➊ 카플레이션
세계를 흔든 인플레이션 여파가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 현상이 자동차 산업에도 불어닥쳤다. 반도체는 부족하고 원자재 값은 올랐다. 생산 단가가 상승하니 소비자가격도 인상될 전망이다. 게다가 신차 대기가 길어지니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되려 출고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자동차 생산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가격이 오른 건 국산 차만이 아니다. 미국은 전년 대비 12% 차 값이 올랐고, 국내와 마찬가지로 중고차 가격도 급등했다. 기대받는 전기차 브랜드 리비안은 공급망 부족과 인플레이션 등을 원인으로 밝히며 6만7천5백만 달러의 R1T 픽업 트럭 가격을 7만9천5백 달러로 긴급히 인상했다. 카플레이션은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다시 가격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➋ 구독 서비스
차 안으로 구독 경제가 들어오고 있다
원하는 차량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존재한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는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특정 기능만 구독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자동차 구입 시 옵션으로 제안되던 주행 보조 기능이나 편의 기능들 중 원하는 것만 골라서 구독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에게는 구독 경제가 새로운 수익 모델로 여겨지는 듯하다. GM은 당사의 울트라 크루즈라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라 발표했고, 볼보 또한 자율주행 기능인 라이드 파일럿을 구독 서비스로 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이미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풀 셀프 드라이빙을 구독 서비스로 선보였고, 자율주행 기능을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패키지 형태로 묶어서 구독 서비스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고객 입장에선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일까. 가격을 봐야 경제성을 따질 수 있겠지만, 자신의 주행 특성을 고려해 원하는 기능만 골라서 구독한다면 합리적일 수 있겠다.
➌ 가상 사운드
배기음 대신 우주비행선의 소리가 들린다
정숙함을 넘어 심심함의 경지에 도달한 전기차. 전기차는 배기음이 없으니 실내는 적막, 실외는 고요하다. 펀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들은 소리가 없어 아쉽고, 보행자들은 자동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으니 위험할 수 있다. 전기차에도 소리가 필요한 당위가 세워졌으니, 제조사들은 엔진음 못지않은 독특한 소리 개발에 들어갔다. 가상 엔진음을 개발해온 BMW는 순수 전기차에 적용할 가상 엔진음 ‘BMW 아이코닉사운드 일렉트릭’을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와 함께 만들었다. BMW 아이코닉사운드 일렉트릭은 주행 상태에 따라 다른 소리를 전달하며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듯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제네시스는 차량 외부에서도 들리는 사운드를 개발했다. GV60에 탑재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차량의 토크와 가속 상황에 맞는 사운드를 전달한다. 가상 사운드 시장은 전기차 시장과 비례해 성장하고 있다. 음향 합성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사운드는 언젠가 내연기관의 배기음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➍ 분할 헤드라이트
SUV 헤드라이트의 국룰은 분할?!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공통점은 분할 헤드라이트다. 단일 헤드라이트가 사라지고 헤드라이트 밑에 헤드라이트가 또 있는 디자인이 트렌드가 되었다. 헤드라이트가 늘어나는 이유는 2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단일 헤드라이트에는 전부 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라이트 기능들이 원인이다. 헤드라이트에는 메인 라이트, 하이빔, 주간등, LED DRL 등 많은 장치가 들어간다. 또 다른 원인은 안전 규제다. 자동차 보닛 높이에 대한 안전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헤드가 커졌다. 더 넓어진 면적을 채우기 위해 헤드라이트를 나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분할 헤드라이트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할 가능성도 있다. BMW 신형 모델은 분할 헤드라이트가 적용될 전망이다. 아우디도 앞으로 선보일 Q6 e-트론과 A6 e-트론에서 분할 헤드라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 단일 헤드라이트를 고수하는 브랜드도 있다.
➎ 카 엔터테인먼트
차에서 어떻게 놀지를 고민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자동차를 이동 수단에서 이동 중 머무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전기차라는 특성도 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전기차는 오랜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줄이 긴 충전소라면 순수 충전 시간 외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더해진다. 그럼 차 안에서 뭘 할 거냐는 물음이 생긴다. BMW는 7시리즈에서 ‘BMW 시어터 스크린’을 선보였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31.3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32:9 비율의 화면은 최대 8K 해상도에 5G 커넥티드 기술을 지원한다. 스크린의 크기보다는 몰입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브랜드도 있다. 아우디는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VR로 경험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차량 움직임에 맞게 콘텐츠를 조정하는 모션 동기화 기술을 사용해 차량 움직임과 연동되는 특징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강화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요한 먹거리가 될 것이다.
➏ 탱크 턴
제자리 회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차량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것을 탱크 턴이라 한다. 탱크는 좌우 궤도를 서로 반대로 구동시킬 수 있어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지만 앞바퀴로 방향을 조정하는 자동차는 제자리 회전이 불가능하다. 자동차가 제자리 회전을 하려면 마주한 바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엔진이라는 한 개의 동력만 사용하는 내연기관과 달리 휠마다 모터를 설치하는 전기차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네 바퀴에 각각 모터를 장착한 쿼드모터는 좌우 바퀴를 서로 반대되게 구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듀얼 모터도 가능하다. 앞축과 뒤축이 서로 반대되게 회전하면 된다. 이 방식으로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 R1T로 제자리 회전 즉, 탱크 턴을 선보였다. 탱크 턴의 장점은 회전반경이 작다는 것이다. 오프로드나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회전해야 할 경우 유용하다. 포드도 제자리 회전 기능 특허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탱크 턴 기능을 갖춘 양산차라면 주차가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➐ 초대형 SUV
대형 SUV가 인기를 끌자 초대형 SUV가 등장했다
얼마 전만 해도 소형 SUV 전성시대라 불렸는데, 최근에는 초대형 SUV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슈퍼헤비급 SUV는 기존의 대형 SUV를 평범하게 만든다. 쉐보레 타호가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전장 5,352mm에 폭은 2,057mm, 휠베이스는 3,071mm에 달한다. 이전 세대보다 더 크며, 성인 7명이 타도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링컨 네비게이터는 전장 5,335mm에 달하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는 전장 5,765mm로 그야말로 미니버스에 버금가는 크기다. 최근 지프가 출시한 뉴 그랜드 왜고니어 L도 전장 5,758mm로 기함이다. 미국 차만이 아니다. 전장 5m가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GLS, BMW X7도 인기다. 렉서스도 5m가 넘는 초대형 SUV를 공개할 예정이다. 실제 판매량도 높다. 지난 1분기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팰리세이드였다. 하지만 대형 SUV의 인기가 국내 시장에서 계속될지는 불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좁은 주차칸과 증가하는 유류비가 부담될 수도 있을 것이다.
➑ 비건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식물성 소재가 늘고 있다
ESG는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과제다. 동력 시스템을 엔진에서 모터로 바꿨으니, 이제는 소재들을 바꿀 차례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의 산실이 양산차에 속속 적용되는 추세다. 테슬라는 인테리어 소재에 동물 가죽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자동차를 만든다. 모델3와 모델Y가 대표적인 사례다. 폴스타도 최대한 비건 인테리어를 지향한다. 재생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며 가죽 사용 시에는 동물복지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 또한 비건 차량이다.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등은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의 페인트로 도색했고, 시트 원단은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들었다. 신차 소재의 25%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볼보는 재활용과 바이오 기반 소재를 사용한다. PET, 코르크 마개 등에서 추출한 재활용 물질과 북유럽 숲에서 얻은 소재 등이다. 자동차도 비건이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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