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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다짐한다. 반드시 완독하리라고. 그래서 집어든 다섯 권.

UpdatedOn December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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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잠들기 전 1백20분을 유튜브에 투자하고,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을 구경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느낀 건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게 산다’는 거다. 그러다 내 삶을 되돌아보곤 미약한 아쉬움을 남긴 채 전화기를 꺼버린다. 그러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인스타그램을 켠다.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우리는 SNS로 타인의 삶을 관찰할수록 자신의 삶엔 무관심해진다. 휴대전화 속 가짜 세계가 아닌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진짜 세계를 돌봐야 한다는 게 저자 ‘제니 오델’이 하고 싶은 말이다. 그녀의 말에 크게 동감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골랐다. 얼마 전 아주 사소한 일들이 기억나지 않았고 이를 디지털 치매라고 결론 내렸다. 디지털 플랫폼에 빼앗긴 관심의 주권을 되찾아 주변을 돌아보며 활기를 되찾았고 ‘미라클 모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책 제목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이라는 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훈련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아파트 테라스를 방문하는 새, 집 근처를 흐르는 강, 동네 공원이 가지고 있는 역사처럼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을 두는 것 말이다. 타인의 삶과 가짜 세상이 아니라.

<루이 비통 트래블 북 화성편> 프랑수아 슈이텐, 실뱅 테송

지금 간절히 바라는 게 무엇이냐 물으면 3년째 같은 대답을 했다. 여행. 여행의 매력을 잊고 산 지 3년이 지났다. 어떻게 해야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사진만으로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루이 비통의 <루이 비통 트래블 북>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각기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저마다 고유한 그림으로 도시를 그려냈다. 다양한 도시 중에서도 ‘화성 편’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프랑수아 슈이텐과 여행 작가 실뱅 테송의 상상력이 담겼다. 여행에 대한 갈망이 점차 사라질 때쯤 집어든 이 책은 나를 생경한 곳으로 안내했고 다시금 욕구가 샘솟았다.

<바늘과 가죽의 시> 구병모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늘 나이를 묻는다. 나이를 말하면 먼저 놀라고 다음으로 젊음이 부럽다 말한다. 2000년대생들을 만났을 때 내가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젊음을 갈망하고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더 큰 두려움은 죽음이다. 저자 구병모는 이 두려움을 비틀어 없애버린다. <바늘과 가죽의 시>에는 그저 구두 만들기에 전념하며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불멸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물의 영생의 과정은 언젠가는 멸할 인간의 삶의 아름다움을 깨우치게 해준다. 어디선가 ‘순간을 만끽하며 살자’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끝이 있기에 찰나의 순간들로 채워진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것이고, 그렇기에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게 맞다. <바늘과 가죽의 시> 속 불멸의 인물은 끝이 없어 허무하게 끝나버린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해 순간을 즐기지 못한다면 이 책을 펼쳐야 한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데브라 N. 맨커프

전시를 볼 때면 의구심이 든다.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한 게 맞는지, 초점을 두고 볼 요소를 놓친 건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감상 방법은 개인에게 달린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알고 싶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비밀과 감춰진 진실을 아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다. 그 짜릿함을 선사하는 이 책은 명작에 담긴 이야기와 상황, 내포된 의미와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신을 친절히 설명한다.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사이의 처절한 내막,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속 여인의 시선이 갖는 의미. 포인트를 콕 집어 설명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

<비대칭> 리사 할리데이

비대칭이라는 단어는 불편한 감정을 안겨준다. 불안정하고 미완성의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삶 속에는 수많은 비대칭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성별, 관계, 감정, 물리적인 것들까지. 인간은 비대칭을 이루는 것들 사이에서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며 불균형한 사회를 살아간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인들이 만든 불균형한 사회가 개인을 구속하기도 한다. 성별과 세대가 달라도 사회, 제도에서 비롯된 동일한 상황이나 문제에 처할 때가 있다. <비대칭>의 저자 ‘리사 할리데이’는 종교, 인종, 성별 등 모든 요소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인물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개인과 사회, 국가가 가진 힘의 비대칭과 불균형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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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도현

202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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