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마른안주 오올
마른안주는 늘 정답이다. 맥주, 위스키, 와인, 칵테일. 어떤 술과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포시즌스 호텔 2층, ‘오울’은 마른안주의 세계에 독보적인 안목을 더했다. 부드러운 양고기를 푹 찐 후 잘게 찢어 튀긴 ‘양고기 육포와 김부각’이 그 결과물이다. 함께 버무려 먹는 소스에서 오울의 안목은 돋보인다. 파프리카, 고추, 마늘, 양파의 복합적인 향을 품은 매콤 달달한 파우더, 커민과 칠리 파우더를 곁들인 엑스오 간장 소스가 풍미를 강화한다. 양고기 육포와 특제 소스가 뒤섞여 이국적인 향으로 범벅된 혀를 오울의 시그너처 칵테일 ‘폭탄주’로 부드럽게 적시면 입안에선 불꽃 축제가 펼쳐진다. 만족을 느끼던 찰나, 자리마다 내어주는 얇게 만 짭짤한 배추김치를 잘근 씹으면 안주의 세계가 다시 보인다.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97 포시즌스호텔서울 2층
소르베의 역습 살리르
얼큰한 국물, 죽죽 찢어 먹는 황태, 다채로운 샤퀴트리는 모범적인 안주이나 평범하다. ‘살리르’는 소르베와 술을 조합하여 안주의 디폴트가 되기를 거부한다. 일곱 종의 소르베는 매달 그 종류가 달라지기에 지난달 먹은 소르베와 이달에 재회하긴 힘들다. 소르베는 고급 정찬에 쓰이는 재료로 만들어져 비범한 맛으로 거듭난다. 달콤한 딸기에 매력적인 고수를 섞거나, 토마토와 바질이 들어간 카프레제 맛 소르베에 올리브 오일을 살포시 흘리거나, 시큼한 레몬 소르베 구석구석 카망베르 치즈 조각을 박는다. 살리르에는 처음 보는 술이 많다. 셰리, 포트, 마데리아 같은 주정 강화 와인, 탄산이 거의 없는 벨기에 맥주, 모험이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한 스파클링, 화이트·레드 와인도 있다. 술과 안주. 선택에 우선순위는 없지만 우선적으로 택한 메뉴에 맞춰 주인장의 큐레이팅 후 페어링이 이어진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58-20 1층
모던 럭셔리 약밥 공간
혼자서도 얼마든지 끼와 매력을 발산하는 칵테일이라면 안주가 필요 없다. 견과류나 소시지, 치즈 같은 교과서적인 것이라면 선택지에서 제외해도 된다. 하지만 뻔한 안주가 아니라면 클래식한 칵테일과 시도해봐도 괜찮을 테다. ‘공간’은 최신 미식을 가미한 퓨전 안주를 만든다. 약밥, 고구마 맛탕, 떡꼬치 같은 한국 음식을 이국적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달달한 풍미의 약밥이 기다란 칩으로 변형됐고 칩 사이에는 이즈니 버터, 럼이 추가된 화이트 초콜릿 커스터드 크림이 뿌려졌다. 이 밖에도 떡꼬치는 감자 뇨키, 부라타 치즈, 해산물이 들어간 로제 소스와 만났고, 고구마 맛탕은 검은깨가 아닌 견과류와 브뤼 치즈를 얹었다. 공간의 멤버들은 미적 감각을 칵테일에만 쏟아낸 게 아닌가 보다. 참맛과 겉멋 모두 챙긴 안주는 혀도 눈도 풍요롭게 만든다. 공간에 중정이 있어 사계절 아름답다.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66-4 1층
자신 있는 덤플링 네가
한 가지 주제의 요리만 고수하는 가게는 자부심이 강한 법. 마치 50년 전통 원조 국밥집처럼. 덤플링에도 전통이 있다. 하지만 업력이 전통적인 맛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홍콩 누아르처럼 맵싸한 맛이 느껴지는 ‘네가’의 덤플링 3종은 중독성이 강하다. 두툼하고 쫄깃한 피 속에 보석처럼 숨겨진 새우가 생생한 가운데 짭조름한 광둥식 간장 소스와 칠리소스를 적신 하가우, 소박해 보이지만 마늘 퓌레와 파프리카 파우더를 흩뿌려 화려한 식감을 전하는 관자 덤플링 시우마이, 흑미초와 간장이 흥건한 새우에 부추와 고수가 떠다니는 어혈교, 세 가지 메뉴를 고수한다. 덤플링에는 강도 높은 독주나 가볍지만 매서운 소주가 어울릴 듯한데, 네가는 내추럴 와인을 택했다. 알싸한 내추럴 와인과 홍콩의 찐득한 맛이 뒤섞여 오묘하고 맛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덤플링의 전통이 보장된 맛이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11길 21 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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