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태어난 ‘월드컵 보이’네요?
예전에는 자부심을 가졌는데, 이제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조금 의기소침해졌어요.
아직 어린걸요. 그리고 순천 소년이네요.
맞아요. 조용한 아이였어요. 그때도 게임을 좋아하는 집돌이였죠.
서울에는 언제 상경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요. 그날이 3월 2일이었어요.
날짜까지 기억해요?
처음 등교하는 날이었거든요. 서울 오자마자 등교했죠. 그때 기억이 정말 선명해요. 비가 억수처럼 내렸는데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한 거예요. 더군다나 서울 지리를 몰라 아침부터 헤맸어요.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쓰고 계시던 우산을 저한테 주셨어요. “학생, 왜 비 맞고 다녀”라고 하시면서요. 우산을 받고 울면서 학교를 찾아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너무 감사했어요. 아, 그리고 서울에 온 후 성격이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어요?
그때 이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된 상태였어요. 회사에 저 같은 사람이 한두 명 있는 게 아니어서 개인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죠. 개구쟁이처럼 행동하면 사람들이 안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어요.
가수의 꿈은 언제부터 품었어요?
초등학교 때 처음 K-팝을 들었어요. BTS의 곡을 알람으로 맞춰놓고 매일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때 음악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항상 아침이 즐거웠거든요. ‘내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기부여가 되어 가수의 꿈을 키워보자 결심했어요.
교내 음악 동아리에도 가입하고요?
교내 댄스 동아리에 캐스팅됐었어요.(웃음) 순천 내 중학교 댄스 동아리 중에 저희 학교 팀이 제일 유명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도 합세해 캐스팅하셨죠. 솔직히 그땐 춤을 잘 추지 못했어요. 그런데 즐겁더라고요. 에너지도 느껴지고.
교내 축제 무대도 올라봤어요?
엑소의 ‘댄싱 퀸’을 췄어요. 귀엽다는 피드백을 들었죠.(웃음)
그럴 만한 게 웃는 모습이 정말 예뻐요. 자기 외모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속눈썹? 사실 저는 제 얼굴을 아주 좋아하진 않아요. 강하게 생긴 얼굴을 선호하거든요.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크래비티 멤버 태영이처럼요.
크래비티로서 가장 간절히 바랐던 게 있다면요?
크래비티로 데뷔한 후 우리 러비티(크래비티 팬덤)와 대면할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무대에선 더욱이요. 그 점이 너무 아쉬웠어요. 4월 크래비티 단독 콘서트 덕분에 대면했는데 얼마나 행복하던지. 환호는 여전히 금지였지만 그래도 클래퍼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어요.
콘서트 날, 인상적인 순간도 있었어요?
저희 첫 타이틀곡을 시작하려는 순간 러비티 중 어느 분이 “헉, 타이틀곡인가 봐!”라고 하셨어요. 안무 시작 전 포즈만 잡았는데 아신 거죠. 감동이었어요. 그걸 알아봐주신다는 건 저희 무대와 곡을 자주 보고 들었다는 뜻이잖아요. 그 찰나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팬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눈만 봐도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버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뭉클했어요. 하지만 절대 울지 않으려 꾹 참았죠.
왜 꾹 참았어요?
어릴 때, 약해 보이기 싫어 눈물 참는 연습을 했는데 그게 습관이 됐어요.(웃음) 그리고 옆 사람이 울면 같이 슬퍼지고 공감하게 되잖아요. 슬픔을 전파시키고 싶지 않아요. 물론 그때 쏟아질 뻔한 눈물은 행복과 벅찬 감정이었을 테지만.
첫 단독 콘서트인 만큼 동기부여가 많이 됐을까요?
그럼요. 지금으로선 크래비티가 성공하는 게 우선이에요. 성공의 기준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래비티 아홉 멤버 모두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각자 개성과 매력이 엄청나거든요. 지난 2년간 팬데믹 때문에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잖아요. 이제 서서히 풀리는 것 같으니 저를 포함해 멤버들의 매력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민희의 매력은 뭘까요?
직접 말하긴 쑥스럽지만, 목소리요. 요즘 노래 연습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제 목소리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아봤을 때, 러비티의 청춘에 제가 늘 머물러 있으면 좋겠어요.
크래비티의 매력은요?
일단 멤버들이 진짜 웃겨요. 그리고 귀엽고 풋풋한 매력이 크죠. 아, 제가 봤을 땐 웃긴 쪽이 더 매력 있는 것 같아요.(웃음)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시선을 무시하지 못해요. 힘 빠지는 말을 들으면 하루 종일 마음에 담아두죠. 고쳐야 하는데 어려워요. 그래서 그런 날엔 주변 사람들에게 꼭 질문해요. “나 오늘 어땠어?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까?”라고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좋죠.
음악 방송 <더쇼> MC를 맡고 있는데 몇 달이 지나도 부족한 점이 계속 보여요. 아직 진행도 서툴고 긴장한 게 드러나더라고요. 제 눈에 보여도 확실한 자기객관화가 어렵잖아요. 냉정한 피드백을 받고 단점을 알아야 개선할 수 있어요.
집돌이라고 했죠. 요즘은 집에서 뭐 해요?
이전에는 집에 있을 땐 게임만 했거든요. 그런데 문득 게임을 열심히 해서 얻는 게 무엇일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웃음) 게임 실력만 늘지 장래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건강한 몸에는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잖아요. 취미 생활도 시작했어요. 기타예요. 크래비티 민희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새로운 장르도 도전하고 있어요.
어떤 장르요?
록이요. 몬스타엑스 기현의 ‘보이저’를 듣고 따라 부르고 싶어 연습 중이에요. 나중에 어떤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야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싶었고 첫 도전을 얼른 성취하고 싶어요.
민희는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해요?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하면 오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당근도 필요하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하면 나태해질 수도 있어요. 꾸준히 성실한 게 중요하니까 지금은 아주 조금만 사랑할래요.(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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