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샌드 + 기원
한국 최초의 싱글 몰트위스키 ‘기원’의 마스터 블렌더 앤드류 샌드는 스코틀랜드에서 왔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을 위해 스파이시한 향을 강조했고 한국에서 재배되는 곡물을 사용해 한국 위스키를 만들었다.
기원을 선택한 이유
나는 위스키 증류로는 손꼽히는 곳, 스코틀랜드에서 나고 자랐다. 증류소에서 일하신 아버지와 증류소 투어 가이드셨던 어머니 아래에서 위스키 증류 과정을 체험했고 업으로 삼았다. 쓰리소사이어티스로부터 한국 최초의 싱글 몰트위스키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무척 흥미로웠다. 한국은 위스키를 직접 제조하지 않는 국가이기도 하고, 기존에 증류소도 없어 최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몰트위스키를 만드는 첫 주자가 된다는 기대감을 품고 한국에 왔다.
한국의 잠재력
한국은 위스키 주조에 최적의 나라다. 40여 년간 전 세계 다양한 증류소에서 일했지만 한국처럼 위스키가 빨리 숙성되는 국가는 보지 못했다. 뚜렷한 사계절에,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크다. 그래서 위스키가 빨리 숙성된다. 한국에서의 1년이라는 숙성 기간은 스코틀랜드의 4~5년과 같다. 한국은 숙성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스크를 통해서도 그 차이는 드러난다. 더운 여름에는 캐스크가 팽창되어 숙성이 빨리 되고 겨울에는 캐스크가 수축돼 휘발성이 줄어든다.
남양주 증류소
극강의 추위를 자랑하는 스코틀랜드의 낮은 기온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 점을 살리고 싶었다. 증류소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추운 곳인 남양주를 선택했다. 남양주의 자연환경도 위스키 증류에 큰 기여를 한다. 위스키 증류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물의 신선도다. 증류소 뒷산에서 맑은 물을 끌어와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구리 소재 증류기도 증류하는 위스키 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직접 디자인했다. 증류기의 모양, 사이즈에 따라 맛과 향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이름은 쓰리소사이어티스다. 세 가지 문화를 의미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문화와 한국적인 재료를 뜻하는 호랑이, 기원을 이끄는 재미교포 브라이언을 뜻하는 독수리,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유니콘이다.
한국인 문화
최초로 출시했을 때 큰 주목을 받았다. 개방적인 한국 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위스키 시장 소비자들은 꽤 열려 있다. 새로운 걸 시도하고 즐길 줄 안다. 대중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맥아를 발효하고 증류해 숙성시키는 순간까지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다시 마시고 싶어 하도록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이창현 + 구스아일랜드
이창현은 구스아일랜드 브루 마스터다. 5년째 브루 마스터로 일하고 있는 그는 신선하고 트렌디한 감각을 펼칠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을 끝없이 깨닫는 중이다.
수제 맥주 제조의 매력
수제 맥주는 다양한 품종으로 소량 생산된다. 여러 가지 재료를 경험하고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여러 재료를 시도해볼 수 있어 독특한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사고가 유연해지기도 했다.
맥주 시장 트렌드
전 세계 맥주 시장을 이끄는 나라인 미국의 트렌드가 결국 우리나라까지 이어졌다. 2~3년 전, 미국 맥주 시장에서 과일을 많이 사용한 ‘프루티드 스타우트’ 가 인기였다. 잼처럼 새콤달콤한 맛이 강한 생과일 주스 같다. 커피나 향신료를 첨가한 임페리얼 스타우트처럼 단맛과 도수가 강한 맥주들도 유행했다.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대는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맥주를 선택할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 캐릭터가 뚜렷한 맥주를 즐기는 것 같다.
재료 선정 기준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트렌드다. 최근 샤인머스캣이 유행했듯이 과일도 트렌드에 좌우된다. 계절감도 중요하다. 겨울엔 딸기를 활용하듯 시즈널 맥주를 만들 때는 제철 과일을 공부한다. 둘째는 지역성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지역과 상생한다’는 기조를 지키기 위해 국산 재료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재배되는 독특한 재료가 있다면 시도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구스아일랜드의 ‘라이프 이즈 비터스윗 사워(Life is Bittersweet Sour)’는 레몬, 꿀, 생강이 들어간 ‘레몬 생강 꿀차’ 콘셉트의 맥주다. 쉽게 말하면 레모네이드 같은 맛이다. 꿀은 지리산 꿀을 사용했고, 생강은 안동산이다. 스타우트 맥주 ‘베리 베리 베리(Very Vary Berry)’ 에는 7가지 종류의 베리가 사용됐는데, 우리나라 복분자가 포함된다. 그리고 브루 하우스에서 판매되는 배럴 맥주에는 대추를 넣었다.
