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of Modern Aluminum
by HAS design and research
외관만 보아선 건물의 용도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건축 스튜디오 ‘하스 디자인 앤 리서치’는 건축 자재로 건물의 용도를 표현하기로 했다. 그 결과 알루미늄을 개발하고 전시하는 팀의 둥지 ‘모마(MoMA)’가 완공됐다. 모마는 ‘현대 알루미늄 전시관(Museum of Modern Aluminum)’의 약자로, 건물 외관이 수만 개의 알루미늄으로 덮여 있다. 전면은 LED 조명과 결합된 알루미늄이 직선으로 뻗어 있고, 이러한 디자인은 내부로도 이어진다. 입구부터 내부 전시장까지 연결된 복도는 사방이 하얀 알루미늄으로 뒤덮여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이다.
모마의 시작은 이렇다. 20세기 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알루미늄 생산지였던 태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알루미늄 산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모마는 태국의 중요한 건축 자재인 알루미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은 건물 내부의 문틀이나 지지대 역할로 사용돼요. 구조물의 미적인 요소로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우리는 알루미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결과물이 모마 건물이에요. 평범한 사물을 비상한 것으로 격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죠.” 모마의 디렉터가 말했다. 알루미늄은 건축 자재로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볍고 내식성이 좋으며 단단하다. 재활용성도 높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내부 복도에도 다수 설치했다.
모마는 방콕 휴양지로 유명한 작은 섬 ‘코크렛’ 주변에 위치했다. 밤이 되면 코크렛은 빛나는 반딧불로 뒤덮인다. 코크렛의 밤 풍경에 영감을 받아 건물 전면에 LED 조명을 설치했다. 조명 겉면을 감싼 알루미늄은 재질이 유연해 바람이 불면 미세하게 흔들린다. 멀리서 바라보면 날아다니는 반딧불의 모습과 흡사하다. “건축 공간에 자연을 접목하는 것이 현대 건축의 방향이다”라고 말하는 모마 디렉터의 기조가 담긴 부분이다.
Future Museum
by Killa Design & Buro Happold
두바이 중심에 파격적인 건물이 들어서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보유한 미래 도시니까. 하지만 모국어가 새겨진 건물이 들어선 것이라면 말은 달라진다. 스테인리스 스틸 외벽에 뜻 모를 아랍어 문장이 새겨졌고, 중앙이 뚫린 건물 형태는 눈 비비고 봐도 낯선 형상이다. 문장의 뜻은 이렇다. ‘우리는 수백 년을 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창의성이 낳은 산물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미래는 상상과 설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의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총리이자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한 말이다. 새겨진 의미도, 디자인도 압도적인 이 건물은 건축 디자인 사무소 ‘킬라 디자인’이 설계한 ‘퓨처 뮤지엄’이다.
올해 2월 개관한 박물관으로, 독특한 형태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 부통령은 이 건물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칭했다. 퓨처 뮤지엄 외벽의 아랍어 디자인 외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건 넓게 뚫린 중심부다. “쇠시리(몰딩과 같이 요철로 된 곡선의 윤곽을 가진 형태) 디자인은 시대성을 의미합니다. 현대적인 건설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류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유선형 건물은 자주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중심부를 뚫은 것은 미지의 세계인 미래를 표현한 것입니다.” 킬라 디자인팀이 말했다. 중심부의 고리는 ‘시옷’ 형태의 자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다이아그리드 공법을 적용했다. 다이아그리드 공법을 적용하면 건물 내부에 기둥이 없어도 하중을 견딜 수 있고 비정형적인 외관을 연출할 수 있다. 국내 랜드마크 롯데타워도 동일한 건축 공법으로 지어졌다.
두바이 미래재단을 위해 건설된 퓨처 뮤지엄은 신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장이다. 5개 층은 우주 탐사와 아마존 열대우림을 디지털로 재현한 전시로 구성되고, 그 밖의 층에는 개발자들을 위한 강의실과 연구실이 자리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이 건물의 기조는 ‘비전’이다. 2071년까지의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두바이 미래재단을 생각하면, 퓨처 뮤지엄은 킬라 디자인&부로 하폴드의 큰 족적이다.
