이 있거나 수려한 풍경을 뽐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두바이와 라스알카이마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기후 때문에 갖지 못한 많은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쇼핑몰, 놀이공원, 마천루, 섬 등을 말이다. 그래서 제벨 자이스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제벨 자이스는 아랍에미리트 고유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느낌이었으니까.
제벨 자이스 정상을 등에 두고 천천히 아래로 길을 나섰다. 내리막길은 오르막길과 달랐다. 꼭 ‘뒤바뀐 성(性)’ 같았다고 할까. 올라왔을 때 남성적 박력이 넘쳤다면, 내려갈 땐 거꾸로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이 묻어났다. 산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은 그런 분위기를 배가했다. 내가 이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거다. 개인적인 여행으로 중동을 가는 건 효율적이든 정치적이든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출장으로 중동을?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오고 6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이후로 페라리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에서도 중동에서 시승 행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어쩌면 그날이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중동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생각나는 걸까?
Words 김선관(자동차 칼럼니스트)
드라이브는 벗어나려고 하는 걸까, 돌아가려고 하는 걸까?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전혀 예측 못한 풍경을 갑자기 만나고 싶을 때마다 운전석에 앉던 시기가 있었다. 혼자 달렸던 강원도 어느 국도에서의 순간도 좋았지만, 테네리페섬에서의 한나절을 영영 못 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SLK를 시승하러 떠난 곳이었다.
“여긴 햇빛이 진짜 뜨거워 보이네요.”
“그렇겠죠? 지금 우리는 북아프리카 근처에 있어요.”
“스페인에 있는 섬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카나리아제도에 있는 스페인령 섬이죠.”
출장에 마감에 출장이 다시 이어지던 때였다. 행선지가 지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몽롱한 채 비행기에서 내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인천공항에서 스페인령이라는 말을 듣고 유럽 어딘가인 줄만 알았지, 북아프리카 인근이라는 건 전혀 모르는 채 도착한 곳이 테네리페섬이었다. 지도를 펼쳐보면 북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 사하라와 모로코를 바라보고 있다. 가까운 서유럽 국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카나리아제도에서 가장 큰 화산섬이고, 유럽 사람들의 휴양지로도 인기가 높다. 2018년에는 <윤식당> 시즌 2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의 제주도로 여기면 될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시작한 시승은 바로 해안도로로 이어졌다. 저 멀리 보이는 지붕 위에서 햇빛이 부서지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쨍!’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리쬐는 각도와 기세가 달랐다.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히듯 했다. 빛이 닿는 모든 면에서 파편이 튀는 것 같았다. 지붕 위, 바다 위, 사람들의 피부 위에서도 햇빛이 튀어올랐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태양일까. 오늘은 조금 느슨해도 좋을까. 하지만 해안도로를 지나자 산길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오르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몇 개의 마을을 지나면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강도가 세질 때마다 고도가 높아졌다. 마을과 사람의 밀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 같았다. 대신 나무가 많아졌다. 도로가 좁아졌다. 구름이 점점 가까워졌다. 안개는 암막 커튼처럼 불투명하게 짙어졌다.
중앙분리대나 난간이 없는 2차선 산길이었다. 오른쪽으로는 절벽이었다. 산과 길의 경계도, 중앙선도 뿌옇게 흐려서 보이지 않았다. 앞서 달리던 유럽 자동차 기자들의 SLK에서 나는 배기음은 저 멀리 허공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속도를 줄일 수는 없었다. 창문을 열어서 소리를 안으로 들이는 식으로 주변을 경계하며 페이스를 조금 더 높였다. 이 안개밭이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오르다 보면 곧 쉼터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기대고 싶었다.
그대로 30분 정도 달렸을까. 동승했던 사람들의 침묵도 그 정도로 이어진 후였다. 비로소 안개가 걷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건 다른 행성에 도착한 듯한 풍경이었다. 돌과 바위와 풀이 듬성듬성 보이는 짙은 회색의 땅. 우리가 뚫고 온 건 안개가 아니라 구름이었다는 것도 그 위에서 알게 됐다. 진회색 땅 아래에 흰색 구름이 바다처럼 깔려 있었다. 높이도 너비도 짐작할 수 없는 채, 우리는 저 아래 세상으로부터 살짝 불투명하게 단절되었다.
