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Badge Ghost
공차중량 2,490kg 휠베이스 3,295mm 엔진 6.75리터 트윈 터보 V12 최고출력 600PS 최대토크 91.8kg·m 안전최고속도 250km/h 가격 5억5천5백만원
우아하게 운전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건데? 열심히 운전하는 것과 게으르게 운전하는 것의 차이는 알겠지만 품위 있는 운전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아한 운전이란 몸으로만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더 친절하게 설명하면 6리터가 넘는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2.5톤에 육박하는 기함으로 어둠 속을 헤쳐나갈 때 체화되는 것이다. 롤스로이스 뉴 블랙 배지 고스트를 타고 가로등도 없는 어둠 속을 달렸다.
국내에서 많이 팔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로에서 롤스로이스를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공장에서 로봇이 대량생산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장인이 손수 만드는 자동차다. 한 해 생산량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로봇이 아닌 사람이 만드는 차량이니 주문자의 요구사항이 다채롭다. 또 기상천외한 다양한 요구가 실제 이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롤스로이스는 내 취향을 원하는 대로 담을 수 있는 자동차라고 하겠다. 이에 대해 롤스로이스는 ‘자기표현을 향한 욕구’를 실현시킨다고 품격 있는 문장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는 어떤가. 롤스로이스 측에 따르면 자기표현과 개성, 창조성, 인습 타파 정신이 강조된 롤스로이스 최초의 정규 비스포크 라인업이라고 한다. 블랙 배지 라인은 외장 마감에 이름 그대로 검은색이 강조됐다. 검은색은 강렬함과 우아함, 절제미와 단순함을 표현한다. 비밀스럽고 위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현재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는 던, 컬리넌에 이어 뉴 고스트로 이어지고 있다.
뉴 블랙 배지 고스트의 주행 성능은 조금 더 터프했다. 롤스로이스와 터프함은 턱시도에 부츠 같은 것이다. 상충되지만 의외로 매력적인 조합이다. 강렬한 성능을 소환하는 방법은 기어 레버의 로 버튼에 있다. 로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았을 때 기어 변속 속도가 50% 빨리 반응한다. 빠른 가속감이 느껴지는데 실제 뉴 고스트보다 최고출력은 29마력, 최대토크도 5.1kg·m 강하다. 스포티한 성능이 향상되었지만 실내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슬라럼 구간을 통과하며 운전대를 과감하게 틀어도 차체는 빠르게 균형을 잡는다. 차선을 급하게 바꾸거나 원을 그리며 회전해도 크게 쏠리지 않는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곧바로 균형을 맞춰 수평 상태를 유지한다. 사륜구동과 사륜조향, 플레이너 서스펜션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주행 상태를 분석하고 운전자의 의도를 빛의 속도로 읽어낸다. 단 한순간도 품위를 잃지 않도록, 안정된 상태를 벗어나지 않도록, ‘매직 카펫 라이드’에서 추락하지 않도록 운전자를 바로잡는다. 내가 운전을 잘하는 것 같은 착각도 잠시 들었지만 아니다. 차가 빈틈이 없는 것이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계속된다. 회전반경도 작아 움직임이 정교하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도, 코너를 거칠게 돌아도 뉴 블랙 배지 고스트는 품위를 놓치지 않았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