Ngoi Space
by H&P Architects
베트남 건물들은 하나같이 홀쭉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촘촘하고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다. 이런 식의 건축 형태는 이유가 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 주택 세금을 건물의 가로 면적에 따라 징수했던 터라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가로가 아닌 세로로 길고 높게 건설한 것이다. 좁다란 건물 사이, 널찍한 구조물이 생경하게 자리하고 있다. 언뜻 보면 벽돌로 지은 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적갈색 타일이 줄지어 외벽을 이루고 있다. 외벽의 독특한 점은 막힌 곳이 없다는 점이다. 타일 3개를 세로로 세워 만든 삼각형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는데, 그 삼각형이 모두 뚫려 있다. 철저히 막아두는 정형화된 건물 형태를 거부했다.
이곳은 ‘은고이 스페이스’다. 은고이 스페이스는 공동 커뮤니티 공간으로, 카페와 전시실로 이루어졌다. 은고이 스페이스가 건물 외벽에 셀 수 없이 많은 틈을 만들어놓은 건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베트남의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 때문에 전국적으로 거주 지역에 대한 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단층 기와지붕 주택이 철거되었고, 기와는 여전히 재사용할 수 없는 건설 폐기물로 간주됩니다. 은고이 스페이스는 건설 폐기물을 재사용해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H&P 건축사무소 소장 ‘도안’의 말이다. 그렇다. 건설 시 사용된 타일은 과거 베트남 건축물에 사용되었던 기와인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따르는 은고이 스페이스는 내부에도 그 뜻을 담았다. 외부 빛이 벽면을 관통하면서 내부는 기하학적인 그림자들로 채워진다. 따라서 조명을 최소화했다. H&P 건축사무소의 도안에게 건물 설계 시 받은 영감에 대해 물었고 돌아온 답은 한 단어였다. ‘자연.’ 은고이 스페이스 주변에는 산과 밭이 있어 푸른 전경이 펼쳐지는데, 건물 내부 어디서든 보인다. 지속가능성을 유념한 건축사무소의 노력이 깃든 결과다.
Kaohsiung Pop Music Center
by Manuel A. Monteserín Lahoz
대만 가오슝에 다각적으로 깎이거나 기하학적인 무늬가 파사드를 장식한 L자 모양 건물이 생겼다. 대만에서 가장 큰 강 ‘러브 리버’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이 건물은 ‘KMC(가오슝 음악센터)’다. 대만의 대중음악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건설한 대만 남부의 랜드마크다.
대만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른 이곳은 건축가 ‘마누엘 A 몬테세린 라오스’가 설계했다. 대만 대규모 도시 계획의 일부였던 KMC는 2021년 공식적으로 공사를 끝마쳤다. KMC가 마주한 러브 리버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영감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물에서 영감을 받은 마누엘은 거품, 산호초, 해초, 파도, 수중 동물을 건물에 표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기하학적인 형태의 디자인이 완성됐다.
전시 센터, 야외 강당, 콘서트홀과 다목적 공간들로 구성된 KMC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은 거북이 등딱지를 닮은 지붕이다. 사람이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지붕은 육각형 외피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철저하게 사각 모양을 한 건물들이 인근에 위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누엘은 대만 정부가 KMC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 건물 설계를 의뢰받은 것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누엘은 스페인의 무직 건축가였다. 상업 건물은 물론,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없었다. 10년 전 마누엘은 KMC 디자인을 위한 국제 공모에 참여했고, 당선된 것. 이후 본격화된 설계 과정에서 건설 수단이 된 것은 구글 지도였다. 스페인에서 구글 지도로 공사 대지를 측량하고 디자인했다. 현재 도시 스카이라인이 된 이 건물은 마누엘의 첫 대규모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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