이날 공항에서 시작해 해안도로를 거쳐 산길을 오르는 동안 차 안에서 느꼈던 감각의 드라마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깨질 듯 선명했던 북아프리카의 태양으로 시작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2차선 오르막을 거쳐 구름을 발아래 두었던 산 정상까지. 세상 어디에서 이런 드라이브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테네리페섬에 다시 돌아가 정확히 같은 코스로 달린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내려오는 길은 평화롭고 한적했다. 다시 왼쪽에 해안도로를 두고 달릴 때, 시선이 닿는 저 끝 수평선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크기. 마침내 태양의 얼굴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Words 정우성(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더파크 대표)
파란 하늘 아래 노란 성. 랑그도크루시용을 복기하는 공식이다. 지중해 연안에서 15km 내륙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봉주의 뛴 걸음으로 한 시간 남짓이면 코발트색 해안에 도달한다. 가까워서인지 바람에선 바다 냄새가 살짝 풍긴다. 고층 빌딩을 기준으로 구획을 나눈 도로 같은 건 없다. 여긴 수백 년 된 프로방스 마을이다. 메마른 바위산이 많고 바위틈 사이로 자라난 억센 나무들이 풍경을 이룬다. 집들도 자연을 파고들어 터를 잡았다. 바위와 나무가 환경에 순응해 형태가 변하듯, 세월의 풍화를 맞은 건물도 자연의 일부처럼 풍경에 녹아 있었다.
신형 메르세데스-AMG G63 시승 행사였다. 페르미냥 공항에서 차를 픽업하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코스를 부여받았다. 첫 번째 미션은 “점심 식사 집합지로 오세요”. 밥부터 먹자는 거다. 2차선 도로를 운전하는 동안 출출했다. 허기지면 감각이 예민해진다. 주변을 더 관찰하게 된다. 배가 많이 고파서 조금 빨리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볼 건 다 봤다. 도로 옆으로 포도밭이 지평선을 이뤘다. 저 밭에서 얼마나 많은 와인이 생산될까. 저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와인을 좋아할까. 포도에 질린 건 아닐까. 어떻게 포도밭이 지평선을 이룰 정도로 넓을 수 있단 말인가. 따위의 단상이 이어지다 보면 드넓은 밭이 두렵기도 하다. 아무리 따도 끝이 없는 포도밭에서의 일과. 건조한 바람과 뜨거운 햇살,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가 마음까지 메마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운전대를 돌렸다.
한적한 시골 도로에는 더 한적한 마을들이 띄엄띄엄 자리한다. 도로변에 건물 몇 채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건물을 살펴보고 싶었고, 건물 뒤가 궁금했다. 무작정 차를 세우고 건물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곳에는 거리라고 해야 할까. 마차 한 대 다닐 법한 좁은 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오래된 조적 건물들이 빼곡히 이어졌다. 2층 내지 3층 혹은 단층 주택들이다. 헐거운 나무 대문이 반쯤 열려 있거나, 먼지 쌓인 유리창 안으로 빈 내부가 보이기도 했다. 그 안에도 사람들이 산다. 물론 빈집도 많이 보였는데, 왜 안 사는지 이해될 만큼 낡았다. 집 외벽은 색이 바래 있었다. 한때는 원색이었을 것이다. 붉은색, 주황색, 파란색 그런 눈부신 색들을 칠하며 기대한 생활이 있었을 것이다. 시골 마을의 가난은 외지인에게는 관광거리가 된다. 나는 동행한 기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서로 찍어주며 친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동차와 함께하는 여행의 장점은 관광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차를 세우고 인증샷을 찍는다. 일탈은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나. 우리가 신나게 사진을 찍는 동안 등 굽은 노인이 카트를 밀며 우리 곁을 조용히 지나갔다.
랑그도크루시용의 드라이브 코스에는 프로방스의 낭만만 있지 않다. 포도밭이 있는 곳에는 와이너리가 있고, 와이너리에서 수확하는 농부들이 다니는 오프로드가 있다. 난이도는 낮다. 험로라기보다는 흙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흙길은 밭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높은 지대에 오른다. 흙먼지가 사라지면 평야가 나타난다. 군데군데 퍼진 자그마한 마을들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중세 시대 지주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진짜 지주가 살던 곳도 갔다. 와이너리에서 빠져나와 다시 좁은 도로를 따라 2시간여를 이동하면 카르카손에 도착한다. 높은 성벽이 겹겹이 세워진 카르카손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성이다. 규모도 크지만 무엇보다 아름답다. 해가 질 때면 노랗게 물든다. 푸른 하늘 아래 노란 성이 비현실적이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성에서 바라본 풍경도 낭만적이었다. 카르카손은 중세 성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성 안의 도로, 가게, 호텔 등이 모두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만일 프랑스 남부를 여행할 일이 있다면 카르카손은 들를 만하다. 볼거리가 많기도 하지만 가는 길이 재밌다. 강에는 로마 양식으로 지어진 다리들이 여전히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교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아찔하지만 중세의 삶이란 아찔한 날의 연속 아니었겠나.
Editor 조진혁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