오랜 시간 만든 레시피
대추가 들어간 배럴 맥주다. 기획 후 양조부터 제품화까지 4년 걸렸다.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숙성해 와인의 특성이 맥주에 묻어날 수 있도록 했다. 내추럴 와인처럼 새콤한 향이 나기도 하지만, 대추가 들어가 쌍화탕 같은 맛도 느낄 수 있다. 손이 많이 갔지만 오크통에 넣는 배럴 작업을 처음 시도한 맥주라 의미가 남다르다. 배럴 맥주로 외국에서 열린 맥주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아 더욱 의미가 있다.
트렌드의 빠른 변화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잠시라도 손 놓으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호기심이 필수다. 그래서 국내외 신제품을 자주 테이스팅하고, 새로 생겨난 브루어리는 곧장 방문한다. 부가적으로 맥주의 향미 성분을 파악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브루 마스터의 고민
특별하고 개성 있는 맥주를 만들면 맥주 애호가에겐 사랑받겠지만 대중화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맥주를 고집하면 크래프트 맥주의 의미가 희석된다. 그게 고민이다. 그래서 여느 맥주와는 달리 특성이 있되 대중이 마시기 편한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 밸런스나 음용성 외에도 특별함을 부각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망고 팡팡’은 주스 같은 맛이 나지만 IPA 맥주라 쓴맛도 강하다. 익숙한 재료는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크래프트 맥주의 특성은 살린다.
목표
미국 양조사 협회에는 매년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가 등재된다. 브루 마스터로서 내가 만든 맥주가 등재되는 게 목표다. 또 하나의 목표는 대중적인 맥주를 개발하는 것이다. 대중적이면서도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내 맥주를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조동일 + 부자진
‘부자진’ 조동일의 진(Gin)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그래서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경기도 양평에서 한국 토종 진을 제조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진
아버지께서는 20년간 허브 농장을 운영하셨다. 60종이 넘는 유기농 허브를 진 재료로 사용하면 새로운 주종을 개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진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제조자가 원하는 특색을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6천 종의 진이 존재하고, 유럽에선 매주 새롭고 다양한 진이 생산되지만 대부분 레시피가 비슷하다. 노간주 열매는 기본 재료지만, 그 외에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부재료에는 제한이 없는데도 말이다. ‘부자진’은 한국적인 맛과 향이 담긴 진을 만들고 싶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원료들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유럽은 시트러스 향을 표현하기 위해 오렌지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한라봉을 사용한다. 꽃 향은 캐머마일 꽃을 사용한다. 진에 색을 입힐 때도 다양한 원료가 필요하다. 붉은색을 입히기 위해 외국은 딸기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오미자를 사용했다. 부재료는 경기도 양평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그래서 부자진은 한국적인 술일 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주로 분류된다.
진을 증류하는 과정
먼저 진 원액을 제조해야 한다. 원액은 쌀이나 보리를 발효해 만든다. 원액을 증류하고 허브들을 침출하여 재증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입혀진다. ‘개똥쑥 진’은 개똥쑥을 침출하여 개똥쑥 향이 무척 강하다.
부자진을 마시는 방법
대개 진은 칵테일 베이스용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우리는 칵테일로만 마실 술을 만들지 않는다. 진도 온더록스나 스트레이트로 마실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고 싶다. ‘오미자 진’은 오미자 향을 품고 있어 죽 들이켜도 거부감이 없다. 곧 출시될 ‘한해 진’은 보리로 증류하고 도라지, 생강, 둥글레를 사용했다. 둥글레 때문에 피니시가 고소하다. 칵테일에 사용하면 느끼기 어려운 맛과 향을 품고 있다.
추천하는 조합
단맛을 싫어한다면, 시그니처 진과 탄산수를 섞어 마시면 된다. 데미소다 자몽 맛과도 잘 어울린다. 오미자 진은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맛있지만, 토닉과도 잘 어울린다. 칵테일을 좋아한다면, 진토닉보다는 마티니로 마시면 더욱 맛있다.
진의 대중성
해외에서 유통되는 진은 잘 알려졌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헨드릭스’ 진은 오이를 넣어 증류하기 때문에 칵테일로 활용될 때 오이를 첨가하면 향이 살아난다. 이에 익숙한 사람들이 부자진을 마실 때도 오이와 함께 즐기더라. 하지만 부자진은 그렇지 않다. 부자진에는 한라봉이나 캐머마일, 애플민트 같은 재료를 넣었을 때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시그니처 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진이 ‘시그니처 진’이다. 방아라고 불리는 배초향과 한라봉이 재료다. 배초향이 들어가면 한국적인 향이 강해진다. 직접 제조한 진 모두 애정을 갖지만 시그니처 진은 ‘시그니처’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시그니처 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술 품평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술이다. 영국 런던에서 진행하는 진 마스터 대회에선 금메달을 수상했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라고 들었다. 올해 첫 출시될 진은 ‘한해 진’이고, 하반기에 선보일 제품은 ‘부자진 부산’ 이다. 부자진 부산은 독특하다. 진 색깔이 해운대 바다처럼 푸른색이다. 이후에는 제주도, 독도 등 다양한 지역명을 따서 만든 진들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다.
