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여름을 기다린다> 스토리지북앤필름
매년 여름, 동남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떠났었다.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즐기기 위한 이유로. 하지만 3년 전 나의 여름 여행 루틴은 뚝 끊겼고, 국내 호텔 수영장만이 그나마 갈증을 달래주었다. 비록 낯선 풍경 아래 즐기는 휴식은 아니지만 작년 여름엔 요시고의 사진전이 위안을 주었다. 이번 여름이 오기 전, 여행 욕구를 달래줄 사진은 이 책으로 골랐다. 푸른 망망대해, 파도를 갖고 노는 서퍼, 낯선 도시 전경이 펼쳐진 풀과 선베드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이방인들. <그렇게 여름을 기다린다>에 담긴 그리운 여름 풍경들을 슥슥 넘기며, 그렇게 여름을 기다린다.
<지속의 순간들> 을유문화사
같은 순간을 함께해도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지속의 순간들>은 장르를 막론하고 소설, 에세이, 비평을 쓰는 제프 다이어의 사진 비평집이다. 그는 책에서 18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사진가 42명의 사진 가운데 사물, 인물, 상황이 비슷하게 연출된 것들을 묶어 비교하거나 대조한다. 이를테면 동일하게 ‘아코디언을 든 사람’을 포착하더라도 이미지가 주는 힘과 감정이 완벽히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사진집이지만 결코 사진집이 아닌 이 책은 한순간이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 윌북
종종 맞은편 아파트 창 안을 훔쳐보는 걸 좋아한다. 창 너머로 비친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나만이 아는 비밀로 묻어두는 것에 짜릿함을 느낀다. 그래서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좋다. “평범한 것이 행복”이라 말하는 그가 바라본 뉴욕은 화려하기보단 보통에 가깝다. 눈길을 달리는 택시, 대화 중인 여자들, 거리를 서성이는 남자. 길거리 풍경을 문틈으로 들여다보거나 유리를 관통해 찍는다. 초점은 나간 채, 시선을 끄는 대상도 거리를 두고 포착한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세상을 탐닉하는 그는 어떤 이도 관심 없을 법한, 특별할 것 없는 사물과 상황을 발견한다. 비범함을 열망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Above Sea Level> 김림
말레이시아의 뜨거운 공기와 아름다운 색채는 삶에 무력감을 느끼던 내게 생동감을 주었다. 이처럼 여행의 힘은 강력하다. 저자 ‘김림’은 네팔 히말라야에 다녀온 후 퇴사했고 와인 바를 차렸다. 그리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용기를 준 네팔 여행을 기록해 사진집을 냈다. 포카라 공항에 도착하고 히말라야 최종 목적지 A.B.C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필름 카메라에 담은 책이다. 히말라야에 등반하기 위해선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그날에 대하여 “의심할 여지없이 아주 열심히 산 하루”라고 말한다. 무기력했던 김림의 삶에 생동감을 준 건 히말라야 등반이었을까.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