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좋아하신다고요.
NBA 시즌이 시작된 지 두 달 정도 됐어요. ‘마이클 조던’ 시대 이후 NBA는 두 번째 황금기를 맞이한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스테판 커리’가 있겠죠. 그가 농구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어요. 그로 인해 모든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어요. 대부분의 선수가 3점 슛을 넣고 성공률도 높아졌죠. 스테판 커리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경기 외에 다른 팀 경기도 재밌어요. 팀마다 훌륭한 슈퍼스타들이 포진돼 있거든요.
주력 팀과 눈에 들어오는 선수가 있을까요?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데미안 릴라드. NBA 선수치고 키가 작은 편인데 버저비터로 큰 선수들을 제치고 덩크슛을 꽂아버리죠. 박빙의 상황에서 5초 남기고 3점 슛을 터트려 이겨도 절대 웃지 않아요. 멋있죠.
김지훈의 운동 열정도 유명하잖아요.
열심히 하려고 하죠. 최근에 부상을 입어서 잠깐 쉬었더니 지방이 좀 올라왔어요. 그래서 자극받고 다시 운동했더니 체지방률이 10% 미만으로 내려갔습니다.(웃음)
악바리의 기운이 느껴져요.
저는 배우로서 타고난 재능은 없어요. 다만 남들보다 조금 나은 점이 있다면 꾸준히 하는 거예요. 내가 흘린 땀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살면서 배웠어요. 사실 저 되게 게을러요. 스스로 다잡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져서 계속 움직이려 하죠. 운동이든 연기든 뭐든지 열심히 꾸준하게 지속하면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연기자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배우를 선택한 것은 도전이었어요. 배우를 하겠다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주변 도움 없이 홀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온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죠. 재능이 있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배우 일이 즐거워요.
배우로서 지낸 시간이 꽤 오래 흘렀고, 이젠 40대예요. 두려움보다 여유가 커졌을까요?
두려운 건 없었어요. 무서워하는 것도 없죠. 오히려 모험을 즐기는 편이에요. 이전보다 여유는 생겼어요.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모든 걸 잘할 순 없더라고요. 50, 60, 70대에도 여전할 거예요. 아는 게 수백 가지라면 모르는 건 수천 가지일 테니까요. 그래서 자만하거나 경직되지 않으려고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않고 굳어버리면 배우로서도 한계가 많을 거예요. 늘 말랑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죠.
<악의 꽃>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로 변신했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 선정에 더욱 신중해졌을 것 같아요.
웰메이드 작품이고 스스로도 만족감이 컸던 <악의 꽃> 이후에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개인의 역량은 잘 짜인 드라마에서 빛을 발하잖아요. 짧은 공백기를 갖던 중 만난 <종이의 집>은 너무 감사한 작품이고 역할도 매력적이죠.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종이의 집>에서 ‘덴버’ 역할을 맡았죠. OTT 서비스에서도 김지훈을 만나볼 수 있겠네요.
지난 열두 달은 거의 <종이의 집>에 몰두했어요. 그만큼 제겐 중요한 작품이고 작품 자체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고 생각해요. <종이의 집>이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다는 건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걸 의미하잖아요. 그래서 더 집중하며 열심히 임했어요. 그리고 OTT 서비스가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드라마와 영화계 구조가 바뀌었어요. 사전 제작 후 드라마가 공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죠.
시스템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나요?
낯선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졌죠. 시청자들이 질 높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양질의 작품이 더 많이 생겨날 거고요.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죠. 비단 OTT 서비스에서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연기하기 좋은 환경으로 업계가 변하는 게 보여요.
더 나은 환경이라면?
작품이 시작되면 촬영이 장시간에 걸쳐 이뤄져 체력을 극한까지 몰아야 했어요. 하지만 제도적으로 재정비된 이후엔 시간제한이 생겼어요. 일정 시간을 넘어서면 촬영을 못 해요. 그래서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연기할 수 있어 작품의 질도 향상되는 것 같아요.
다른 이야기지만 호흡이 길게 이어지는 장편 작품과 짧은 작품은 임할 때 몰입감도 차이가 있나요?
작품의 길이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역할에 따라 몰입감에 차이가 있죠. <악의 꽃>의 백희성 역은 전체 신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아요. 하지만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연쇄 살인마라는 생소하고 현실적으로 접하기 힘든 역할이라 조금 나오지만 깊이 연구하고 생각도 많이 했죠. 반면 대사가 많고 길이가 길지라도 일상적인 캐릭터라면 좀 더 수월한 방식으로 몰입할 수 있어요. 내게 없는 색깔을 얼마나 많이 끌어모아야 하느냐, 그 차이죠.
어떤 역할에 매료돼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해요.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에 공감할 수 있고 내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야 해요. 역할도 고려하지만 작품만 보고 선택하기도 하는데, <연애대전>이 그 경우예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뤄 공감이 갔고 내용의 흐름도 흥미로웠죠. 장르도 로맨틱 코미디라 코믹한 부분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거든요.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대화하다 느낀 건데, <반지의 제왕> 속 아라곤을 닮았어요. 판타지 장르나 다른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뭐예요?
아라곤 같은 남자다운 역할 해보고 싶죠. 잔잔하고 일상적인 역할도 좋지만 극단적인 성격의 인물이나 판타지처럼 생경한 풍경과 내용을 다루는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어려운 주제와 인물을 공부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상승시켜주거든요.
새해예요. 2022년은 어떤 해가 될까요?
작년에 열심히 농사지었으니 풍성히 수확하는 해가 되면 좋겠죠. 참여한 작품들이 공개되기까지 아직 기간이 남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완성도 있게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더욱 새로워진 모습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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