목표
부자진의 모토는 한국적인 진이지만,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술로 그치긴 싫다. 목표는 외국 시장을 뚫는 것이다. 한국의 맛을 외국에 널리 알리고, 역수출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한국의 진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외국에서는 진 시장이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굉장히 작기 때문이다.
최우택 + 같이 양조장
같이 양조장의 최우택은 술에 일가견이 있다. 대학원에선 와인 양조학을 전공했고 맥주 공정법도 배웠다. 그가 전통주를 택한 이유는 하나다.
독특한 위치
도심형 양조장이라는 특성을 살리고 싶어 합정에 둥지를 틀었다. 합정에서도 외진 곳에 위치했지만, 10m 내에 맥주와 와인 전문점이 있다. 그래서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청담동 게장 거리처럼 이곳이 주류 골목이 되면 좋겠다. 막걸리 양조장은 항상 지방에 위치하고, 오래되고 남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
전통주 양조의 시작
대학교 때 배상면주가가 진행한 전통주 양조 수업을 등록했다. 수업료는 단돈 5천원이었다. 우연치 않게 들은 수업인데 흥미로웠고, 군 제대 후 수업에서 배운 양조 방법으로 술을 담았다. 그런데 술이 잘 안 되더라. 이후 전통주 학원을 등록했고 5년간 직원으로 일했다. 1989년도에는 88 서울 올림픽 때문에 민속주가 유행했다. 1999년에는 백세주가 트렌드였고, 10년 후 일본으로 막걸리를 수출하면서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졌다. 그 과정을 겪으며 전통주 트렌드는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통주 학원에서 일한 때가 2012년이었는데, 5~6년간 실력을 기르면 전통주 빅 웨이브를 제대로 맞이할 것 같았다. 그래서 2019년에 독립했고 본격적으로 양조 일을 시작했다.
간단함의 중요성
같이 양조장 술의 경쟁력은 간단하다는 거다. 대개 전통주 이름은 어렵게 짓는다. 시적인 표현을 쓰거나 영어 단어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같이 양조장 술 이름은 간단하다. ‘연희 멜론’ ‘연희 유자’ 처럼. (연희라는 이름은 첫 양조장이 있던 연희동 지역명을 따서 만든 것이다. 어감이 부드러워 어떤 재료명과 붙여도 손색없다고 생각했다.) 맛과 브랜드를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다. 아무리 맛있게 마셨어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면 재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같이 양조장의 세계관
지금까지 ‘연희 시리즈’ 6종을 선보였다. 연희 멜론·팔각·유자·매화·민트·홍차다. 우리 양조장 심벌은 6강 마크다. 6가지 색상에 맞는 부재료를 사용한다. 멜론은 초록색, 매화는 분홍색에 해당된다. 색상에 맞게 부재료들을 바꿔가며 시리즈들을 선보일 것이다. 도수도 전부 다르다.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선 전통주를 다양한 맛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합정으로 이사했으니 ‘합정 시리즈’ 를 양조하지 않을까. 합정 시리즈는 맑은 술로 구성할 계획이다. 청주 같은 맑은 술은 유통기한도 길어 보관하기 쉽다. 청주에 커피, 망고 등 독특한 부재료를 넣어 맛과 향을 표현할 예정이다.
다양성의 중요성
다양성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래서 전통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오마카세처럼, ‘술마카세’ 문화를 만들고 싶다. 술을 코스 요리처럼 내어주는 거다. 다양성을 주려고 노력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재료 선정 기준
술과 어울려야 한다. 부재료가 선정되면 술과 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어울릴 것 같지만 정말 안 어울리는 재료도 있고, 예상 밖으로 맛있게 어우러지는 재료도 있다. 이를테면 모과는 향은 좋지만 맛은 뛰어나지 않다. 오히려 그 점이 술로 만들었을 때 장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역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대였다. 쌀을 발효해 만든 술이기 때문에 미역과 조합하면 맛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비릿한 냄새에 색깔도 거무죽죽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레시피는 동치미 막걸리다. 다만 소금이 첨가되기 때문에 상품화할 순 없었다. 술에 소금을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전통주를 이해하는 건 어렵고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으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유법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연희 민트는 모히토에 비유했고, 연희 매화는 람빅에 비유했다.
새로운 도전
순곡주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민트 초코 맛 막걸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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