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월 3일이다. 새해 첫날 뭐 했나?
<아레나> 촬영을 준비했다. 요즘 체중을 비롯해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화보 촬영이 처음이라 들었다.
맞다. 그래서 어제 잠을 좀 설쳤다. 경험하지 못한 분야라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배우라면 연기 외 화보 촬영을 비롯한 외부 활동도 생각해봤을 법도 한데.
종종 생각했다. 다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택 받아야 하니까. 이렇게 촬영하고 인터뷰하게 되어 기쁘다. 새해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작년이 정신 수양의 한 해였다고 했던데.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팬데믹 이후 계획했던 것들이 마음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미리 찍은 영화의 개봉도 연기됐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방법을 찾았다.
스트레스 해소 수단에 운동도 있나? 마침 어제 탄탄한 근육이 돋보이는 보디 프로필 사진을 SNS에 포스팅했다.
운동을 통해 극복하려고 했다. 힘을 쓰다 보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더라. 지금은 어깨를 다쳐서 과한 운동은 못한다.
몇몇 무진성을 다룬 기사 헤드라인에 ‘대기만성형 배우’ 라는 수식어가 붙더라. 무명의 시간이 꽤 길었다고.
당시에는 심리적으로 괴롭기도 했다. 마음처럼 일이 안 풀리니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점차 일이 늘며 자신감을 찾았다. 돌아보면 헛된 시간은 없구나 싶다.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한 발돋움 시기라고 생각한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배우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꿨나?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연기 학원을 다니며 배우를 꿈꾸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4년간 연기의 기본을 배웠고, 직후 군대에 다녀와 연예 기획사를 만나 공중파 데뷔까지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러다 중간에 여러 문제가 생겨 일을 쉬게 됐다.
활동명을 본명인 여의주에서 무진성으로 바꾼 건 배우로서 새 출발을 의미하나?
슬럼프를 겪던 시기에 우연처럼 지인이 지금의 이름을 추천해줬다. 어디에도 없는 진짜 별이라는 뜻이다. 별이 되라는 의미로 지어줬다.
그 후 만난 작품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다. 무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유진’ 역을 꿰찼다.
경쟁률이 그렇게 높은지 모르고 참여했다. 캐스팅 이후 기사로 접했는데, 감개무량하더라.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매료됐다. 꼭 연기하고 싶었다. 유진이라는 인물이 삶을 대하는 태도나 그를 통해 영화의 맥락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아닐까.
조은지 감독은 “무진성은 오디션 때부터 연기 해석이 남달랐다”라며 극찬했다.
감사한 일이다. 오디션 당시 내 차례가 거의 막바지였고, 모두 피곤하고 예민했을 법도 한데, 잘해주셨다. 당시 나는 <장르만 로맨스>를 만나기까지 슬럼프와 힘든 시절을 겪으며 나만의 에너지가 응축됐을 거라 생각했고, 내 기세를 연기에 잘 표현하고 싶었다. 감독님 그 부분을 특별하게 봐준 게 아닐까 싶다.
유진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극중 유진은 성소수자인데, 배우로서 이 점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점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존중했다.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살아가며 편견 없이 상대를 바라볼 때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런 마음이 삶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야말로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가 성소수자인 점이 특별한 게 아니라, 그만의 태도와 감정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유진을 직접 연기해보니 어떻던가?
가슴에 닿아 울림을 준 역할이다. 개인적으로는 극중 남진(오정세)이 “바라는 게 없는데 어떻게 상처를 받아요”라는 대사가 좋다. 그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성숙한지, 바라는 것 없이 사랑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외 유진의 말 중에는 “상처받는 게 취미고, 극복하는 게 특기예요”라는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호흡을 맞춘 류승룡 배우와 특히 돈독한 사이인 것 같더라. “무진성은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배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 기사를 보고 울컥하기도 했다. 작품을 위해, 좋은 연기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을 선배님이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장르만 로맨스>는 무진성의 첫 주연 영화다. 그런 작품이 팬데믹 때문에 개봉이 밀려서 아쉬울 법도 했을 텐데.
개봉이 2년 정도 늦춰졌다. 더 좋은 시기에 관객을 만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팬데믹 이전처럼 관객들이 편하게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시기에 개봉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반면에 집 밖을 나서는 게 어려운 시국에 극장을 찾아 <장르만 로맨스>를 만나준 관객들에게 고마움도 크다. 배우로서 욕심이 생겼다. 마스크 없이 편하게 극장에 가는 날까지 배우로서 더 성숙한 모습이 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성숙한 배우의 말이다. 차분한 사람 같고.
일이 잘 안 풀릴 때 받은 상처가 훈장이 됐다.
어떤 상처가 있나?
사람에게 받은 상처다. 2년 정도 일을 쉰 적이 있는데, 그때 떠나간 사람들도 있었고, 인간관계가 어렵게 느껴졌다. 당시 내게 바라는 것 없이, 기대하는 것 없이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감정과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이제 배우로서 멋지게 출항을 알린 셈이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정당한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참여한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앞으로도 내가 추구하는 연기 철학을 더 깊이 있게 만들고자 한다. 묵묵하게 나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큰 사랑을 받는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흥행작에 출연하는 것도 좋지만 배우에게는 좋은 연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무진성에게 슬럼프가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연극영화과를 나오기도 했고, 데뷔 초에 운 좋게 큰 작품에 출연한 후로 쭉 잘 풀렸다면 자만했을 수도 있다. 주변의 고마움이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쳤을 수도 있고. 돌아보면 인간적으로나 배우로서 더 성숙해지기 위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진성이 배우 한길만 걷는 동력은 어디서 오나?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지면 연인이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한 가지 이유만 꼽을 수 없다. 연인의 보조개를 좋아했지만, 어느 날 보조개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연기를 해야 행복하다. 너무나 소중해서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첫 주연 영화를 잘 마무리하기도 했고, 몇몇 매체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꼽은 걸 보면, 연기와 무진성의 관계가 짝사랑은 아닌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선택을 받아야 하다 보니, 때로는 힘들고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연기도,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면 결국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가능성을 더 넓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펼쳐 보이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대체 불가한 배우. 예측할 수 없고 나만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새해 꼭 해야겠다, 다짐한 게 있다면?
<장르만 로맨스>의 유진 못지않게 멋진 캐릭터를 만나는 것.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그 외에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화보도 더 자주 찍고 싶다. 아, 올해 말 열릴 시상식에 초대받고 싶다. 어떤 상이든 후보에라도 오른다면 감개무량할 것 같다. 이번 화보가 처음인 것처럼 시상식에 참석하게 된다면 그 또한 다른 처음이다. 처음은 언제나 아름다운 거니까.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